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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Apr 11. 2024

49: 땅거미 지는 시간마저 아리쓰리 음미한다

제목: 말 할 때 생각안하고 말하는 사람 & 따뜻하게 자야된다.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3일_말 할 때 생각안하고 말하는 사람>

절대로는 하나님이 쓰시는 말이다.
사람이 쓰는 말이 아니라
절대라는 말은 이 세상에  없다.
그건 아무도 쓸 말이 아니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4일_비만탈출 작전 1>

누구인가 누가 지금 여기를 지나가는 게냐 저는 그냥 베달 하려고 하는 것인데요. 베달 베달 내 어 아마바마 왜 맛 없어 여봐라 저는 그게 아니옵소서 이거는 무엇인가 이거 콜라인데여요. 서비스에요. 서비스 서비스 우와 아마바바 정말 맛있싸옵니다. 어서 드셔보십니요. 우와 정말 맛나고만 정맛 맛나 하 하 하 요즘 이게 핫하다고 해서 한 번 시켜봤느니라 우와 잘도 드시네 그날 부터 임금과 세자는 기름지고 달고 짠 음식만을 골라목게 된 것이다. 전하 식사할 시간이옵니다. 전하 지금 뭐라고 하온게냐 식사할 시간이에요.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게 안보이내냐 이걸 먹었는데 식사를 하라니 마구마구 먹어서 살이 찌라는게 뭐냐 그러니깐요. 여봐라 세자야 여봐라는 내꺼다. 여봐라 당장끌어내라 내 전하 저는 그개 아니라. 하지 마세요. 끄러내면 죽일 거예요. 끌어내면 죽인다. 이 녀석이 까불고 있네 왜 때리는 것인지 몰라 전하 전하 전하 그 뒤로 임금과 세자는 오랫동안 식습관을 말리지 못하였고 다음날 아이 살이 찌니까 걷기도 힘들어요. 너무 힘듬니다. 아바마바 살이 너무 많이 쪄서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었던것이였다.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7일_따뜻하게 자야된다.>

춥게 자면 감기 안 낳는다. 짧으면 3 4일 길면 1 2주
3일 걸릴수도 있고 5일 걸릴수도 있고 1주일 지났는데도 안 나을 수도 있고
37.5도 되면 학교 못 간다. 가도 소용없다. 집으로 가라고 한다. 원래 사람 채온이 36.5도이다. 0.5도 만올라가도 살짝 열이 있는 것이다. 38도 되면 더 아픈것이다. 38.5도는 고열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8일_군만두>

다음에는 군만두도 사준다고 했다.
군만두는 만두를 튀긴 것이다.
만두를 구은 것이랑 거의 비슷하다.
군만두
김치만두
왕만두
찐만두
고기만두
고기 만두는
고기가 들어
있는 만두야
찐만두는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8일_여봐라>

누구인가 누가 신통방통한 것을 만들었나  그것은 제 껏 이온데 뭐라 나는 임금이고 너는 신하다 나는 임금이고 너는 신하란 말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4월 19일_점신간식>

점심으로 돈까스
햄버거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우유
학습지 선생님이 늦어도 울지 않을 것이다. 사고나면 천천히 오세요. 하고 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1분지각 했다.차타고 왔다. 걸어서 오면 저녁 6:00 대야 주완이 만나러 올 것이였다.
엘림수업 늦게 끝나도 울지않을 것이다. 30분이 될 수 도 있고 35분이 될 수 도 있다. 끝나면 40분이 되는 것도 아니고 끝나면 50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초2adhd일기 2023년 4월 20일_점심>

점심으로 돈까스 점심으로 햄버거 그만하시오 돈가스 햄버거가 있지 않겠소 간식으로 아이스크림 간식으로 우유 그만하시오 우유 아이스크림을 먹읍시다.
<초2adhd일기 2023년 4월 23일_해야될말 하지말아야 될 말>

어렸을 때 야야 거렸으면 아빠는 맞고 쫓겨날 뻔했다. 야 야 거리는 사람도 없다. 야 야
<초2adhd일기 2023년 4월 23일_엄마>

따른 애들은 엄마 때리려고 하는 애들도 있다.
 어떤 애들은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는 애들도 있다.


