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한 번, 청소를 할 때면 <송은이 김숙의 비밀 보장> 팟캐스트를 듣습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도 비밀 보장(비보)를 들으며 청소를 시작했죠. 400회 특집으로 송은이, 김숙과 친분이 두터운 있는 유재석 님이 나오셨더라고요. 별생각 없이 '○말○말' 상황에 피식피식 웃으며 설거지를 하던 중, 싱크대에 흐르는 물을 멈추게 하는 이야기가 있어 기록해 봅니다.
*○말○말‘코너는 살까 말까. 할까 말까처럼 망설여지는 순간에 대해 대신 선택해 주는 코너입니다.
※ 45분부터 유재석 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
지금의 유재석은 연예 대상 트로피를 19개나 보유한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입니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첫 대상의 순간이 있었겠지요. 방송에서 첫 대상의 소감 영상을 친한 동료, 후배와 함께 들은 그가 자신의 개그맨의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닌가?' 고민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꽤 오랜 시간 방송을 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어렵게 나간 연예가중계 리포팅에서는 실수를 해서 자리를 잃은 시기에 유재석은 '내일 뭐 하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정말 뭘 해야 될지 몰라 방황했던 시기에 그에게 찾아온 <남편은 배짱이> 프로그램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유재석 스스로 자신에게는 휴지기가 필요가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일에 대해서는 그런 가치관이 생긴 유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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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기준이 모든 사람에게 다 일치할 순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게도 쉼이 필요하지 않냐고 이야기하곤 하지만,
저한테는 쉼이 지금 필요하지 않아요.
어렵게 잡은 기회라 생각하며 쉼 없이 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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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다채널의 방송 환경은
뭘 해도 요즘 진짜 화제가 되기 힘든 이 시기입니다.
방송을 하면서 물론 힘들죠.
(중략)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새로운 변화, 새로운 얼굴을 원하는 니즈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는 방송에 노출된 시간이 길기 때문에 그 니즈에는 부합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신선함이라는 니즈 외에 나를 필요할 수 있는 '나의 어떤 존재감?' 이 필요하더라고요.
(중략)
그 다름을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가를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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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변해가는 방송 환경에 맞춰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 특히 자신만의 존재감을 알아차리고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에 감동으로 물든 내게 그의 마지막 말은 뼈를 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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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을 그만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데
내 일이 잘 되길 바란다는 건, 그건 굉장히 욕심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를 한다면 포기해야 할 것도 생기기 마련이죠.
내 것을 내놓지 않으면 주지 않아요.
내 시간을 가족과 함께 쓰지 않으면 가족과의 그 시간이 이어지지 않습니다.
저한테도 내 일이 왜 안될까 여러 가지 고민을 얘기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도대체 이것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죠.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제가 하는 이야기가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과연 내가 하는 일을 얼마큼 내가 아끼고,
아끼는 만큼 내가 과연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였는가
스스로 자문자답해야 되어야 합니다.
저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고
이걸 내가 감당할 수 있다면, 그럼 합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에 한계와 끝을 남들이 정하게 놔두지 마세요.
주변 얘기에 귀 막으란 얘기가 아니고 내 일은 내가 가장 잘 압니다.
스스로 납득되지 않는 이야기에 마음 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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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마다 새로움을 줄 순 없지만 어떻게 특별한 유니크함을 줄 거냐는 고민하고, 그날의 에너지를 열심히 쓰고 저녁때 잘 충전하고 그리고 다음 날 열심히 또 녹화에 임하며 자신이 하는 일을 애정하는 유재석의 이 생각과 행동이 지금의 유재석을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힘인 것 같습니다.
유재석은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이다. 스스로 그 시간을 꼭 가지고 자문해 보라고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감이 있는지 그리고 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