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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조아 Dec 28. 2023

글태기입니다만,

내 글을 사랑하고 싶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서점 나들이를 했다. 글쓰기에 손을 놓으면서 생기는 불안한 마음을 책을 통해 떨쳐버리고픈 속내였다. 함께 간 두찌가 글쓰기에 관련된 책이라며 생뚱맞게 만화책을 집어든다. 요즘 엄마가 글을 쓴답시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앉아있는 장면이 익숙했을 터. 아이에게 글을 쓰라고 한 적도 없는데 아이의 관심사가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한 모양이다. 비록 만화책일지라도. 집에 돌아와 후루룩 그 책을 다 읽더니, 지난 방학때 하던 글쓰기 교재를 꺼내 글 한편을 뚝딱 써낸다. 아이의 하는 행동이 귀엽기 그지없으면서도 거침없이 써내는 글 한편이 부럽기도 하다.


꼴랑 브런치글 몇 편 쓰지도 못하고 글태기란 것을 언급하다니. 미처 글쓰기 근육을 붙이지 못해서가 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글태기이건 글쓰기 근육이 없건 간에 분명한 건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왜 쓰려고 할까?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쓰고자 해서 시작한 일인데 쉽지 않다. 비단 글쓰기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하고자 하는 행위의 목적과 가치를 잃으면 방향을 잃기도 쉽다. 지속할 수 있는 동기력을 가지지 못하니 금세 사그라지는 [역행자]에서 말하는 순리자의 삶을 살게 되겠지. 이런 생각에 다시금 자리를 고쳐 앉아 펼친 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여본다.


나조차도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까? 브런치 작가의 서랍 속에 쓰다만 여러 글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잘 쓰고 싶고, 내 글이 많이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이제 글쓰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욕심인 걸까? 욕심을 내려놓고 술술 키보드 위에서 나풀거리는 손가락을 통해 나오는 유려한 문장들을 타이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유쾌함을 주는 글. 더불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사색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알맹이 있는 고찰을 던져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은데 죄다 개뼈다귀 같은 소리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슬초브런치 동기 반장님의 "글 내놔!!"라는 귀여운 잔소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글을 써 나간다. 아니면 어쩌겠는가. 지금은 잘 쓰지 못해도 괜찮아질 거야 쓰다 보면 늘 거야.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조금씩 써내면서 '글완성'이라는 작은 성공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이 글태기란 놈과 헤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최초의 독자이며 최후의 독자인 나. 내 글을 가장 많이 읽을 사람도 나라고 한다. 내가 만족하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글을 써 나가고 싶다. 내 인생이 이 글들로 그득해지길 바라며.



Photo by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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