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봄, 피어나는 우리의 마음
그의 집에서 내 자취방으로 오는 길목 중 통과 높이 제한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는 구간을 지나치다 보면 작은 샛길을 볼 수 있다. 매번 그 구간을 통과할 때면 저절로 내 시선이 샛길에 가 닿았다. 그곳엔 항상 두어 대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장소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커져갈 무렵, 차량 정체로 인하여 샛길을 자세히 볼 수가 있었다. 사슴 모양의 붉은 철제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거기에는 생태예술공원이라 적혀있다.
호기심에 인터넷을 검색했지만 당시에는 그곳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금호강 줄기에서 뻗어 나온 신천 수변 공원 산책길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허무한 웃음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어느 동네나 있는 그저 흔한 산책길이라 치부하고 나는 더 이상 그곳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아침 퇴근길에, 그 샛길은 다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 우리 무태교 근처에 있는 생태예술공원에 가볼까? 오다 보니 벚꽃이 많이 피어있던데, 사람이 별로 없었어.
봄빛을 잔뜩 머금은 샛길을 그냥 지나치자니 아쉬워 그에게 문자를 보내 놓았다. 그는 일을 마치자마자 나를 데리고 생태예술공원으로 향했다. 매번 지나치던 샛길로 들어서는 순간, 드디어 궁금증이 풀리며 내 입에서는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많지는 않지만 풍성하게 피어있는 벚꽃나무가 터널을 이루며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왕복 4차선 고가 도로 옆 샛길이 이런 곳일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그저 흔한 산책길이라 여기며 외면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해 본다. 벚꽃길이 끝나는 곳엔 금호강을 바라보는 작은 전망대 겸 쉼터가 있다. 흰색이 감도는 분홍빛과 초록을 머금은 노란빛이 비경을 연출한다. 개나리가 줄지어 피어있는 강변 산책길로 내려오면 측백나무가 작은 숲을 이루고, 근처에는 복사꽃이 화사하다. 그래, 이곳은 신선이 노니는 무릉도원이 분명하다. 그리고 난 다시 한번 깨닫는다. 무엇이든 자세히 보아야 아름답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