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에서 종이 빨대를 써본 적이 있는가? 한 번이라도 써봤다면 종이 빨대 그 특유의 맛과, 시간이 지나면 물렁물렁해지고 쉽게 망가지는 불편함에 한 번쯤 투덜거렸을 것이다. 나도 종이 빨대를 볼 때마다 투덜대곤 했다. 바로 그, 종이 빨대가 곧 전 매장으로 퍼져나가기 직전이다.
오는 11월 24일부터 모든 식당,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앞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매장에서 볼 수조차 없어진다. 현재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할 마땅한 대체제가 없기에 점주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가격이 싼 종이 빨대가 이를 대체할 확률이 높다.
플라스틱 빨대를 왜 규제할까? 종이 빨대를 쓰자고 하기 위해서? 아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반대하는 것이 종이 빨대를 찬성한다는 뜻도 아니고, 종이 빨대를 반대한다는 뜻이 플라스틱 빨대를 찬성한다는 뜻도 아니다.
본질은 "종이 빨대를 쓰자"가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량을 줄이자"이다.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량을 줄이자"는 뜻은 "꼭 필요할 때만 쓰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규제하되, 꼭 필요할 때는 제공하면 된다. 쉽게 말해 쓸 땐 쓰고, 아닐 땐 안 쓰면 된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더 근본적인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플라스틱을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운송을 할 때는 플라스틱이 필수적이다. 식품 같은 경우는 포장으로 인하여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기도 하다. 플라스틱은 가볍기 때문에 타 용기에 비해 많은 양을 적재 가능하고, 탄소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옷도 플라스틱을 빼놓을 수 없다. 의류의 60% 이상이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대부분의 신발도 마찬가지다. 이를 대체하려면 면화의 생산량을 지금보다 훨씬 늘리고, 가죽 신발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뿐더러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결정적으로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용품, 컴퓨터나 스마트폰까지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즉, 플라스틱 없는 일상은 생각할 수 없는 정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플라스틱 규제의 취지는 "플라스틱을 우리 일상에서 아예 없앨 수는 없으니, 필요하지 않을 때는 사용하지 말고 꼭 필요할 때만 쓰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포기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바로 빨대다.
우리가 음료를 마시는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굳이 빨대가 필요하지 않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이용하자는 게 아니라 빨대 자체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는 추세고, 빨대가 없어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빨대가 꼭 필요한 순간도 있다. 프라푸치노와 버블티다. 이 둘을 먹을 때는 빨대가 꼭 필요하다. 플라스틱 규제 취지에 맞게, 꼭 필요한 프라푸치노, 버블티 등에는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자는 게 내 의견이다.
굳이 종이 빨대를 쓸 이유가 없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와 마찬가지로 일회용품이다. 둘 다 너무 작아 재활용할 수 없다.
심지어 종이 빨대가 더 친환경적이라는 근거도 미약하다. 종이 빨대가 친환경적이라고 환경부가 제시한 자료에서는 '원료 취득부터 제품 생산까지의 과정'만 계산되었을 뿐 소각, 매립, 재활용 등 '폐기 과정'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논문에서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폐기 시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되고, 지구온난화를 촉진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종이 빨대는 불편하다. 소비자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말자고 설득하는 입장이라면, 소비자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의 여파로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제시하게 된다면?
플라스틱 빨대 규제가 일상에 불편함을 준다는 느낌이 들고, 규제 자체에 반감이 생긴다. 종이 빨대를 사용함으로써 역설적으로 플라스틱이 편리하구나! 필요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반면 필요할 때만 플라스틱 빨대를 주면?
'아 일반적인 음료를 마실 때는 빨대 자체가 필요 없구나. 내가 과하게 쓰는구나'하고 체감하게 된다. 당연히 후자가 더 설득이 잘 된다.
이런 규제나 운동의 주목적은 소비자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내가 환경 친화적인 소비자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플라스틱을 남용하면 안 좋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대부분의 플라스틱 생산과 쓰레기 배출은 기업에서 발생하는데 왜 소비자에게 그런 책임을 묻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는 소비자의 힘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업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가 당당하게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하면 기업에게 이를 요구할 수 있어진다. 본인부터 지켜나가고 있기에 마땅히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에 맞게 eco-friendly 기업 위주로 소비한다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추세에 맞춰 바뀔 수밖에 없다.
즉, 소비자 인식 개선이 기업이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중요하다. 개인에게 책임전가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영향력을 믿는 것이다.
결국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기에, 사용량을 줄이기만 하더라도 의의가 있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는 태도가 기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리고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선 완전히 규제를 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하기보단, 내가 필요하지 않은데도 과사용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아예 안 쓰거나, 아예 쓰거나 할 필요가 없다. 절충하면 된다. 플라스틱 빨대 규제 문제는 흑백 문제가 아니다. 필요하지 않을 땐 안 쓰면 되고, 필요할 땐 쓰면 된다. 그렇기에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