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 공주 실사판 티저 유튜브 링크 - The Little Mermaid - Official Teaser Trailer
최근 디즈니에서 실사판으로 리메이크한 인어공주 예고편 공개되면서 다시 한번 흑인 인어공주에 대해서 재조명이 되었습니다. 현재 시각 기준으로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약 2400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약 25만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인 인어공주의 주인공, 에리얼은 빨간 머리에 푸른 눈, 흰 피부를 지니고 있지만 실사판은 흑인 R&B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22)가 주인공 에리얼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되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미스캐스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심지어는 “인어 공주가 아닌 어인 공주다.” 라며 비꼬는 여론도 등장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로 베일리가 캐스팅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블랙 워싱’ 논란이 일었습니다. 블랙 워싱은 대부분의 서양 영화에서 백인 캐릭터가 아닌데도 백인을 배우로 캐스팅하는 '화이트 워싱'에서 파생된 말입니다. 단어 자체에 흑인 캐릭터가 아닌데 왜 굳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물들어 흑인을 캐스팅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섞여있습니다.
이 예고편 공개 이후 일부 네티즌은 “인어공주 원작 삽화에는 창백한 피부의 여성이 등장한다”라고 주장하면서 “디즈니가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경도돼 원작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반발했으며 각종 SNS에 ‘#나의 에리얼이 아니다(#NotMyAriel)’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여론이 #NotMyAriel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트윗
흑인 인어공주가 말이 안 된다는 사람들에게 인어공주 시리즈에 실제로 흑인 인어공주도 있었다며 반박하는 트윗
흑인을 방패막이로 쓰지 말라며 검은 피부(멜라닌)는 태양빛을 막기 위함이지 비난을 막는 용도가 아님을 말하는 트윗 이 논란 자체가 그 어떤 영화보다 재밌다는 트윗
급기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고편 속 흑인 배우를 백인으로 바꾸는 동영상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TenGazillioinIQ’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사용자는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를 백인으로 바꾼 동영상을 만들었다가 트위터로부터 계정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흑인 인어공주를 백인으로 바꾼 모습 트위터 캡처본
한편, 주인공 에리얼을 맡은 베일리는 지난 2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캐스팅 소식에 처음엔 믿지 못했다.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며 “에리얼 역을 맡은 것이 제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안다. 에리얼을 맡아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예고편을 본 흑인 소녀들의 반응을 살펴봤다는 베일리는 “정말 벅찼다. 감동받았다는 반응 영상을 보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울기만 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어렸을 때 흑인 에리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린 소녀로서 어떤 의미일지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것을 봤다면 내 인생관은 완전히 바꿔졌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내가 한다는 사실은 정말 멋지고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인어공주를 연출한 롭 마셜 감독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깊이를 가진 작품”이라고 설명했으며 디즈니는 에리얼에 대해 “인어공주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도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원래 흑인인 캐릭터를 흑인으로 캐스팅하면 모를까 인어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하는 건 미스캐스팅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부끄럽지만 솔직하게는 베일리가 인어 '공주'에 어울리긴 하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애초에 실사판 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싱크로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뭐 물론 베일리가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난 후에는 인어공주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수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탁월한 노래 실력이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수긍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최근에 기사를 읽을 때까지도 별로 감흥이 들지 않고 생각 역시 큰 변함이 없었으나 기사 후반부 내용인 베일리의 의견을 듣고 나니 당사자인 자신조차도 캐스팅 소식을 못 믿었을 정도기에 ‘흑인은 인어공주역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대중의 기저에 깔려있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랬기도 했고요.
게다가 흑인이 지금과 같이 평등한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도 하기에 과거 동화들에서 '흑인이 주인공인 동화의 비율이 애초에 적을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흑인이 주인공인 실사 애니메이션에 흑인을 캐스팅하지, 왜 굳이 인어공주나 백설공주를 흑인으로 캐스팅하느냐'라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실제로는 흑인이 주인공인 실사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디즈니 같이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나서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며 대중을 설득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주장인 '인어공주는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를 합니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미 사람들 기저에 깔린 생각이라든지 이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디즈니는 대중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의 문제라며 대중을 탓하는 태도는 오히려 더더욱 반발심리를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위 트윗에서 봤듯 같은 흑인 조차도 흑인을 방패막이로 쓰지 말라면서 흑인 인어공주가 아닌 흑인 오리지널 스토리를 원한다고 주장했으니까요.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믿음(때로는 선입견)을 깨부수려면 더 큰 믿음을 가져와 그것이 올바른 것임을 대중에게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같은 경우는 단순히 싱크로율을 떠나서도 흑인 주인공을 내세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혹은 블랙 펜서와 같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통해서만 흑인 주인공을 내세워야 하는지, 만약 그렇다면 흑인 주인공의 비율이 거의 없는 동화 계열에서는 흑인 주인공이 지금처럼 거의 등장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와 같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일 수 있습니다.
다만 더 나아가게 된다면 흑인 인권 신장, 여성 인권 신장 등 우리가 과거에 옳다고 생각했던 믿음(흑인 노예, 여성 차별)들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나가는 단계에서 우리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그들을 배려해야 하는지, 우대해주어야 할지 역시 같이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너무 과해서도, 부족해서도 안되니까요. 추가적으로 올바르게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요.
참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