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여수 & 포천 & 컴퓨터 나빠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2월 28일_여수>
여수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여수에는 밤바다가 있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1일_여수팬션>
펜션 주의사황
퇴실간은 오전 11시입니다.
퇴실 전 물건은 꼭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퇴실 후 쓰레기 바깥 에다가 버리지 마시요.
펜션 주의사황 고기 생선 튀김 긁지 마세요.
냄새나요.
감사합니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2일_여수펜션 201호>
여수펜션 201호에서 뛰면 1층에서 올라온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3일_여수펜션 303호>
여수펜션 303호에서 뛰면 2층에서 올라온다. 1층에서도 올라오고
어수펜션 101호 예약했다. 대전다음에 추부나오고 추부다음에 금산나오고 금산다음에 무주나오고 무주다음에 장수나오고 장수다음에 함양나오고 함양다음에 남원나오고 남원다음에 구례나오고 구례다음에 순천나오고 순천다음에 황전나오고 황전다음에 여수나온다. 여수가 부산이랑 통영만큼 먼 것이다.
여수열차 타고 오동도 갔다.
오동도가 1번째다.
오동도 구경하는 시간이 짧다.
유람선도 탔다.
유람선은 시간이 50분이다.
여수밤바다라는 노래가 있다.
여수에는 출렁다리도 있다.
여수에가면 산도 있고
여수에가면 밤바도 있고
여수에가면 출렁다리도 있고
여수에가면 유람선도 있고
여수에가면 열차도 있고
여수에가면 오동도도 있고
여수에서가면 섬도있지
<초2adhd일기 2023년 3월 4일_여수펜션 202호>
여수펜션 202호에서 뛰면 1층에서 올라온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7일_여수팬션2층>
여수팬션 2층에서 뛰면 1층에서 올라온다.
여수펜션 뛰라고 1층 예약했다. 실컷 뛰어 놀으라고
101호 예약했다.
저녁 안 먹고 3바퀴반 운동할것이다.
오늘 절반 3.5바퀴는 축구 할것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8일_여수팬션3층>
여수팬션 3층에서 뛰면 2층이랑 1층에서 올라온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11일_컴퓨터 나빠>
컴퓨터 쓰지마 이제 만지지도말고 뭐 중요한거 하면 까불거에요.
<초2adhd일기 2023년 3월 11일_여수 해들채펜션 1층>
여행 간 여수페션 이름이 해들채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3월 15일_여수펜션 301호>
여수펜션 301호에서 뒤면 201호랑 101호에서 올라온다.
<초2adhd일기 2023년 10월 14일_포천>
포천시청에는 포천에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엄마, 은하면 가서 살고 싶어요."
불안도가 높은 아이는 또 갑툭튀를 날린다.
"네가 뭘 알다고... 너 은하면 가봤어?"
엄마의 날카로운 어조에도 굴하지 않는다.
"나 알아요. 네이버 길 찾기로 찾아봤다니까요."
영 뜬금없는 말을 아니다. 또 한 번의 교육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민감한 아이는 이사에 대한 엄마와 아빠의 대화를 유심히 들었을 것이다. 지금 다니는 소규모 시골 학교는 자연환경, 마을환경도 좋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교우들이 익숙하다. 그런데 중학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중학교 입학을 염두에 두고 이사 갈 곳을 찾는 중이다.
생각해 보면, 거의 2년에 한 번 꼴로 이사를 했던 것 같다. 결혼하자마자 홍도동 파밀리에 8층에서 2년 동안 살았다. 고가 높고 샹들리에게 멋들어진 집이었다. 그러나 맨 꼭대기층이고 서향이라서 여름엔 덥고 겨울에는 추웠다. 호수(형 가명)를 4월에 출산하고 약해진 몸으로 추위와 더위랑 싸우느라 죽는 줄 알았다. 호수가 돌이 지나고 나서 세종 신도시로 이사 가서 아름동에 2년, 고운동에서 3년을 살았다. 세종시의 환경은 깨끗했다. 집도 도로도 반듯반듯하고 새 아파트마다 놀이터가 큼지막하니 아이들 뛰어놀기에 딱 좋았다. 그런데 호수가 발달지연을 보이고 adhd라고 진단받았을 때부터 그 아파트 숲이 삭막하게 느껴졌다. 그곳에서 세 살 터울 호반이(동생 가명)를 낳았다. 4살 아이와 1살 아이를 데리고 발달치료센터를 센터치료를 받기 위해 매일 걸어 다녔다. 호수가 유치원 입학을 할 때, 세종시에서 아름동에서 고운동으로 이사를 했었다. 가락마을 앞에 온빛유치원 온빛 어린이집에 각각 아이들을 재원 시켰다. 오전에 고운중학교에서 교과교실제 영어강사로 일을 하고 오후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까지 걸어 다녔다. 최근의 이사는 큰둥이 초등학교와 막둥이 유치원 입학을 위해서 대전 외곽 시골로 이사해 온 것이었다. 대청호수의 칼바람이 매섭던 12월 말일 이사를 했다. 처음 겪어보는 전원생활이라 몸도 마음도 대비를 못해서인지 더 험난했던 날들이었다.
그 후로 3년이 흘렀다. 이번이 마지막 이사였으면 하는 바람도 같인 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항상 이사의 목적과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이었다. 맹모삼천지교까지는 아니지만, adhd 발달지연 아이에게 적합한 교육환경과 교육방식이 항상 고민이다. ADHD 연구의 대가이신 바클리 교수님은 아이를 위한 최고의 환경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그 최고의 환경을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적응을 잘할 수 있는 학교와 따뜻한 이웃들이 있으면 더없이 좋겠다.
그동안 여러 경험을 해보니, adhd 증상을 가진 아들에게 따라붙는 문제들은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아이가 상처를 덜 받을 만한 환경을 찾기란 도무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아빠의 직장과 엄마의 취향도 고려한 장소를 찾아야 하니까 말이다. 엄마는 도서관이 있고 산책로가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아빠는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제주도나 국내외 어디든 갈 수 있다. 한국에서 집 찾는데 실패하면 영어를 쓰는 아시아권에 단기 이주하는 것도 폭넓게 고려해 본다. 아직 큰 벽에 부딪히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도 선택지는 다양하니 분명 돌파구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찾아보자!
그래서 당연히 요즘 남편과의 대화의 주제가 이사에 관한 것이다. 호수는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착하고 순수한 아이다. 어린 게 뭘 안다고 네이버 부동산을 뒤져서 이사를 돕고 싶은 모양이다. "추부면 살면 안 돼요?" "이 길로 가면 예당 저수지가 나와요." 호수는 네이버 길 찾기를 하면서 그곳에 지리를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어른들의 대화에 깜빡이도 없이 끼어든다. 어찌 탓하랴! 미지의 세계까지 온통 머리로 꿰고 있다는 듯이 해맑게 웃는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