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트 인터뷰 : 남의집 버터케이크 꾸미기 나짙지기님
취향을 이야기하는 자리. 취미는 앞장서거나 동행하는 사이가 된다. 오후에 만난 취향은 어둑어둑한 저녁이 되어서까지 끝나지 않는다. 오늘의 공통이 선사해 주는 벅찬 기분을 안고 퇴근길의 소란스러움마저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남의집 호스트 나짙지기
베이킹, 이야기, 손으로 하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남의집에서 <버터케이크 꾸미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여행 서비스 관련 일을 했어요. 번아웃이라면 번아웃. 잠깐 쉬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고 싶었죠. 심리학을 배우고 베이킹 클래스를 중심으로 작업 중이에요. 남의집 모임과 취미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중이고요. ‘무조건 베이킹을 하고 싶어!’는 아니었어요.
유리 공예를 사부작 하다가, 여름에는 영롱한 비즈 공예를 만들거나... 제철에 만나는 손으로 만드는 취미를 하느라 바빠요. 베이킹은 계절 상관없이 즐기는 취미 중 하나였어요. 베이킹을 하게 된 건 특별한 계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즐기던 취미 활동이었고 거창한 사업보다는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즐기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어요.
8년 차 직장인. 적응이 되어 능숙해지는 반면 또 다른 탈출구를 찾게 되었어요. 디저트는 직접 맛보는 것보다 만드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재미있게 만들어도 설거지해야 할 게 많잖아요. 정리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본가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제 공간은 아니라 제약도 있고요. 베이킹 작업을 위한 작업실이 필요하기도 했고요. 결심을 하고 발품을 팔던 어느 날, 이태원시장을 만나게 된 이후 고민 없이 계약을 하고 계속 이곳으로 출퇴근하고 있어요.
나짙은 나의 아지트라는 의미예요. 취향과 취미가 맞는 사람들의 포근한 아지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고요. 월마다 1회 이상의 남의집 모임을 계속하고 있는데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작업을 하면서 성격이나 취향이 케이크로 완성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재미도 커요.
한남동은 어렸을 때부터 거주하고 있는 삶의 동선이었어요. 자주 오는 건 아니라 친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거리이다 보니 내재된 친숙함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꼭 이태원이어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집과 멀지 않은 곳을 고려해서 찾는 중에 이태원시장을 알게 되었고 별 고민 없이 선택했어요.
계단을 올라오면 묘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지더라고요. 홍콩 여행에 온 것 같기도 하고 눈이 펑펑 오는 날이나 거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꾸며진 세트장 같기도 해서 매일이 새로워요.
작업을 마무리하고 테이블에 앉아 잠시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창밖으로 해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손으로 만드는 게 취미예요. 도자기를 만들다가 유리 공예를 배우러 가고, 뜨개질을 하다가 헤나도 해 보고 비즈 공예를 해서 마켓을 열어 팔기도 하고요. 만드는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같은 취미를 나누면서 일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냥 즐거워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미술 전공자분들은 색감이 다르거나 손이 빠르거나 다른 점은 있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꾸준한 노력과 선천적 재능만큼 변함없이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업 중에 잘하고 계시다가 실수했다고 망한 것처럼 말씀하시더라고요. 이런 분들이 꽤 많기도 하고요. 베이킹을 하면서 만난 분들 대부분이 실패를 두려워하지만 나지트에서 만큼은 행위 자체에 즐거움을 얻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실패도 성취도 아닌 순간의 행복을 느끼며 나만의 케이크를 만드는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좋아요. 내가 집중하는 만큼 느끼는 것들이 있잖아요. 완성하면 뿌듯하고 또 실수가 더 멋진 결과물을 만들기도 하고요.
확고하지만 없기도 해요. 술을 좋아하는데요. 맥주는 에일보다는 라거를 선호해요. 다른 술은 또 상관없어요. 힙합, R&B, 팝, 발라드 노래 취향도 없어요. 오늘 먹을 음식을 미리 정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만큼 먹는 것에 대한 의견도 사실 크지 않아요. 친구들과 메뉴를 정할 때 ‘아무거나’여도 상관이 없어요. 베이지색이 좋았다가 회색이 더 좋은 날도 있고 겨울은 싫지만, 겨울에 만나는 풍경은 좋아요. 음... 취향이 있는데 없는 느낌... 근데 다들 그렇지 않나요? 취향은 정답도 없고 정의 내리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제가 즐기는 것들을 언제나 하고 싶어요.
오늘의 취향은 내일의 취향과 사뭇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언하고 규정하지 않는 것이 제가 취미 생활을 대하는 태도예요. 모두가 취향이 확고해질 필요도 없다고 보고요. 가볍고 자연스럽게 좋아서 자주 하는 것들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없다면 곧 생길 예정이니 기대해 보는 것도 즐겁잖아요.
한 가지만 유난스럽게 고집하지 않는 편이에요. 구움과자, 버터케이크, 쿠키 등 만드는 작업물에 따라 달라져요. 초코 시트를 사용한 이유는 버터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에요. 오늘의 체력이 다 소진될 때도 있고 생각한 만큼 컬러가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상상과 기획을 구현해 내는 창작이기도 한 베이킹은 매력 있는 작업이에요.
보는 눈과 이해력이 있으면 조금 더 능숙하게 작업할 수는 있는 것 같아요.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성격이 나오기도 해서 손으로 하는 명상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시즌 유행하는 디저트 중에서 좋아하는 베이커리, 추천하는 빵집을 사전 질문에서 봤는데요. 사실 저는 빵을 엄청 좋아하거나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에요. 음식도 줄 서서 먹거나, 유행하기 때문에 꼭 찾아가지 않고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식사 빵을 선호해요.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좋아해요. 반면에 블랙 앤 화이트 세련되고 도시적인 느낌을 싫어하지도 않고요. 키치하고 빈티지한 매력도 좋아하기도 하고. 하나의 뚜렷한 일관성은 없지만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여기저기 두고 보니 제법 잘 어울리더라고요. 나지트 공간 자체가 나의 셀렉션이 되고 나를 만드는 이야기가 되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나라는 세계의 확장을 계속하는 중이에요.
평소에 저라면 오늘 같은 대화도 시작하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별생각 없이 시도해 보려고 해요. 이 또한 몰랐던 나 자신을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결과만큼 과정을 즐기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스트님의 모습은 인터뷰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손으로 하는 감각을 찾아 즐기며 취미를 만드는 게 취미인 나와 닮은 사람. 영혼 없는 리액션이 아닌 반짝이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찐 바이브가 나오게 되었다.
예쁘고 맛있는 버터케이크를 만드는 순간은 손으로 하는 명상의 시간이자 심리 치료까지 받아 충만해지는 하루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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