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호승 Jun 14. 2023

앨범 추천 (프롤로그)

몇 주 전에 인스타에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느냐는 질문의 스토리를 올렸다.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고 다양한 답들을 보내주어서 인상 깊었고 무엇보다 좋은 앨범들을 보따리로 추천받아서 행복해졌다. 똑같은 노래도 남들이 좋다고 추천해 주면 괜히 더 빠져서 듣게 된다.


나도 노래를 앨범 단위로 자주 듣진 않는다. 딱 듣고 싶은 곡만 골라서 듣고 싶을 때가 더 많고, 여유가 없을 땐 앨범을 쫙 돌릴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근데 음악 덕후들 혹은 어르신들은 꼭 '음악은 앨범으로 근본 있게 들어야지 요즘 것들은 쯧쯧' 느낌의 말씀을 하신다. 음악을 한 곡씩 골라 듣는 건 요즘의 잘못된 행태인 걸까?

음악은 꼭 앨범 단위로 들어야 하는 걸까?


윗 질문에 대한 답을 몇 가지 내보았는데,


1. 오랜 시간 동안 앨범 단위의 발매와 감상이 보편적이었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겨서 한 곡씩 골라 듣는 게 수월해진 것이고 몇 세대 전만 하더라도 음악을 LP나 CD, 테이프로 들었다. 그때는 가수의 수익에서 음반 판매의 비중이 더욱 컸으니 지금처럼 한 앨범에 네다섯 곡만 넣겠다는 말을 했다간 큰일 나지 않았을까? 지금은 오히려 앨범 전곡을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가수들이 먼저 싱글/미니앨범으로 발매하는 것 같다.


2. 그때의 창작자의 느낌, 및 연결성

앨범을 만들 당시 아티스트의 감정이 앨범에 전체적으로 녹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으면 뭔가 관통하는 메시지를 느끼기 좋다. 어떤 생각에서 앨범을 만들게 되었을지 생각도 해보고, 곡의 순서나 연결성 같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의도를 알아채는 맛이 있다. 따로 들었을 때는 별로였던 곡이 앨범 단위로 들을 때는 좋다고 느껴졌던 순간이 가끔 있었는데, 그 또한 앨범의 힘이 아닐까 싶다.


3.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좋은 앨범을 가졌지만 더 찾아 듣게 되지 않는 가수는 있어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수나 밴드에게 소중한 앨범이 없는 경우는 없었다. 앨범을 듣는 것은 그 아티스트에게 조금씩 빠져들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음악은 실제 공연, 라이브의 힘이 커서 그런지 영화나 책에 비해 창작자와 감상자가 더욱 서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앨범 단위의 재생은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을 극대화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는 것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노력해 보기로 했다. 취미에 불과한데 억지로 앉아서 듣기 싫은 노래를 들어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세상엔 평양냉면처럼 몇 번 속는 셈 치고 먹어봐야 아는 맛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내가 아끼는 몇몇 앨범들을 올려볼 생각이다. 난 친한 사람들이 좋아하거나 프로필뮤직으로 올린 음악이 있으면 괜히 한 번씩 찾아 듣게 되는데, 그런 경험이 좋았다면 마음을 열고 여기 가끔 올라올 앨범들을 들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폭풍영업) 나도 글 쓰는 김에 다시 한번 쫙 들어서 가장 좋았던 곡들도 몇 개 뽑아보고 이 앨범이 왜 좋은지,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얘기도 솔솔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천의 사전적 정의가 '어떤 조건에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함'이란다. 나는 적합한 대상(앨범)들이 책임지고 내 신뢰도를 높여주길 바라고 있기에 추천과는 앞뒤가 바뀐 느낌이지만,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옥수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