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늘 골다골증 진단을 받았다. 엉덩이뼈, 다리 뼈 모두 괜찮은데 허리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2년간 경계선상에서 칼슘 영양제만 먹었는데 오늘은 골다골증 진단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 6개월마다 한 번 맞는 주사라며 간격을 정확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간암 이후 신체에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골다골증 때문에 몸이 좋지 않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아이러니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암 때문에 건강해지고자 한 8kg을 빼고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는데 골다골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급격한 체중 감량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다시 살을 찌워야 되나요?"라고 묻자 그건 또 아니란다. 참 건강해지는 것이 어렵다.
불운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염이 다 간암이 되는 것이 아닌데 간암에 걸리고 남성의 5%만이 골다골증에 걸리는 것이라는 데 그 5%에 들어버렸다. 간염약을 먹을 때도 간혹 부작용이 있다는데 이 간혹에 두 번 다 걸려 약을 바꾼 일도 있었다. 심지어 신약 시험을 위해 생검 검사를 했는데 그때도 아주 극히 드물게 신약 시험자가 될 수 없다하여 그런가보다 했는데 그것이 나였다.
아내에게 풀이 죽어 이야기를 하자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고 위로를 준다. 다행히 간암부위가 좋아 간조직을 제거하지는 않았고 3개월 검사에 아무 이상이 없으니 감사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감사할 일도 많다. 이룬 것들, 얻은 것들을 당연히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멀쩡한 몸으로 선선한 공기를 느끼고 아이와 부드러운 대화를 하는 것도 감사한 일이며, 적당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 내일 일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감사할 일일 것이다. 지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는 것도 감사할 일이겠다.
그래도 하나님께 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왠지 내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는 것 같아 자포자기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이것이 하나님에 대해 주먹을 휘두르며 분노하는 것으로는 이르지 않는다. 오히려 로뎀나무 아래 앉아서 이제 도와주실 때도 된 것은 아니냐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되뇌이게 된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짝 엎드린다. 그의 손이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기를 기다린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지만 의외로 편한 마음의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