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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Nov 15. 2023

몽골과 영국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91

벽돌시리즈 구십 일 번째

드넓은 영토를 보자. 13세기경 몽골제국의 영토는 대략 전 세계 육지면적의 6분의 1 정도 차지한 어마무시한 정복국가이자 오늘날 칭기즈칸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기억한다. 초원에서 말 키우던 각자도생 부족을 이만큼 성장시킨 것에는 단연 칭기즈칸의 능력이자 리더십이었겠지만 칭기즈칸 사후에 개인의 리더십이 점차 흔들림과 동시에 그나마 세운 법률로 내치를 하던 몽골제국은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어받은 원나라는 97년이라는 굉장히 짧은 통치기간을 거치며 결국 드넓었던 몽골제국은 파이만 키운 채 또다시 각자도생으로 흩어지게 된다. 외치를 하면서 내치까지 하기에는 그 당시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힘든 점을 비추어 볼 때, 그리고 몽골인의 인구가 극소수였음을 감안하면 정복한 땅을 다스리고 백성들을 컨트롤하기에는 겁나 큰 땅덩어리를 이리저리 파견하다가 시간만 다가는 건 그냥 생각하기에도 뻔하다.


정복전쟁의 핵심은 몽골제국의 기동력이었고 또 그나마 칭기즈칸 사후 100년이라도 다스렸던 건 말을 이용한 역참제로 내치를 유지시킨 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문화적, 정치적 역량은 다른 정주 농경국가에 비하면 짬밥이(?) 상당히 떨어졌다. 애초에 칭기즈칸은 각 부족을 통합하고, 어쩌면 통일된 부족으로 국가를 만들었던 인물이지만 그 이후에는 국가로써 유지시키기는 또 다른 문제이니까 그건 후손들이 알아서 해야 할 처지였던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대영제국의 영토다. 지구 육지 면적의 4분의 1을 통치했으며, 역사상 최대 영토 면적을 가져봤던 국가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늘날 벌어지는 분쟁 대부분이 영국의 흔적 때문이라 생각하여 악의 근원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이 인류에 내놓은 업적들은 무시할 수 없고, 소프트파워(문화, 가치관)등을 보편요소로 전 세계에 보급했다는 것을 비추어 볼 때 언제나 그렇듯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영국이 15~20세기까지 식민지를 정복하고 있는 거 없는 거 쏙쏙 뽑아먹으며 강대국의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그들의 유연하고 얍싸비한(?) 내치능력이 한몫했던 것 같다. 다른 제국주의 열강과는 달리 그나마 정복지의 문화나 생활풍습까지 백성들을 탄압하며 건드린 흔적은 그리 많지가 않다. 한마디로 "내가 주인이니까 갖다 바치고, 살아가는 건 너네가 알아서 하세요" 정도로 벨기에가 고무농장 주민들을 손발 자르고 학대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긴 하다.


그래서 내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우리나라가 500년간 통일국가로써 유지되어 온 건 조상들의 대단한 노력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땅덩어리 키우고 우와 최고다라는 생각은 당시 정복해서 이익을 왕창 당겨 먹었던 정치적 최고위층들과 극 소수의 인원들이지. 막상 일반백성은 체감도 안되거니와 하루 벌고 하루 먹고살기에 힘이 들어 그런 건 신경도 안 썼다. 그리고 그때 현장 말고 시간이 지나 후손들이나 다른 이들만이 결과를 보며 감탄하는 것뿐이다. 즉 일시적인 정복이나 땅따먹기는 극적인 이미지와 스토리텔링에 불과하다.


만약 계속 그런 엄청난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국력이 커지다보니 아무래도 국가의 구성원들이 조금씩 혜택이나 자부심을 얻는 이점은 있을 수 있다.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을 보노라면 크기와 거기서 나오는 자원들을 무시 못한다.  어찌됐든 땅덩어리가 크든 작든 간에 국가가 소란이 안 일어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태평성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고대나 중세 왕정국가에서는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국가 전체가 휘청휘청 거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원시적인 관료시스템이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체계화되고 효율적으로 변함으로 인하여 개인플레이가 이제는 팀플레이가 되어 보다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저런 거대한 스케일의 서사 말고도 어쩌면 우리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나 자신을 비추어 볼 때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가끔 나는 국가를 개인으로 비유해 생각해 본다. 몸집만 키우던 몽골은 힘센 골리앗 같은 느낌이라면 영국은 배불뚝이 능청스러운 악덕사장님 같은 느낌이랄까?  외치와 내치를 개인에게 대입해서 보면 내부적인 것 어쩌면 자기 자신의 내면을 잘 다스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외치는 환경적인 요소나 외부적 요소 아니면 외모다.


아무리 환경이 좋거나 외모적으로 뛰어나 저 넓은 몽골처럼 잘 나가더라도 내면을 가꾸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로 고꾸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기에 둘 다 챙기면 좋겠지만 만약 순서가 있다면 내부적인 것부터 잘 다스려 안에서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영국이 대영제국으로 서기까지는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과 국내질서의 혼란, 브리튼 섬과 유럽대륙의 치열한 정치적 셈법등을 익혀간 세월들이 있었다. 흔히 이야기하듯 로마가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닌 것처럼 대영제국도 하루아침에 세워진 것이 아니다.


비틀즈가 부릅니다. "let it be"

"Let is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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