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제국 비잔틴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57

by 포텐조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오십 칠 번째



동로마 제국은 인기가 없다. 붉은 망토를 화려히 두른 레기온들과 카이사르만 떠오르는 로마이다 보니 서로마 멸망 후에도 천년을 더 버틴, 동로마 제국이었던 비잔틴 제국은 스포트라이트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이유인 즉슨 가슴 뛸만 한 서사가 그리 없다는 점과 낭만이 없다고 평해 볼 수 있다. 과거의 로마제국은 지중해를 자기네 마당의 호수처럼 거느리고 정복과 격동기를 보내면서 사료를 읽는 이로 하여금 삼국지를 읽듯이 재미나게 볼 수 있지만 비잔틴 제국은 그런 점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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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황제가 출전해서 패배해서 잡히거나, 사망하는 등 맨날 침략당한 영토 방어전만 하고 수비와 방어의 연속적인 사건들로 인해 마치 추후 있을 멸망까지 어떻게든 버티다 끝나는 이미지로 보이기 쉽다는 점이 있다. 예전에는 정복 영웅들의 서사가 붉은 로마의 황금기를 떠오르게 했지만 현상 유지로만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하품을 연신 뿜어내게 한다는 점에서 비잔틴을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론 뇌피셜이긴 하지만 서유럽적 관점으로는 동로마 제국은 스쳐 지나간 강대국 중 하나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거리도 멀거니와 같은 기독교적 문명요람의 공통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동방 정교회"라는 점에서 로마 가톨릭과 서유럽이 보기에는 먼 이웃과도 같은 것이었고 결국 오스만이 점령하고 지중해가 이슬람 패권으로 넘어가면서 망국적 책임도 비잔틴으로 전가하는 모양새가 분명 느껴진다.


비잔틴 제국의 역사를 행정과 정치, 군사제도의 변화만을 다루는 데 천년 간 존재했던 제국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시선들도 많은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지금의 유럽 대륙의 정체성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키워낸 것이 결국 비잔틴의 역할이 컸다. 그래서 흔히들 유럽의 방파제 혹은 기독교 문명의 방파제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패권적, 군사적 포인트를 넘어 그때 당시 비잔틴 제국의 위상은 지금의 미국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동아시아 지역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얼마 안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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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도시였고 당시 명칭은 그냥 "그 도시 The city"로 통칭될 만큼 제국의 백성들 그리고 이민족들 모두 세상의 중심은 비잔틴 제국과 콘스탄티노플로 인식하고 있었다. 엄청난 경제력과 비옥한 땅덩어리 그리고 한 자리 해보려는 심산으로 정말 드릅게(?)도 많은 이민족들이 침입하고 침입하고 또 침입해 왔다. 대부분의 시간이 국경선 빵꾸나면 다시 메꾸러 가기 일쑤였고 한쪽을 메꾸면 다시 또 한쪽이 뚫리는 피곤함의 연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양면전쟁 그 이상 어쩌면 다면전쟁을 수행해야 했던 것만큼 외교와 정치에 능했고 이이제이로 다른 목적으로 쳐들어온 각기 다른 이민족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우게 만들기도 했다. 쿠데타와 잦은 권력다툼으로 인해 비잔틴의 역사에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집권적 정치로 제국이 갈기갈기 찢어지지는 않았고 콘스탄티노플과 주변 세력권을 중심으로 무역과 문화적으로 황금기를 맞이했다.


수많은 시련과 전쟁의 연속에서도 비잔틴이 천년동안 유지해 왔던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제일의 제국답게 다양성을 포용했고 전술 전략적으로 실리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정치 사회적인 성숙도 점진적으로 끊임없이 진화시켜 나갔다는 점이다. 통일된 제국답게 문명의 기준을 제시하며 높은 안정성을 바탕으로 무역과 지금은 만드는 법이 잊혀진 비밀병기였던 "그리스의 불"로 대표될만한 여러 기술의 발전은 모든 이가 그때 당시 비잔틴 제국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끊임없는 침략의 이유도 결국 로마를 동경하는 시선 그리고 질투에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오스만의 메흐메트 2세도 그때 당시 모든 이들의 세계관에 중심 그 자체로 자리 잡혀있던 로마의 낭만은 익히 알고 있었기에 자신을 로마 제국의 황제라는 칭호로 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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