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세상의 모든 생명체의 맥박과 움직임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계절에 태어났기 때문인 걸까. 꽃피는 계절이 오면, 그 꽃들과 함께 나도 활짝 피어나는 느낌이다. 나의 빛깔과 향기를 온몸으로 내뿜어내는 듯 내 안에서는 강렬하고도 기분 좋은 에너지가 넘쳐난다. 3월이 오면, 그 어느 때보다 벅찬 기대와 희망으로 설레어 가슴이 두근거린다. 동백꽃을 찾아 거제로 향하는 발걸음이 사뭇 가볍다.
그 옛날 대우조선해양의 호황을 상징하던 '애드미럴 호텔'은 이제 더 이상 영업하지 않는다. 다만, 몇 그루의 동백나무만이 찾아오는 귀한 발걸음을 맞이할 뿐이다. 곧 있을 이별 앞에 마지막 인사라도 고하듯 눈시울을 붉히며 꽃잎은 툭툭 떨어져 내린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고 왔던 나는 갑작스러운 작별 인사에 깜짝 놀라고 만다. 어쩔 줄 몰라 망설이기도 잠시, '누군가의 마지막을 함께한다는 것은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라는 생각에 곧장 동백나무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마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네가 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내가 기억할게.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했던가.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든 자리는 알아도 난 자리는 모르는 것 같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일명 '신상 핫플'로 불리며 새로 생기는 카페나 식당 혹은 여행지마저 대대적인 홍보를 해대니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다가 결국에는 지고만다. 그렇게 없어진 것들을 우리는 대개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거제의 이곳저곳에는 동백이 가득하다. 아름다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리가 살아있음을, 이 세상에 존재함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을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 언젠가 다시 꺼내 볼 수 있도록. 이러한 곳이 자리해 있었으며, 우리가 이곳에 머물다 갔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