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었어요
새로 생긴 무덤은 대리석이었어요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은 그야말로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였죠
나란히 나란히 횡대로 종대로 누워계시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무심코 따라 올라갔어요
사과를 가지고 왔냐고 자꾸만 물어서 귀찮았죠
사과를 통째로 올리고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앞에 섰죠
넓은 평야를 한 아름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아버지들
땅 한 평이 없어서 남의 땅에 묻혀서는 몇 번이나 옮겼는지 몰라요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들은 가난하고도 가난했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되고 아버지의 아버지는 말을 잃고
가을이었어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먼 발치 봉숭아꽃이 지천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