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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삼이칠 Jun 26. 2024

자식의 가슴속 응어리는 누가 풀어야 할까

가족의 울타리에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더불어 잔재도 남아있다.

사진: UnsplashRaymond Petrik


요즘 친구와 화두가 되고 있는 일요일 9시 10분에 방송하는 JTBC'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에 지난주 방송분에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어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게 되었다.

어느새 조금은 멀어져 버린 모녀가 여행을 통해 잊고 있었던 서로의 궁금증과 사랑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것이 엄마를 부를 수 없는 친구와 나에겐 부럽기도 하고 혼자 엄마들을 이해해 가는 또 다른 도구가 되고 있다.

지난주에 이효리와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늘 이야기하는 우리 속의 어린아이가 아직도 그녀 안에서 아파하고 자기의 얘기를 들어주길 간절히 기다리는 조금은 쓸쓸한 모습이 애잔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한낮의 꿈을 꾸고 현실로 돌아온 듯 어머니가 땋아준 머리를 풀고 칠해준 매니큐어를 지워버리는 모습이 새록새록하다. 빗속에서 말 안 듣는 8살 소녀가 혼자만의 아픔을 목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 더욱더~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어떤 말을 또 듣고 싶었을까!


예전 친할머니는 고모집에서 다자녀를 키울 때  도움을 주시다가 어느덧 아들네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셔서 우리 집에 많이 계시게 되면 아버지는 바람 불면 훅 라갈 것만 같은 그녀를 식탁에 앉혀 고래고래 목청껏 소리를 내어 울부짖던 그 모습이 소환되었다. 그 무슨 한이 그리 절절해서 어른이 되고 그때의 나이만 한 자녀들이 있음에도 뭘 듣고 싶어 저리 할머니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윽박을 지르실까!

그때마다 그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아버지는 매번 비슷한 상황을 악착같이 연출히는게 뫼비우스의 띠 같아 답답하고 마음이 소란스러웠더랬다. 어른스럽지 못하다 생각했다.


그럼 지금 다 돌아가신 나에게 함께 계신 대전현충원에 술 한잔 드리며 하소연할 마음의 응어리가 있을까!

생각해 보면 마음의 찌꺼기라고 할까 원망스러운  것은 있지만, 응어리라고 할 거 까지는 없다. 그때 왜 그랬냐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울부짖으며 그럴 건 없다. 그 방송분을 보면서 왜 어머니는 딸의 대화를 이어갈 마음도 들어줄 마음도 없어 보였을까! 왜 들어주시질 않을까~ 친한 언니가 혼자 자녀 둘을 키울 때 대학진학으로 첫째와 둘째에게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딸은 힘들었다고 가끔 자기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며 그때마다 오로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사죄 아닌 사죄의 말을 거듭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가슴을 후벼 파는 듯 아프다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이효리 어머니도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자신도 그게 아직도 아프고 되돌아보고 싶지 않을 만큼 상처가 나서 들춰내고 싶지 않으신가 보다. 요즘 읽고 있는 공지영의 "딸을 위한 레시피"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는데 엄마도 그럴 수밖에 없는 어린 나이였고 미성년자까지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딸이 40세 이전까지는 자기 자신의 상처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 글에 띵하고 한 대 맞은 거 같다. 우리도 어른이 되었지만, 우리가 어릴 때는 어른들에게 기대치가 있다. 어른스러워야 한다는~근데 살아보면 어른스러워지는 건 되어가는 과정이다.그걸 어릴 때는 몰랐다. 우리는 엄마도 어른도 할머니도 태어나서 처음이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내 안의 상처를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길

내가 상처를 주어도 내가 상처를 입어도 둘 다 아프다. 나 때문에 기분 나쁘다는 그 말에 사과는 하지만, 사과하는 그 사람도 마음은 놀랐고 아프다. 그래서 서로 사과하라고 말하고 사과한다고 말하고 사과해 줘서 고맙다 말해줘야 한다. 머리와가슴은 따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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