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가해자가 연진스러운 건 아니다

책으로 배운 아빠 육아 1. 학교폭력 해부노트, 학교폭력 대처법 2부

by Book끄적쟁이

책으로 배운 아빠 육아 1. 학교폭력 해부노트, 현직 경찰관이 알려주는 학교폭력 대처법 2부

(아이 아빠는 처음이라 무작정 책에서 배운 '우리 아이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읽으면 좋은 글]

폭력의 고리를 끊어라!

책으로 배운 아빠 육아 1. 학교폭력 해부노트, 학교폭력 대처법 1부



가해자들의 변명

207799_320540_4227.png 어린 박연진, 출처: 넷플릭스

가해 학생들에게 항상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왜 친구를 힘들게 했니?'

그러면 대부분 '장난이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자신이 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감능력이 많.이. 부족하다.


그 외의 변명 레퍼토리는 다음과 같다.(중화이론 참조)

내 잘못이 아니다(책임의 부인)

피해자가 자초한 일(피해자의 부인)

남들에 비하여 나는 별거 아니다(비난자에 대한 비난)

의리 때문에 동조했다(더욱 높은 가치에 대한 호소)


그 애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가해 행동은 장난이고 자기가 저지른 나쁜 짓을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함으로써 죄의식 없이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또 일반적인 폭력과는 다른 학교폭력만의 3가지 특성도 가해행위를 부추긴다.(호통판사 천종호의 '변명' 참조)

관계성: 학교를 매개로 친구, 선후배 등 밀접한 관계에서 발생하며, 평등 관계가 아니라 '갑을 관계'가 형성

지속성: 방학을 제외하고 매일 만날 수 있어 가벼운 괴롭힘이라 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 초래

공연성: 또래 학생들이 보는 데서 공개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음. 그 이유로 자신과 피해자의 우열 관계를 드러내고, 자신에게 도전했다가 이처럼 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 더 잔혹해질 수 있음.


한 사람의 어른만 제대로 만났다면...


'콩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속담이 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처럼 평상시 보고 자란 주변 어른들의 행동과 말투를 아이들은 따라 하기 마련이다. 연진이를 둘러싼 어른들을 살펴보면 연진이가 그런 희대의 '악녀'로 자란 게 그녀 자신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지 복잡한 심경이 된다. 한 사람의 어른만 제대로 만났다면, 부모, 선생님, 주변 어른 중 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악행에 제동을 걸어줄 수 있었더라면 연진이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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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이의 악행을 말리기는 커녕 수습해주면서 더욱 폭주하게 만들었던 못난 어른 3인방, 출처: 넷플릭스


또 다른 조력자들

그는 아주 근면한 인간이다. 이런 근면성 자체는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러나 그가 유죄인 명백한 이유는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유대인 학살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고)


연진이 무리 주변의 학생들, 협력자, 동조자, 목격자, 방관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근면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친구가 학교폭력의 피해로 고통받고 있지만, 도덕성 감수성이 부족하여 친구의 슬픔에 공감하고 폭력이 잘못되었다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모르는 것이 있다. 지금의 피해자가 사라지고 나면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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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아, 그때 문동은 아니었음 너였어!, 출처: 넷플릭스


악질 학교폭력에 내려지는 처벌수위


만약 학창 시절 연진이 무리가 정당하게 처벌을 받았다면 어느 수준까지 가능했을까?


학교폭력 행위의 유형별 중점 파악 요소

-신체적 폭력: 상해의 심각성, 감금(구속), 성폭력 여부

(윤소희) 살인, 고데기/다리미 지지기, 강제 키스, 기절놀이 등

-경제적 폭력: 피해의 심각성, 반환, 손괴, 협박 여부

저금통 뺏기, 교과서에 우유 붓기 등

-정서적 폭력: 피해의 지속성, 협박, 강요, 성희롱 여부

강제로 비 맞게 하여 속옷 노출, 억지로 춤추게 하기, 다리미로 협박 등

-언어적 폭력: 욕설/비속어, 허위성, 성희롱 여부

욕설/ 비속어 남발, 젓은 몸을 보며 성희롱 발언, 가난한 집안에 대한 인격모독 발언 등


학교폭력 행위의 경중 판단 요소

-피해,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협박(보복) 행위인지 여부

신고에 대한 보복행위로 고데기 지지기 등 더욱 악랄한 학교폭력 저지름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반성(화해)의 정도, 선도가능성

