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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라고 Feb 18. 2024

42: 학교 놀이터 구름사다리에서 떨어진 날

제목: 철봉에서 떨어진 날 & 병원간 날 & 불평불만 등등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1일_철봉에서 떨어진 날>

내가 오늘 철봉에서 떨어졌다.
그런데 오른쪽 팔을 다쳤다.
그래서 크게 다쳤다.
다음에는 안 다치도록 조심할 것이다.
내일 다목적실에서 공연 볼 거시다.
어제보다 100배는 더 났다.
그런데 한 가지가 문제다.
박자가 너무 빨라서 문제다 2배는 더 빠르다.
팔 다치고 다리 다치고 앞에 못 보고 말 못 하고 그런채로 살면 장애인이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2일_병원간 날>

힘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어른되면 더 힘든 일이 생길 것이다.
아빠도 회사에서 일하느라 힘든데 볼링도 가고,저녁때 축구 하면서 놀아준다.
왜 더웠나면 마스크 써서 더웠다.
12월 되면 더춥다.-2도까지 떨어진다. 낮기온도 4,5도밖에 안 된다.
어제 왜 불편하게 잤나면 어제는 오늘보다 많이 부워서 그렇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3일_바른생각병원 가는 날>

다음주에 또 병원 간다.
다음주에는 다 낳았는지 안 낳았는지 본다.
다음주에는 어제보다 더 쉽게 한다.
아빠도 다음주에 고생한다.
나도 어제 고생했다.
고생하기 싫으면 안 다치면 된다.
답답해도 깁스 풀면 안 된다.깁스 풀면 8일,9일 이렇게 쭉쭉쭉쭉쭉 늘어난다.엄마가 나보다 더 고생한다.엄마는 아산병원에서 피도 뽑는다.엄마도 나처럼 에마라이 찍었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6일_염자>

다행히 부러지지는 안았다.
부러졌으면 붕대를 칭칭 감아야한다.
붕대 풀면 안 된다.
풀면 낳는데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
1주~3주정도 걸린다.
5일~20일 정도 걸린다.
철심박으면 아프다.
철심박으면 한달걸린다.
<초2adhd일기 2023년 11월 7일_불평불만>

무엇이 불평불만이냐면 6일이나 지났는데 낳지 않는 것이다.
잠자는 시간에 안 자고 딴 짓해서 깁스 푸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낳는 것은 아니다.
의사선생님이 괜찮아요 하고 얘기해야 다 낳은 것이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왜 모르냐면 안 갔으니까 모른다.
팔 뒤집는 것 안 하면 아픈지 안 아픈지 실험할 수 없다.
갈수록 더 붓고 있다.부은 것도 하루 이틀 지나면 사라진다.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린 해였다. 대추농사도 망쳤다. "보운 아가씨 추석비에 운다"던 속담처럼 큰 대추나무에서 대추 몇 알도 못 건졌다. 그렇지만 비가 주춤하고 연일 해가 난다. 평온하게 흘러가는 어느 날, 이렇게 순탄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단조로운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정적을 깨듯 "띠리리링" 핸드폰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화면을 보니 "00 학교" 전화를 받기 전부터 마음이 덜컹거린다. "여보세요?" "어머님 저 주완이 담임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말속에 다급함이 느껴진다. 주완이가 오늘 점심 급식 먹고 놀이터에서 떨어져서 팔이 다쳤다고 한다. 놀란 마음을 애써 누르며 놀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황급한 걸음으로 아이를 데리러 갔다. 돌봄 교실 창가에서 아이를 부르고 학교 현관에서 기다리는데, 아이는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인다. 아이 보고 괜찮냐고 팔을 움직여 보라고 하니 아프다고 잘 못 움직인다. 학교 언덕을 내려와 교문쯤을 지나며 남편에서 전화를 걸었다. 아이가 다쳐서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이다.


저녁때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정형외과에 갔다.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마음이 쿵쾅거려서 음식의 간도 마치는 둥 마는 둥 했다. 남편의 전화가 왔다. 수화기 너머 남편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아이의 팔이 성장판 근처가 다쳤고 그래서 심하면 철심을 박아야 할 수도 있단다. 날벼락같은 소리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기도를 부탁했다. 이런 날에 같이 기도해 주는 구역 모임과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감사하다.


하루 결석을 신청하고 상급병원에 예약을 했다. 부부와 아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진료실 앞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호명이 되고 들어가니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확인하고 성장판 부분이 아니며 골절도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자세한 것을 위해 MRI와 CT를 찍었다. 괜스레 고생했다. 일주일 만에 완쾌되는 건데... 참... 병원비만 50만 원이 나왔다. 그래도 휴~~ 다행이고 감사했다.


하필 팔이 불편한 상태라서 현장체험학습 놀이동산 가는 날인데 빠지기로 했다. 아이는 서운해했다. 온갖 속상함의 감정쓰레기통은 엄마인가! 안쓰러운 아이의 속상한 마음을 받아주었다. 서울로 상겨해서 놀이동산 가보는 것은 더없이 즐거운 체험일 텐데 말이다. 아이를 위로해 주느라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고 놀아주었다. 이렇게 일이 하나 터지기는 했으나 무난하게 2학년 말을 보냈다. 학교안전공제를 통해서 병원비를 돌려받았다. 이를 계기로 아이는 다음에 운동할 때도 조심할 것이니 The worst i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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