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기 벽돌시리즈 64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육백 사십 팔 번째
20대 중반, 모 국가기관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개최한 연설대회에 참가했던 적이 있다. 어떻게든 빌린 강당에서 혼자 핸드폰 조정해 가며 촬영하고 연설한 내용을 업로드해 지원했었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민주주의에도 퀄리티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요즘 헌법과 관련한 교양서적도 많이 보이는 데 개인적으로 내가 높이 사는 건 독일 연방헌법 1조 1항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골자로 연설을 했었고 지금도 변함없이 민주주의 헌법중에 가장 맘에 든다.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1조 1항-
우리나라 헌법도 독일 헌법을 많이 참고해서 만들어졌다 하는 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제1조 2항은 예전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내용을 참고한 것이다. 이 부분이 언급될 때마다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곤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인간의 존엄성"을 앞에 둔 현 독일 헌법은 한 세기의 뼈와 살을 깎아낸 통찰이라 생각한다("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조항은 존엄성 조항에 밀려 나중에 나온다.)
여기서 "인간의 존엄성"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조차 함부로 침해될 수 없음이 중요한 포인트다. 나치가 합법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해서 체제를 붕괴시키고 대학살극을 벌였기 때문에 존엄성 문항이 실리게 되었다. 달리 바라보면 체제와 상관없이 헌법 상 그 어떤 국가권력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넘어설 수가 없다. 그게 설령 민주주의라도. 민주주의도 퀄리티가 있으며 알다시피 다수의 폭정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시행한 고대 그리스에서도 부작용을 겪었던 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에 질려버린 철학자들도 있었고, 여론을 통해 대중의 심리를 몰아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많았고 현재도 그러하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대중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권력을 잡았다는 착각과 마치 그가 자신의 분신처럼 행동할 것이라 착각한다. 분명 모든 이가 공동체의 판단과 선택 모든 것을 개입할 수는 없음에도 민주주의 하나만 있으면 장땡이다라는 식의 시각도 위험하다.
국내든 국외든 시사나 사회뉴스를 접하면서 민주주의라는 체제에 대해 느끼는 점은, 독재처럼 맡겨버리거나 맡길 수밖에 없는 경우의 신경 끄는 체제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올바른 민주주의는 효율로만 따져가며 계량화할 수 없다. 경제지표, 성장률로 내세우는 사업가 마인드와 정치적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 협치하고 상대방을 설득하고 간혹 손해 볼 건 어쩔 수 없이 손해 보는 것이 전체 구성원들을 위한 올바른 민주주의의 실현과정이라 생각한다.
[매일마다 짧은 글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가능성, 벽돌시리즈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