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는사람 ChoHeun Feb 27. 2023

[03] 이번 생은 망하지 않았다


 직업도 있고 아이도 있고 빚도 있는 어른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나이는 들어버린 건지 이미 흘러온 세월과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원망스럽다. 어린 시절엔 대통령, 우주 비행사 그보다 거창한 무엇이든 될 수 있었는데 이제 와 하고 싶은 것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절대 이룰 수 없을 것 같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신조어가 한창 유행했다. ‘회·빙·환’이라는 용어도있다. 자극적이며 빠르게 소비되는 드라마와 웹툰, 웹소설에 기본 공식처럼 활용되는 장치인 회귀, 빙의, 환생을 일컫는 합성어란다. 이번 생은 망했으니 방법은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젊은 층의 자조적 판타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번 생은 아직 망하지 않았다. 조금 늦었지만 이번 생을 다음 생인 것처럼 잘 살면 된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극적인 장면은 없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그동안 살아온 인생의 경계를 확장하며 꿈과 도전, 성취라는 매력적인 흥행 장치로 가득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태생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고 ‘꿈·도·성’으로 재설계 할 수 있는 인생의 축들을 고민하자.


 그렇게 다음 생에 태어나면 하고 싶은 일을 이번 생에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다생이생 프로젝트’라 이름 붙였다. 단단한 결심과 생각의 전환으로 오늘 당장 나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난 삶 속에는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며 가슴 뛰는 성장을 이루고, 그 일을 통해 세상에 도움 될 수 있는 그런 내가 있다. 무수한 인생을 죽도록 싫은 일에 억지로 매달리듯 살아도 정말 괜찮은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결국 삶을 통해 추구하려는 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었고 답을 구하려 했다. 새벽 5시 반 눈을 뜨는 것이 사무치게 힘들 때면, 다시 태어나는 것보다야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게 쉽다는 마음으로 잠을 깨었다. 잠에서 깨자 꿈이 시작되었다. 다시 태어난 이번 생에 두 번째 엄마가 될 자격은 오직 우리 자신에게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02] 눈물로 달릴 때 알 수 있는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