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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Apr 29. 2023

#3 교환학생 여행: 페로제도(3)

 이틀간 날씨가 좋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인것인지 아침에는 해를 볼수 있었다. 그래서 여행을 제안한 친구가 꼭 가고싶다고 했던 Bøsdalafossur waterfall라는 호수에 하이킹을 가기로 했다. 하이킹을 하기 위해서 입장료를 내야했는데 200크로네 정도로 약 4만원이었다. 비싼듯 싶었지만 그래도 하이킹 한번정도는 꼭 하고싶었고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하이킹하는 길의 풍경이다. 도착까지 40분정도 걸렸는데 가는 길이 험하지도 않고 평지가 대부분이라 힘들지 않았다. 파랗다 못해 남색인 호수를 끼고있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직 산 꼭대기에 쌓여 있는 눈도 아름다움을 더해줬다.

절벽 밑으로 치는 에메랄드 색의 바다의 파도가 예뻤다.

이곳에서 느낀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깎은듯한 절벽 밑으로 푸른빛의 바다가 펼쳐진 자연이 어떤 곳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내리치는 폭포를 바위에 앉아서 바라봤던 이때의 기분은 계속 잊지 못할것 같다. 교환학생을 오면서 집에서 멀리 떨어져서인지 언어도 환경도 너무 달라서인지 미묘하게 우울한듯한 기분이 계속 들었었다. 적응을 잘 못하나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런 풍경을 가만히 보면서 있으니 다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냥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왜 사람들이 대자연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이해가 됐다. 우리말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탁 트인 풍경을 보면서 고요 속에 바다소리만을 들으며 가만히 서있으니 정말 위로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 

하이킹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아침의 쨍쨍한 날씨가 거짓말처럼 눈으로 바뀌었다. 오히려 그게 더 오전의 하이킹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딜 갈까 하다 saksun으로 향했다. 역시 페로제도의 날씨는 요상해서 언제 눈이 내렸냐는듯 다시 맑은 하늘로 바뀌었다. 물론 금방 다시 눈이 내리기는 했지만. 

노을을 보기 위해서 sunset point라고 지도에 나와 있는 곳으로 차를 타고 가봤다. 첫날에도 왔던 곳인데 바람이 엄청나게 불었었다. 이곳이 문제였던 것인지 이날도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내려서 사진만 몇장 찍고 바로 차로 돌아왔다. 서쪽이 아니었던건지 해가 직접 보인게 아니라 아쉬웠다. 그랬다면 더 멋있었을텐데 말이다.

페로제도에서의 마지막날! 마지막 일정으로는 fossa waterfall으로 갔다. 뜬금없이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 처음엔 그냥 지나쳤다 다시 돌아왔다. 페로제도에는 작은 폭포들이 고속도로 바로 옆에 있는 곳들이 많았다. 아무튼 이 폭포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폭포가 위에 하나 더로 두개가 계단처럼 이어져 있다. 구글 지도에서 리뷰를 보고 꼭 보고 싶어서 올라가보자 했는데 눈이 쌓여 있어서 두명은 포기하고 둘이서만 하이킹을 시도했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는 길이 등산로가 따로 있는게 아니라 너무 위험해서 중간까지만 오르고 다시 내려왔다. 여름에 와서 눈이 없었으면 올라갈수 있었을거 같은데 살짝 아쉽지만 충분히 멋있었으니 만족한다.

페로제도의 공항은 굉장히 작다. 도착지도 4개국 정도인걸로 알고있다. 우리가 갔을 때에도 코펜하겐으로 가는 비행기 두대가 그날 비행기의 전부였다. 2시, 7시 비행기였는데 사람이 적었는지 2시 비행기가 캔슬되고 7시 비행기로 합쳐졌다. 승객이 없어서 비행기를 합친다니 정말 처음 겪는 일이었다. 차를 반납해야 해서 공항에 가면 그래도 할게 있겠지란 마음에 일찍 공항으로 갔는데 할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카페도 문을 닫고 보안 안 검색대가 닫혀있어서 면세점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다. 작은 공항들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여기가 제일이었다. 그래도 저녁 비행기로 바뀐 덕에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마지막까지 페로제도의 풍경을 원없이 즐겼으니 만족한다.


많이 생소한 페로제도 여행기는 이걸로 끝! 사실 페로제도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오로라 헌팅을 이미 실패한 입장에서 굳이 오로라가 아니라면 페로제도는 여름에 가는게 훨씬 좋을것 같다. 가지는 않았지만 5월부터가 마이킨이라는 섬에 살고있는 특별한 새들을 볼수 있는 때이기도 하고 날씨도 그때가 훨씬 좋을것 같다. 페리를 타보고 싶기도 했고 하이킹도 더 했으면 좋았을거 같지만 이런 특별한 곳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되고 갔다온 것으로 만족한다. 여행갈꺼냐고 물어봐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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