폭력의 고리를 끊어라!

책으로 배운 아빠 육아 1. 학교폭력 해부노트, 학교폭력 대처법 1부

by Book끄적쟁이

책으로 배운 아빠 육아 1. 학교폭력 해부노트, 현직 경찰관이 알려주는 학교폭력 대처법 1부

(아이 아빠는 처음이라 무작정 책에서 배운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리즈 프롤로그]

2014년 7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아이 아빠는 처음이라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다. 인터넷을 뒤적이기도 했었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부터 찾아보는 '책돌이'라 육아, 교육도 책 속에서 해결책을 찾아다녔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한 것들을 의식의 흐름 따라, 교육이슈 따라 써내려 갈 '좌충우돌 독서활용 아빠육아기'이다.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아님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위 질문은 '더 글로리' 탄생의 계기이자, 세상의 모든 자식 가진 부모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난제이다. 부모 된 입장에서 내 자식이 맞고 오는 것도, 누군가를 때리는 것도 무척 참기 힘든 일이다. 우리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학교폭력. 정녕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


학교폭력예방법의 탄생과 변화

1995년 ~ 2004년


1995년 6월 8일, 열여섯 살 소년이 아파트 5층에서 몸을 던졌다. 자동차 위로 떨어져 죽지 않았지만, 상처 입은 몸을 이끌고 계단을 올라 재차 투신했다. 소년에게 5층 높이에서 두 번 떨어지는 것보다 더 두려웠던 건, 학교 선배들의 괴롭힘이었다. 소년의 아버지는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같은 해 청소년폭력 예방재단을 설립했다. 온라인 카페 활동, 집회, 국회청원 서명운동 등 청예단의 10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04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모두가 알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감춰져 있던 학교폭력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다.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설립자 김종기 명예이사장의 아들 고(故) 김대현 군의 이야기이다. 출처:tvN

2005년 ~ 2012년


2011년 12월 대구의 한 중학생이 엘리베이터 안에 괴로운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고 A4 4장에 이르는 장문의 글을 남긴 상태였다. 이후 중학생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 표현된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학급친구들의 집단 괴롭힘이었다. 중학생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악행이 적힌 유서가 준 충격은 2012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하 학폭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체육 시간을 크게 늘리는 스포츠클럽 창설, 담임교사를 두 명씩 두는 복수담임제 도입, 학교폭력 가해자 징계 내역 학생부 기재 같은 학교폭력 관련 대책이 담겼다. 이러한 조치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강력한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신체적인 폭력만을 문제 삼던 기존의 분위기에서 언어적, 정서적인 폭력에도 예민하게 대응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2013년 ~ 2023년


학폭사건이라는 것이 모두 '동은이와 연진이 사이에서 벌어진 일'처럼 가, 피해가 명확한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쌍방 간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상호 갈등상황이 훨씬 많다. 그러나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는 학교폭력이라는 딱지가 붙은 사안에 대해 '엄한 처벌'로 일관하다 보니 무수한 부작용을 낳았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관계회복보다는 맞신고와 행정소송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다. 다툼을 막고 중재하기 위해 개입하는 교사를 아동학대,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학폭업무'는 일선 학교에서 기피 1호 업무가 되었다. 이러한 현장의 혼란으로 인해 2021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하 학폭법)은 다시 한번 개정되었다.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학폭예방법'이 어느새 가해자의 '무기'가 되어버렸다. 출처: MBC


핵심은 '교육적 해결이 가능한 경미한 사안과 강력 학교폭력의 구분'이었다.

경미한 학폭의 경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가능하도록 바뀌었다. 경미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2주 이상의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둘째, 재산상의 피해가 없거나, 있더라도 즉각 복구된 경우

셋째,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넷째, 학교폭력 신고, 진술,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


이 네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거나, 모두 충족되더라도 피해 학생과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이전까지는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학폭여부, 처벌수위를 결정하였지만 전문성 강화를 위해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하게 되었다.


또 경미한 학폭사안에 내려지는 1~3호(서면사과, 접촉금지, 교내봉사)의 경우 1회에 한해 생활기록부에 기재를 유보하고, 심각한 학교폭력을 저질렀을 경우 받게 되는 8호(강제전학)는 졸업 후 2년이 지나야 만 삭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학교폭력의 뿌리

아이가 폭력적인 게 걱정되는가? 폭력은 당연한 것이다. 폭력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평화다. 평화는 익히고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조던 피터슨

공격성이 없는 생명체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니까 생존과 경쟁을 위해 폭력은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다. 다만 허용범위는 자기 방어적 목적의 반응적 공격성까지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한 행위가 없음에도 상대를 해코지할 목적으로 폭력행위를 하는 주도적 공격성은 교육을 통해 단호하게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교육에 대한 1차 책임은 가정에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독초는 그러한 교육이 부재한 가정에서 자라난다. 습관적으로 부모를 때리는 아이가 있다고 해 보자. 왜 그런 짓을 할까? 바로, 부모를 지배하기 위해서다. 나쁜 짓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과도하게 허용적이거나 방임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다. 정반대도 마찬가지이다. 가정폭력이 아동학대로도 이어지고, 거기서 본의 아니게 폭력을 학습하게 된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학교폭력의 중심에 서게 되기도 한다.


폭력의 대물림은 이제 그만!


학교폭력의 원인을 중요하게 파헤치는 이유는, 원인을 정확하게 알아야 알맞은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에 대해 너무 관대하거나 외면하는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가정을 유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유교주의적 사고방식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간직한 가정은 아이의 정상적인 양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작동할 수 없다. 가정폭력에 장기간 노출이 되면 뇌기능이 손상된다. 고립된 상황에서 우울증에 빠지기도 쉽다. 무기력증에 빠진 폭력 피해자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어렵다. 그런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자연스레 학습하게 되는 것은 이런 것이다.

폭력이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사건화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사건화하지 않는다(반의사불벌죄). 피해자의 의사를 묻지 않는 외국과는 다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일정 수위 이상이라고 판단하면 강제적으로 개입을 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이 발견될 경우, 영미권 국가처럼 영장 청구과정 없이 바로 체포하는 체포우선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 '보호처분'이라는 이름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 살게 해서는 안된다. 바로 그곳이 학교폭력이라는 독초가 가장 좋아하는 서식환경이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를 통해 확실하게 중간 개입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분명한 규칙을 가지고 올바른 훈육을 하는 부모가 베스트지만, 유사시에는 시스템이 그 역할을 대신 맡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그게 선생님이든, 경찰이든, 보호기관이든 우리는 일관되게 아이들에게 다음의 규칙을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2부에서 계속...)

네가 올바로 행동할 수 있으면 곧바로 우리와 어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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