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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Nov 12. 2022

고양이는 포도를 먹지 않아

그래도 기다릴거야


책 보따리를 싸서 찾는 곳이 있다.

최소한의 공간을 위해 나는 2평 정도의 통영 바닷가 근처 캐빈을 찾는다.

얼마만의 바다인지 얼마만에 바다를 보는 것인지 눈을 뜨니 바다에 와 있다.

숲속의 캐빈은 숨어 있는 공간처럼 아늑하고 작았다. 그야말로 숲속의 집이다.

모든것이 작다. 인형들이 쓰는 공간처럼 세면대도 샤워기도 아주 아주 작다.

마로니에 인형이 샤워를 할만한 공간이 새롭고 흥미로웠다.

늦은밤 고양이 한 마리가 덤으로 와 주었다. 급한대로 청포도 한 알을 주었더니

이리저리 굴리고 놀았나보다. 아침의 데크위에 덩그마니 그대로 남아있다.

포도는 내 입맛이 아니야. 너는 아직 나를 잘 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를 두고 나는 여행을 다녀온적이 있다.

비행기를 탈 때부터 구름과 바람과 내 앞에 놓인 창공의 지도 화면에까지

고양이 투성이었다. 기내식을 먹을때도 담요을 덮고 눈을 감을 때도

고양이는 나와 함께 있었다. 구름모양이 바람모양이 화면의 지도모양까지

모두 고양이 투성이었다. 나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 고양이를 모를지도 모르겠다.

꼬리의 제스츄어만으로 우리는 서로를 어쩌면 끝까지 모를지도 몰라

밤새 방은 펄펄 끓었다. 어떻게 온도조절을 해야 할지 몰라서 나는 천정으로 붙을뻔 했다

아무리 찾아도 온도조절 스위치는 보이지 않았고,

맨발이 익어가는 느낌에 잠이 깨었다가 이불 위로 몸을 올렸다가

그러다 아침이 되고 밤 새 찾았던 온돌 스위치는 옷장속에서 발견되었다.

커피가 담긴 상자를 찾다가 옷장의 문을 여는데 온돌스위치가 떡하니 있다.

통영의 바다는 밝고 환했다. 기나긴 겨울을 달려주듯 은빛 물결을 훌륭했다.

멸치인지 전복인지 바다 위에 펼쳐진 널판지들.

바다밑 어디까지 내려앉아 있는걸까.

물고기들아 부디 부디 이 널판지를 잘 피해다니길 바래.

사라졌던 고양이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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