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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릉도원 김수형 Jan 01. 2023

발전소 민원 해결---진심이 담긴 마음을 나눠야

발전소 민원 해결---진심이 담긴 마음을 나눠야

  2003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원활하게 하려면 민원을 잘 해결해야 한다. 자자손손 대를 이어 살고 있던 

땅에 발전소가 들어온다고 산천이 의구하지 못하는 대공사가 벌어지고, 고향 마을이 없어진다.

심정적으로 좋아할 리가 없다. 많이 배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멋진 사택을 지어 밤에도 환하게 불

밝히고 산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과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 위화감이 생긴다. 이런 

분위기를 방치하면 안 된다.


크고 작은 민원들

보령화력발전소 과장 시절에, 김동주 소장님과 우연히 둘이 있게 된 어느 날 일이다. 소장님이 내게 물어보셨다.

“김과장은 지금 발전소 주변 농촌에서 ‘논에 물이 다 말라서 발전소 물 좀 나눠달라’는 민원을 어떻게 생각해?”

발전소에서 공업용수의 소중함을 아는 나의 대답은 단 1초의 망설임이나 고려도 없이 단박에 단호했다.

“물을 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한 번 주면 앞으로 자꾸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던 며칠 후에 알게 되었는데, 발전소에서는 주변 논에 물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은 나의 고지식하고 편협한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지는 일이다.

  그 십 수 년 후에 근무하게 된 태안 발전소에서, 평소 먹는 물을 공급해달라는 주변지역 마을에, 본부장께서 공업용수도 아닌 정수기를 거친 음료수를 공급해 주게 되었는데, 나는 마음으로 “참 잘했다”라고 생각했다. 김동주 선배님의 교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별천지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

시골 바닷가나 산골에 넓은 경계울타리를 치고, 밤이면 훤하게 조명등을 켜서 사람들의 무단 진입을 막고, 그 안에서는 몇 층 아파트 집집마다 불을 훤하게 켜 불야성을 이루고 사는 한전 발전소 사택. 아이들은 원주민(?) 아이들보다 더 예쁜 옷에 멋진 운동화에, 좋은 학용품을 쓴다. 

시골 토착민들에게 사택은 별천지 나라로 보이고, 그 때문에 때로는 적의를 가질 수도 있다. 시골 아이들에게 사택 아이들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 

발전소가 아무리 관청의 인허가를 받아서 건설된 공기업이라지만, 그래서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민원에 독불장군은 없다. 많은 일들을 겪은 연후에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도 마련되었고, 많은 발전소들이 지역협력사업 이름으로 경로당, 게이트 볼장 설립 등 많은 시설을 건설해주거나, 지역의 대소사에 참여하며, 장학금 지급 등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많은 발전소들이 발전소 울타리 밖에다 ‘전력 홍보관’을 만들어 학생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들어와서 발전소를 이해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역 생산품을 직판하는 가게를 열어 지방민을 돕기도 한다.

어떤 발전소는 국내 개봉 영화를 동시에 개봉하는 영화관도 만들고, 실내 체육관을 만들어 수영, 배드민턴, 볼링 등, 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만든다.  


사택 자녀 교육문제

어느 발전소 사택에 살던 시절 이야기다. 사택 가구수가 200호가 넘는데, 사택에 살면서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숫자가 해마다 줄어들고, 심지어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는 3명 밖에 안 되더니, 학기가 바뀌자 그 셋 다 다른 데로 전학을 갔다. 

도시에서 공부를 가르치려는 ‘맹모3천지교’의 우리 엄마들 마음을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고, 또 막아서도 안 되는 일이기는 한데, 이런 지경에서 지역협력을 아무리 외친들 지방 사람들과 마음으로 협력이 될 리가 없는 것 아닌가? 

오죽하면 나는, “진정한 지역협력은 사택 가장 가까운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를 ‘명문학교’가 되도록 집중지원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고등학교만 명문이 되면, 아마도 서울로 보내는 아이들 수는 줄어들 것 아닐까 하는 수를 냈지만, 내 혼자 생각에 그치고, 성사되지는 않았다. 

 김봉선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제주도 한림복합 고봉우 소장은 자신이 제주도 출신이지만, 초/중등학교에 장학금을 전해줄 때는 자신이 안 가고, 반드시 해당 학교 출신 사원을 보내서,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선배가 인근 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진심을 나눠야 한다. 진심이 담긴 마음을 나누면 민원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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