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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스young Jan 01. 2024

개근거지?

집순이 엄마가 움직이다

84년생인 나는 아파도 학교에서 아프고 쓰러질 것 같아도 학교에서 쓰러지라고 배웠다.

그렇게  받은 초등 6년 / 중고등 6년 개근상은 다른 상보다 나의 어깨를 더 으쓱하게 해주는 상이 었다.

개근상을 받았다 하면 근면성실하다는 것이 검증된 것 같아서 좋았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그 개근상이라는 것이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근상이라고 쓰고 개근거지라고 불린다는 요즘의 개근상!


난 그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근면성실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여행이나 체험학습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의미로 통한다는 것이었다.


교외 체험학습은 국내는 10일 이내, 국외는 30일 이내로 출석이 인정이 되기에 (학교마다 상이함) 그 기간 동안에 아이에게 교육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을 교외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었다.

 

집순이었던 나는 아이가 1학년 때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다. 솔직히 학교에 적응 잘하길 바랐지 가정에서 학습체험을 따로 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렇게 보낸 1년, 2학년이 되기 전에 같은 반 친구들 겨울방학에 외국에 놀러 간다는 말에 집의 경제상태를 말해 줄 수 없었고 영어공부 열심히 해서 나중에 가자고만 했었다.


그런데 2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니 같은 반 친구들의 세계여행 이야기에 아이는 주눅이 들었고 금요일이면 친구들이 많이 출석을 안 하고 다양한 곳에 다녀왔다는 말에 난 요즘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생각만 했다.


개근상을 위해서 꼭 정규교육은 다 듣고 주말에 놀러 가자라는 주의였던 우리 부부는 솔직히 집순이 집돌이기에 주말에는 집에서 놀기 바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미디어를 통해서 다양한 것을 접했지 직접 가보지는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번에 알게 된 개근상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 부부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고 큰 무리가 안 되는 선에서 처음으로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해 보았다.


체험학습을 하고 보고서까지 제출해야 한다는 말에 신랑은 귀찮아서 어떻게 하냐고 말했다. 솔직히 정말 귀찮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평일에 학교를 가지 않고 가족과 함께 놀러 간다는 말에 아이는 이미 흥분의 도가니탕이었다.


그렇게 23년도 마지막 금요일, 집순이는 집돌이와 짐을 챙겨서 두 아들과 23년의 마지막 여행을 다녀왔다.

비용은 들었어도 아이가 정말 즐거워했고 다녀와서 행복했다는 말에 왠지 미안함이 큰 집순이 엄마였다.


어느덧 초등 3학년이 된 큰 아이, 초등 고학년이 되면 공부할 것이 많아져서 놀러 다니는 것이 더 힘들다 하여 24년도에는 교외 체험학습을 적절히 사용할 것 같다. 솔직히 아이가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엄마와 아빠가 차단해 버리는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개근거지

 

단어 하나가 아이를 색안경 끼고 보게 되는 것이니 어른들이 먼저 이런 좋지 않은 단어들은 사용하지 않고 개근의 진정한 의미를 알려줄 수 있는 시간 가져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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