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그런 날이 있다. 문득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지는 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것, 중간에 멈추고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차가 생기니 이런 것들은 참 좋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떠날 수 있다는 것까지. 대중교통과는 또 다른 맛이다. 운전 연습 겸 콧바람을 쐬러 사천까지 달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바깥 활동은 줄어든다. 요즘의 난, 집순이가 아닌데 집순이가 되어 가고 있다. 대중교통보다는 내 차를 계속 이용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어떤 면에서는 내 차가 조금 더 편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떠났던 그 어느 날들이 그립기도 하다.
사천의 무지개 해안도로는 흐린 날에도 알록달록한 색들이 빛나고 있다. 오히려 맑은 날보다 더 선명해 눈이 즐겁다. 기분이 좋아질 만큼 통통 튀는 쨍한 색감에 눈을 뗄 수 없다. 우리는 잠시 걸어보기로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밖을 걷고 있자니 오래 묵혀놓은 여행의 그리움이 어느 정도 해갈되어 개운하기까지 하다.
실컷 걷고 사진을 찍다 보니 슬슬 춥고 목이 마르다. 검색을 통해 차로 5분 거리에 선상카페가 있음을 알게된 우리는 그곳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선상카페는 신비한 분위기가 서려있다. 영화『시월애』속의 '일 마레(Il Mare)'와 꼭 닮은 선상카페는 날이 저물기 시작하니 조명이 켜지며 더욱 아름답다. 고독과의 친밀함 속에서만 인간은 스스로를 발견한다. 함부로 누구를 만나기 힘든 요즘 사람들은 고독과 더 친해져 간다. 그래, 지금은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