심각성/고의성/지속성 매우 높음, 반성(화해)의 정도/선도가능성 없음

-집단폭력, 흉기사용, 폭력서클, 행위의 주도성 등

5:1 집단폭행, 흉기(고데기, 다리미) 사용, 5명의 패거리, 체육관을 잠가 구조요청 못하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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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저지른 행위를 요소별로 종합하여 판단하면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처벌인 '제9호 퇴학처분'을 받았을 것이다.(*의무교육인 초, 중학교는 제8호 전학이 최고 징계다.) 공교롭게도 연진이 무리와 동은이가 학교를 다녔던 2004년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하 학폭법)이 국회를 통과한 해이다.


퇴학처분이 이들이 받게 될 처벌의 끝은 아니다. 학교폭력법과는 별도로 범죄소년(만 14~18세)에 해당하는 이들은 형법에 의한 처벌도 별도로 받게 된다. '범죄소년'은 '책임능력'이 있기에 자신의 범죄행위에 있어 형사적 책임을 지게 된다. 검사의 재량에 따라 가벼운 범죄의 경우 소년보호사건으로 소년법을 적용시켜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고 전과기록은 남지 않게 되지만,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재판을 거쳐 소년원이 아닌 소년 교도소에 수감하게 되고 전과기록이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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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죄 처리절차, 출처: 티스토리 / 처분 종류, 출처: 법무법인 법승


모든 학폭가해자 = 박연진?


범죄 수준의 심각한 학교폭력은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렵고, 경찰이 개입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란 딱지가 붙은 90% 이상의 사안은 교육적으로 갈등 해결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가,

범죄(crime)가 아니라 비행(delinquency)

일방적 폭행(assault)이 아니라 대등한 싸움(fight)

의도적 괴롭힘(bullying)이 아니라 의도 없는 추근댐(teasing)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건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학교폭력’으로 싸잡는 모호성이 일을 어렵게 만든다. 사소한 다툼도 신고되면 무조건적으로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학폭 신고사안의 경우, 가해-피해의 구분이 불분명하다. 사안조사를 해보면, 가해 학생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고 피해 학생도 또 다른 사안에서는 가해 학생이 되기도 한다. 양쪽에 책임이 일정 부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박연진-문동은'처럼 가, 피해가 명확한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신고를 당한 학생의 학부모는 준사법기구 같은 학폭위로 인해 자녀가 '박연진'으로 취급당한다고 생각하기에 한치 양보 없는 싸움을 불사한다. 여기까지 오면 원래 목적인 '학폭예방, 관계회복'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고, 보복신고와 법정공방만 남는다. 아이들은 매일 얼굴을 마주 봐야 하는 공간에 있는데도 말이다.


관계회복의 가능성은 열어두자


그동안 심각한 사안까지 ‘아이들은 싸우며 크는 것’이라는 식의 온정주의로 넘기다가 큰 문제가 연이어 터지면서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다 보니 '교육적 훈계'로 해결할 사안까지 엄벌에 처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학교폭력전문 변호사'들까지 개입하여 일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더 글로리'의 인기가 오를수록 학교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박연진'은 벌 받아야겠지만, 학폭사안에 연루된 관련학생 모두를 '박연진'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학교폭력'과 '교우관계 갈등'의 세심한 구분이 필요한 시기이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갈등 해결과 관계회복의 기회를 부모의 자존심 때문에 뺏지는 말자.(3부에서 계속...)


Tip. 자녀가 가해자로 신고된 경우

1. 어떠한 행위를 하여 신고되었는지 자녀에게 사실을 들어본다.

2. 목격한 친구들이 있다면 보호자의 동의하에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3. 사이버폭력의 경우 단톡방 대화 내용, SNS 댓글 등 증거가 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살펴본다.

4. 자녀가 주동자인지 적극적으로 가담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같이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지목된 것인지 자세히 파악한다.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 있는 경우)

5. 피해 학생과 부모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가해 학생 측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할 행동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초기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면 화해가 이루어져 학교장 자체해결로 마무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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