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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Dec 31. 2022

시공관리기술---발전소 시공기술 이렇게 성장했구나

시공관리기술---발전소 시공기술 이렇게 성장했구나 

2004. 12.2 


오늘 태안 제7호기 보일러 압력부(壓力部) 공사가 개시되는 기념식은 내게는 남다른 감회를 하게 된 시간이었다. 서부발전 김종신 사장, 한정국 사업본부장이 참석하는 자리니만치 당연히 공사장은 깨끗하겠지만,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해 정리를 잘 한 것이 아니고, 평소에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공사장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그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고,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 일이다.


25년 전 강릉시의 영동화력 제2호기 건설공사 때 감독이던 내게 감리를 하던 일본인의 말을 나는 잊지 않고 있다.

“공사장이 쓰레기장 같은데 한국 사람들 국민성이 그래서 그런 거 아니냐?”.

심장을 찌르는 아픈 말이었지만 주먹질을 할 수도 없었던 그런 십 수 년 후, 하동화력 건설현장에 견학을 갈 기회가 있었다.

“여기는 다른 현장 사람들이 벤치마킹하러 많이 오는 깨끗한 현장이다”라는 당시 이의영 건설소장의 자부심 넘치는 말을 들었을 때, “아 우리도 이제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구나!”하는 행복한 마음이 되었던 적이 있다


하동화력발전소

이제 우리도 공사장 진입도로를 포장한 연후에 공사를 하는 선진국형 시공을 하고 있어, ‘비올 때 장화 없이는 출입을 못하던’ 옛날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요, 많은 돈을 들여 ‘안전체험 교육장’을 운영하는 등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배려가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정도로 커졌다는 점, 옛날에는 발파 충격으로 운전 중인 발전소가 불시 정지되었다고 싸우던 일이 회상되는데 이제는 무진동(無振動) 발파 기술로 운전 중인 발전소에 영

향을 주지 않는 점, ‘Slip Form공법’이라는 최신 굴뚝 축조기술은 아름다운 굴뚝의 곡선도 만들어내며, ‘공장용접’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현장용접 작업량을 줄여 경제성은 물론 품질과 안전까지 확보되는 점, 단일 업체가 시공함에 따라 다수 업체가 수행하던 단위작업 간의 간섭이 없어져 경제성도 높아졌다는 점, 현장 기능공들도 과거 수십 기의 발전소를 건설한 경험을 바탕으로 단위작업시간을 효율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점,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사업관리와 프로젝트 관리(PM) 기법으로 무장한 관리자와 감독들의 시공관리, 무엇보다, 외국기술이 아닌 순수한 우리 기술로 공사를 수행하는 것도 자랑스러운데, 동시에 순수한 우리 기술로 발전소를 설계하고 기자재까지도 납품한다는 점은 눈물이 날만큼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외국기술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을 습득했던가! 한국인 Designer에게 기술적 문제를 물어볼 수 있고, 한국인 Supervisor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할 수 있으며, 한국 Maker를 곁에 두어 하자처리를 쉽게 할 수 있고, 한국인의 After Service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AE를 맡은 KOPEC에서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이스라엘의 한국형 초임계압 발전소 프로젝트는 그간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던 한국형 표준석탄화력의 장점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두산중공업이 인도에서 펼치는 대규모 발전소 건설사업 소식 또한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일이다.


행사에 참석한 중요 인사인 제작사 두산중공업 홍성은 부사장과 시공사 금화 PSC 박수탁 회장님이 모두 한전 출신 선배라는 점도 흐뭇한 일이었고, 두중의 현장소장은 내가 아끼는 후배 홍복선이다.

 한편, 식이 끝나고 만찬석상에서는 여러 가지 얘기가 쏟아졌다. 우리가 건설을 잘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하는 가운데 손동희 건설처장이 말한 “아직도 멀었어요”라는 말은 잠시 좌중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만들기도 하였는데, 사실 우리가 최첨단 시공기술을 보유하기에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있는 줄 안다.

“선진국에서는 시공용 Lift Car 아닌 Elevator를 두 대씩이나 운용하는 데도 있다”는 얘기도 그 자리에서 나왔고, 지상에서 올려주는 모든 부재에 전자Tag을 붙여 휴대 단말기로 손쉽게 위치를 찾아 공사시간을 대폭 줄이는 전자시공법이 일본에서 시행 중인데, 우리도 얼른 개발했으면 하는 생각도 해 봤다. 이런 시공기법은 건설회사가 스스로 투자하여 연구해야 가능한 일인데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회사가 출현하지 않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공사관리기법에서도, 각 시공분야별 담당자들이 오늘의 한 일을 입력시키면 컴퓨터가 종합공정을 자동 집계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또, 고효율을 위해 증기조건을 상향함에 따라 고온/고압부 용접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장 용접사 평균연령이 45세에 육박하는 점이나, 이른바 ‘도비’라 불리는 비계공과 배관공 또한 젊은 기능공이 줄어듦에 따른 애로사항이 크다는 점, 외국인 근로자 투입의 불가피성 등도 우리나라 시공업계의 난관으로 되어있다는 우려의 소리도 들었다.