어두워지는 하늘 밑에 벚꽃나무 실루엣 사이로 간간히 향내가 달다. 낮동안 하얀 벚꽃들을 보느라 바쁘던 눈이 쉬게 되니 코가 예예민지는 시간이다. 달큰한 향이 마음 속까지 밀려온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사랑하는 아들과 데이트를 하고 돌아오는 엄마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아래에 서 있는 어슴프레 노을비끼는 저녁.


그런데 이 상황이 전혀 즐겁지가 않다. 토요일 종일 꽃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에, 아들은 징징거리고 엄마는 지쳐있다. 신비한 그림처럼 펼쳐진 저녁 노을 비끼는 귀길, 얼굴도 보이지 않는 아들의 실루엣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엉뚱한 말을 하고 그 불통의 벽이 마음이 아리고 쓰리다. 이윽고 땅거미 같이 내려 앉은 어둠이 야금야금 심장을 파 먹는다.


하나님께서 온누리에 모든 것을 베푸셨으니, 응당 만 가지 행복과 감사거리가 넘쳐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부족한 그것이 내 인생곡선을 마이너스 쪽으로 기울어지게 한다. 부족한 아들, 부족한 엄마. 어차피 불완전한 것이 인생이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 모든 날갯짓이 무슨 소용인가! 그런 얼룩진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표정을 잃고 마음에 우울모드가 되게 했다. 한낮에 빛나던 모든 것이 일순간 어둠에 덮이고 참아냈던 고달픔도 더 이상 아프지 않다. 무색, 무취, 무통... 아~ 피곤하다. 졸리다. 절망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아 더 깊이 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주일을 맞이하였다. 야곱의 두 아내 라헬과 레아 중에서 관심받지 못했던 레아에 관한 본문을 들려주셨다. 야곱은 형을 속이고 장자권을 빼앗아 목숨의 위험을 느껴서 삼촌 라반의 집으로 도주하였다. 낯선 땅에서 만난 어여쁜 라헬은 더 사랑스럽고 의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 언니 레아는 전혀 안중에 없었다. 삼촌 라반의 속임수로 언니가 동생보다 먼저 결혼하는 법이 없다며 레아와 라헬을 두 여인을 아내로 주었다. 한 남편을 사랑하는 두 자매에게 비극은 피할 수 없다.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라헬의 입장이 아니라 어둡고 서러운 고백들이 말씀 본문에 나왔다. 그녀가 첫아들을 낳고 둘째 아들을 낳고 셋째 아들을 낳을 때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남편의 사랑을 갈구했는지 모른다. 넷째 아들을 낳고서야 드디어 이 모든 것을 섭리하시는 하나님이 보인 것이다. 설교강단을 바라보다가 예배당 정중앙에 들려 있는 눈을 들어 십자가를 빤히 바라봤다. 나도 현실에만 매여 살지 말고 십자가를 바라보아야겠다. 하늘과 대지 사이에 한 인간으로 세워주신 절대자의 뜻이 있음을 믿는다. 빛이 없으면 어둠인 것이다. 아무런 희망이 없으면 절망인 것이다. 며칠 동안 마음을 가득 드리웠던 어둠이 일말의 빛이 스며든다. 핑크빛 희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망의 주님께서 주신 한줄기 빛이 한없이 무너져 내리던 마음을 붙들고, 다시금 무릎을 일으켜 세울 힘을 준다.


암막 커튼을 열어 젖힌 다음, 핸드밀에 커피콩을 한웅큼 집어 넣고 조금 굵게 갈아서, 거름종이를 깔고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자. 향이 그윽하다. 맛이 쓰면 물을 더 넣고 좀 달게 먹고 싶으면 메이플 시럽을 한스푼 첨가하면 된다. 아니 오늘은 그냥 본연의 맛대로 쓴 커피를 음미하며 기운내자. 분명, 어둠이 깃든 시간들 속에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다시금 부족한 엄마가 부족한 아들을 보듬어 안고 오늘이라는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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