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울대리 Mar 22. 2024

인생 노잼이 시작되었다

노잼은 처음이라서 뛰쳐나왔습니다 회사를


서른을 기점으로 나의 인생에는 무언가 큰 변화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내 주변인들은 모두 하나둘씩 결혼을 향해 갔는데 나는 결혼이 아닌 헤어짐을 맞이했고 그 헤어짐은 내 인생을 통틀어서 그 어떠한 연애의 이별보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대미지가 컸다.



단지 서른의 연애가 끝났을 뿐인데 나에게는 거의 인생의 모든 시련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하며 실체도 없는 신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연애도 실패했지만, 회사에서의 내 경력도 점점 물경력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심지어 처우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나의 주된 무기는 무엇이며 최저임금에 대우도 못 받고 승진도 할 수 없는 회사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의문과 함께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하루가 매일매일 거짓말처럼 재미가 없고, 눈만 뜨면 지구 멸망을 바라고는 했고, 먼 하늘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가 의욕이 없다가 중간은 없고 늘 극적으로 감정은 치닫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서 처음 느끼는 ‘번아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서른의 이별로 쏘아 올린 공은 나에게 번아웃을 선사했고, 그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반기들에게 반기 시작했다. 4년 차를 앞두고 상사와 논의를 하면서 '저, 승진시켜 주세요' 혹은 '저, 연봉 올려주세요'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에이 아직 나이가 안돼서 안된다' 혹은 '아니 승진이 무슨 의미가 있어. 우리 겨우 몇 명 된다고. 의미 없는 거 잘 알잖아? 일 잘하는 거 누가 몰라?'와 같은 가스라이팅이었다. 사실 연봉과 처우개선을 정말 바란 것은 아니었다. 일만큼은 적어도 내 마음대로 해달라는 혹은 제발 나를 인정해달라는 절규에 가까운. 몸과 마음이 아팠던 나의 작은 바램이자 외침이었다.



'번아웃 = 부아가 치민다는 것' 정도로 그냥 어쩌다가 으레 직장인들이 겪는 감기정도로 생각했던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안일했다. 언젠가 한 번 무심결에 들여다 본 내 손은 상처가 가득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무의식적으로 손톱으로 이곳저곳을 꾹꾹 누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거의 꼬집고, 살을 패이는 행위에 가까웠다. 그래서 손바닥 이곳저곳에 손톱 자국의 피멍이 들고 살갗이 까졌다. 그 자국들을 보고서야 내가 지금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나를 학대하고 나를 방치하고 있었다.



그 시기에 나는 늘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전혀 괜찮지 않았다. 쿨 해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괜찮다는 말 밖에 내 선택지에는 없었다. 그러다 마주하는 SNS 속 세상이나 혹은 내 주변인들의 소식을 들으며 대한민국에서 나만 가장 불쌍하고 나만 엉망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실패자' '낙오자' 인생에서 그 어떠한 것도 성공시키지 못하고 서른을 맞이한 사람

그 모든 것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난 이제 20대가 아니라 30대인데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첫 회사에 내 인생 첫 사직서를 내고, 나를 위해서 회사 밖으로 나왔다.

작가의 이전글 15만 원으로 먹고살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