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아니, 싫어한다기보다는 경쟁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 가깝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주동자라는 존재가 필요하다고 믿는 것 같다. 그들은 주동자를 중심으로 서성거리고, 잘 보이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나는 그 행동이 어떤 원리로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알 수 없는 척 외면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 안에 자리 잡은 무의식적인 자존심이 그런 상황을 인정하기를 거부했을지도.
주동자는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금방 알아챘다. 그리고 나를 왕따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철저하게 혼자가 되려고 했다. 주변에서 편을 만들거나, 주동자를 대적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사실 나에게는 그런 에너지가 없었다. 나는 누군가를 지배할 생각도, 타인을 끌어들여 보호막을 만드는 데에도 흥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주동자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내 고립을 이용해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럴수록 주동자는 점점 더 불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불안함을 묘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무너지길 바랐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 대신 반응하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주동자는 나에게 잘 대해주는 척하다가, 다시 무시하길 반복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
물론 그 상황은 씁쓸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씁쓸함마저도 묵묵히 삼키며 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 새로운 취미나 재미있는 일에 몰두하면서, 손해를 감수하며 내 세계를 유지했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고립을 선택한 건, 스스로에게도 이 상황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해는 분명히 존재했다.
현실적인 손해는 예상보다 더 뼈아팠다. 감정 소모가 극심해지는 날이면, 나는 완전히 지쳐서 며칠 동안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침대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런 상태에 빠지는 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난 괜찮다"라고 생각했지만, 축 처진 내 모습은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들키게 만들었다.
무력한 내가 싫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 있는 내가 싫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내 기초체력의 부족이 아닐까?
나는 늘 혼자 내 에너지를 지켜야 했고, 외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내 삶의 연료를 꾸준히 유지하려면, 기본적인 체력이 필요했다. 아무리 강한 정신력도, 그것을 지탱하는 몸이 무너지면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단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운동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처럼 정적인 운동은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러닝은 좋았지만, 나 혼자서 꾸준히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 성취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나 단계 같은 목표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내 눈에 들어온 게 바로 검도였다.
검도.
이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한 건 그즈음이었다. 검도는 내가 찾고 있던 것의 본질과 닮아 있었다. 호면을 쓰고 오로지 자신의 정신력과 기술에만 집중하는 운동. 상대와 눈을 노려보며 기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되는 환경. 대결을 하더라도 상대는 단순히 기술을 연습하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다. 구경꾼도, 상대도 모두 나에게는 NPC처럼 느껴질 것 같았다. 그저 내 앞에 있는 검과 나 자신만이 중요했다.
검도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단순히 운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검도를 통해 더더욱 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싶었다. 이번에는 외부에 의해 강요된 고립이 아니라, 내 돈, 내 시간, 내 노력을 투자해서 스스로 선택한 고립 속에 남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정신력을 극한까지 단련하고 싶었다.
검도를 배우는 동안, 나는 세상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세상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철저히 혼자 남겨진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립은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주도권을 잡은 삶의 형태이며, 내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다.
나는 여전히 경쟁에 익숙하지 않다. 주동자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내 무반응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 그들의 불안을 키운다면, 그것 역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일 것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나의 고립, 나의 선택, 나의 강인함. 결국 이 모든 것은 내가 내게서 빼앗기지 않으려는 단 하나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삶이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나는 검도를 통해 더 명확히 배우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서 내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기초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