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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Apr 25. 2023

#1 교환학생 여행: 페로제도(1)

북유럽의 작은 섬

"Wanna take a trip to the Faroe islands?"

교환학생에서 만난 친구의 물음으로 시작된 여행.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곳으로의 여행의 시작이었다.

페로제도는 북유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덴마크령이지만 그들만의 국기가 있고 언어도 따로 존재한다. 위치가 아이슬란드와 가까워 오히려 언어는 아이슬란드와 더 가깝다고 한다. 아주 작은 섬인 이곳은 취항하는 공항도 아주 적다. 덴마크, 노르웨이를 포함해 서너 개의 나라로만 직항 항공편이 존재한다.

페로제도로 가는 비행기 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비쌌다. 그래서 여행을 시작하기 전 느낀 첫 감상은 '이만한 가치가 있을까?'였다. 그래도 한번 한 말을 물릴 수는 없다는 생각과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곳을 올까란 마음으로 여행에 나섰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고 가는 편은 아니다. 즉흥적으로 갈 곳을 정하고 인터넷 검색대신 지도에서 느낌이 오는 곳을 선택해서 떠나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여행을 제안한 친구가 처음부터 가고 싶은 곳을 정리한 문서를 공유해 주었다. 여행을 다니면서 무언가를 문서로 정리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고맙고도 미안했다. 덕분에 나는 아무 정보 없이 친구만을 믿고 여행을 떠났다. 정말 아무 사진도 찾아보지 않고 떠나서인지 페로제도의 감동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친구가 렌터카를 빌린 덕에 섬 전체를 차를 통해 이동했다. 친구들끼리 차를 타고 여행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편한 일인 줄 몰랐다. 나이제한과 유럽에서 valid 한 면허를 가진 친구가 한 명이라 내내 혼자서 운전을 했는데 너무 고마웠다. 우선 작은 섬이다 보니 대중교통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에 모든 것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행에서 차가 필수라고 느꼈다.

3월 말에 떠난 페로제도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출발 전에 날씨를 확인했을 때 여행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기대를 접은 뛰었다. 그렇게 도착한 페로제도에서는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었고 비가 오다가 그치고 10분 뒤에 눈이 오고 다시 10분 뒤에는 해가 뜨는 그런 날씨였다. 정말 '4 seasons in one day'였다. 하지만 기대치가 낮았던 덕에 조금이라도 해가 뜨면 날이 너무 좋다면서 서로 감탄을 남발했다. 잠깐의 좋은 날씨가 너무 소중했다.

첫날 간 곳은 Gasadalur 라는 폭포였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차를 세우고 약 10분 정도를 걸었어야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길을 걷는데 바람이 정말 세차게 불었는데 정말 몸이 날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바람에 맞서서 걷는데 앞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바람이 세고 추워서 사진만 몇 장 찍고 바로 차로 돌아왔다. 이 날씨에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하다 숙소 파일에 나와있던 교회에 가기로 했다.

Sandavags kirkja라는 이름의 교회였다. 페로제도를 여행하면서 교회가 정말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페로제도의 교회 전부가 지도를 보니 루터 교회였는데 찾아보니 루터교를 믿는 비율이 95퍼센트를 넘는다고 한다. 여기도 유명한 루터교회인 것 같았는데 규모가 크진 않았다. 그냥 작은 교회정도였다. 페로 제도의 교회를 보면서 중세시대의 투박한 교회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숙소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저녁과 아침 장을 보았다. 뭘 할까 하다 파히타라는 음식을 친구가 제안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었는데 토르티야에 여러 재료들을 넣어 먹는 요리였는데 정말 내 취향이었다. 그리고 서로 교환학생에 관한 이야기, 각자 나라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편안하고 참 좋았다. 서로 다른 곳에서 왔지만 지금 상황이 비슷한, 같은 교환학생이라는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들이라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대화들이라 소중한 시간이었다.

숙소 밖에서 보이던 저녁 풍경. 불꽃놀이 소리가 들려서 나가봤더니 멀리서 저런 귀여운 불꽃이 터지고 있었다. 숙소 밖이 바로 바다라 숙소 안에서 통유리로 바깥 풍경을 보는 게 계속 바뀌는 액자 속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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