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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년간 일기 쓸 수 있나요?

읽을 때마다 진정 행복해진다

by 현동 김종남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오늘도 나는 /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 ” < 행복 / 유치환 >


하나의 주제를 놓고 얼마나 오랜 기간 일기를 쓸 수 있을까. 청마(靑馬) 유치환은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로 20여 년간 일기 쓰듯 엽서를 썼다. 우체국에 가서 하루 한 장씩 엽서를 써서 보낸다. 남아 있는 것만 5천여 장이란다. 시 <행복>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사랑 편지를 쓰는 행복 이야기이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산다. 사랑받으면 행복하다. 그러나, 사랑받느니보다 사랑 편지를 쓰는 길에서 행복은 더욱 꽃을 피운다. 우린 태어나서 지금까지 얼마큼 누구에게 편지를 써 보았는가. 우체국이 아닌 내방에서, 바람 날리는 창밖 운동장을 내려다보며 일기장에 편지를 쓴다. 나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다.

청마는 우리에게 사랑 편지를 남겼다. 읽을 때마다 진정 행복해진다. “(---)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행복 / 유치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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