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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우리를 구원한다

by 현동 김종남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 //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 쓸데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 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

<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카 >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나 사물이라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는 없다. 너도나도 모두 사라질 운명을 안고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199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여류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대로 사라지므로 모두 짠하고 아름답다.


생명체에 있어 사라짐은 곧 죽음이다. 역설적으로 죽음이 있음으로 순간순간 사라지고 있는 이 순간이 더욱 가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 죽음이 없는 인형이나 꽃잎이 떨어지지 않는 조화에서 우리는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혹시 두려움과 불안은 이 사라지는 끝,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정에서 자라나지 않았을까.

‘나는 반딧불 / 황가람’ 노래를 들으며 <두 번은 없다>를 암송해 본다. 반딧불처럼 반짝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가슴에 담아본다. 아름다움은 우릴 구원한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 두 번은 없다 / 비스와바 쉼보르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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