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레멘음악대 #15 제작 비화>
여자친구는 나의 동업자로, 콩레멘음악대 인스타툰을 7장에서 많게는 10장씩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한다. 아파트 펀치를 데모음원으로 세상에 내놓은 지 벌써 5달이 지나가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한곡도 업로드를 못했다. 데모 단계에서 그치기만 바쁘고 온전한 한 곡으로써의 창작할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다. 본업이 바쁘다는 핑계를 내세우기에는 시기가 너무 지나버렸나 싶고, 여자친구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고 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인스타툰이 올라오면 거기에 대한 제작 비화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콩레멘음악대의 에피소드는 실제 내가 겪었거나, 음악인들이 겪었을 법한 일들을 그려낸 것이다. 그래도 딴엔 음악을 조금은 해 보았다고 혼자 작업함에 있어서의 고충과 고독, 음악인으로써 부딪혀야 하는 현실 등 경험과 가상의 스토리를 여자친구에게 제공을 한다. 그러면 여자친구는 펜을 들고 아이패드에 콘티, 스케치 등을 슥슥 그려낸다. 그렇게 콩레멘음악대는 매월 2일, 22일에 멋들어진 흑백 인스타툰으로 환골탈태하여 세상에 태어난다. 현재는 네이버 도전 만화(https://naver.me/GlmTxYLd)에도 업로드 중이다.
이번 15화는 내가 직접 겪은 오롯한 경험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기타리스트에게 아픈 손가락 같은 추억이자 흑역사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 스스로도 그랬으니까. 기타를 치는 것보다 기타를 뭘 살지 둘러보는 것을 즐기게 되는 시점이 오는데 으레 겪게 되는 '장비병'이라는 질환이다. 옛날에 신대철 선생님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기타가 펜더면 뭐 하냐, 손가락이 펜더여야지.' 그것 참 반박할 여지가 없는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부족한 실력을 감추고자 브랜드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가진 것도 쥐뿔이 없으면서 18년도에 여자친구에게 돈을 융통했고, 지금 햇수로 6년째 쓰고 있는 96년 산 깁슨 레스폴 스탠다드 모델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는 사물에 이름 짓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기타에 '토스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너무 훌륭하고 좋은 기타라 내가 이 기타를 탓한 적은 없다. 내 손가락을 탓했지. 비겁한 변명이 아니라고요...
어찌 되었든, 나 또한 '장비병'에 사로잡혀 있는 모순 가득한 예술 지망인으로 나 스스로에게 떳떳함이 많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이런 쓴웃음 많은 에피소드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유머와 진중함을 오가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고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