더 우울한 소문은, 이제 발전소 건설공사도 황금기를 넘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내산업의 해외 이전은 연평균 두 자리 숫자의 발전설비규모 성장을 한 자리로 낮추어 버려, 벌써부터 전력수요는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이런 때에 발전사업과 관련된 설계, 제조, 시공회사와 정비 및 발전사업자가 생각하는 것은 신규사업개발과 해외진출일 것이다. 다 함께 손을 맞잡고 共生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많아져야 하는 것 아닐까? 

소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 이용과, 집단 열공급, 분산형 전원개발 사업을 적극 개발해야 함은 물론이고, 해외사업개척이 중요한 활로가 되는데, 시운전과 O&M에는 필리핀과 대만에서의 성공으로 국내발전회사들은 능력 발휘할 때를 항상 기다리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가로림만’ 조력을 추진하여야 하겠지만, 더 멀리는 보령 앞바다와 안면도 끝을 잇는 ‘천수만 조력’사업을 개척해야 할 줄 안다. 너무 허황된 얘기라 생각하지 말고, 우리가 국영기업일 때 힘을 모아 국가적 사업으로 천연자원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얼마 전 중국에서 발표된 ‘金沙江 水力’계획은 그 규모가 삼협댐 1,820만kW를 훨씬 능가하여 완성후의 총 출력은 3,850만KW에 달한다고 한다. 천수만(淺水灣) 조력발전도 성사된다면 매우 큰 축에 들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석회석이나 좀 나지 석탄마저 고갈상태다. 동해안의 거센 파도도 좋지만, 아무 때나 파도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서해안의 조력이라는 거대한 에너지가 하루 두 번 들락거린다. 이를 잘 활용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해안생물 채취 감소,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환경론자 반대가 뻔하게 보이지만, 어느 작은 발전회사가 아닌 국가사업으로 추진하여, 역내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발전 수익을 나누는 등의 방법도 강구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발전소 건설사업이 줄어든다고 건설에 종사하던 인력을 너무 많이 감축시키는 관행도 시정할 일이다. 그렇게 되면 건설기술의 단절도 안타까운 노릇이고, 시운전이 끝나 초년도 계획정비를 마칠 때까지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건설한 발전소에 무엇이 시정할 점인지 ‘Feed Back 요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다음에 더 좋은 발전소를 계획하고 설계할 수 있는 것.

 우리도 한수원처럼 ‘차세대 원자력’같은 대형 프로젝트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火力人들의 살 길이 열린다. 그러므로 현재 연구개발이 한창인 100만kW 超超임계압(USC)발전소 기술을 잘 완성시켜서 거대한 중국시장과 인도, 곧 수명한계에 도달하는 日本과 美國 그리고 유럽의 노후 발전설비 대체건설 시장을 노려야 한다.

이 100만kW USC 프로젝트는 연구진뿐 아니라 우리 발전소 사람들이 그동안 쌓아온 발전소 운영기술을 총집결시켜, 재해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선진화된 IT를 구사하고, 신뢰성이 확실한 Control Logic을 구성하며, 최고의 지원이 가능한 제3세대 운전지원시스템을 지님으로써 한국형의 탁월성을 세계만방에 과시하여야 한다. 


오늘은 멋진 발전소 건설현장을 보고 또 관련업계 종사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많은 생각을 해본 하루였다.


*2022년 현재

 태안 7호기와 8호기는 두 호기가 동시에 건설, 준공되었는데, 그 후에 들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는 나의 학교 후배 두산중공업 홍복선 소장의 말은 우리 시공역량을 잘 나타내 주었다.

  超超임계압(USC)발전소 기술은 한전-두중이 주도하여 연구 개발이 완성되었고, 그것을 실증할 설비를 설치할 수 없을만큼 큰 발전소이므로 바로 실용할 설비로 건설하자니, Risk가 크다고 발전 5사가 서로 미루다가, 결국 신보령화력에 설치하여 무탈하게 잘 운전하고 있어 대 성공을 거뒀다. 이어 이것은 고성하이, 강릉 안인, 삼척 그린파워 등에 적용되었고, 이미 준공했거나 시운전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은 지자체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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