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여전했다. 연차를 내고 조금 쉬어볼까 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은 계속되었기에 쉴 수가 없었다. 올 상반기에 진행될 상반기 프로젝트를 킥오프하고 대표님에게 발표를 했고, 해외에서 진행되는 전시 기획 프로젝트 입찰 피티를 진행했고, 직군 전환이 예정된 팀원들과 1on1 미팅을 진행하고, 다양한 산업군의 마케팅 팀장들과 서로의 고민을 나누는 마케팅 시니어의 첫 모임에서 발표와 토론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주말에는 금주의 마지막 일정을 위해 SRT에 몸을 싣었다. 설에 뵙지 못했던 포항 부모님과 함께 경주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빨라진 교통 덕분에 포항 부모님과 경주에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와서 사우나를 하고 간단히 차를 마시고 부모님은 부모님 방으로 우리는 우리 방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사이, 엄마는 새해 선물로 드린 바느질 작가 최희주 님의 '푸른바다 명태' 사진을 보내며, 예쁘고 마음에 든다며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매해 명절마다 건강식품, 화장품, 옷, 굴비, 용돈 등 명절에 가장 많이 한다는 선물을 해 왔지만, 이번엔 내가 사고 싶었던 것을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처음으로 엄마가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엄마도 나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작은 소품을 좋아하는구나' 엄마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게 좋아 보이는 것이 엄마에게도 아름다워 보이는 거였다.
최희주 작가의 이 푸른 명태는 명태의 눈으로 나쁜 기운은 대신 다 쫓아내고 곱게 감은 실타래로 모든 복이 내려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천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몸통을 만들고, 동글동글 명태의 알같은 동그란 솜을 채우고, 푸른 실로 눈과 머리의 수를 놓아 꼬리는 금사로 장식되었으며, 질 좋은 무명실로 기원의 마음을 담아 108번을 한 줄 한 줄 곱게 감아 타래를 만들어 명태를 꿰었다고 한다.
좋은 의미와 마음을 담아 만든 이것을 바라보며 엄마의 마음이 고요해지고, 웃음 지우는 일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매일매일 좋은 일만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