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같은 아침 시간이 지나고 두 아이들은 학교,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씩씩하게 집을 나섰다.
힘찬 응원과 함께 아이들을 보내고 들어와 보면 벗어던진 잠옷, 아직 치우지 못한 아침식사, 널브러져 있는 장난감 등 거실은 초토화되어 있었다.
분명 치워한다는 것은 머리로 이해했지만 몸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듯이 소파에 앉아 기대게 된다. 그러다가 스르르...
쓰러지듯 눕게 되는 몹쓸 몸뚱이.
그리고 잠시 눈에 힘을 풀고 초점 없는 눈으로 어디를 보는지도 모르게 느릿느릿 눈을 깜빡이게 된다. 그러면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을 때리기 시작한다.
예전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멍 때리기 대회에 대해서 본 적이 있다. 그 대회에서 어느 가수가 1등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왜 저런 대회를 만들었을까? 하고 그 당시에는 웃고 넘겼다.
그런데 요즘의 내가 그 대회의 사람들처럼 아침부터 멍을 때리곤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소파에 앉아 거실을 돌아보면서 현실로 돌아오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정리가 끝이 나면 언제 멍을 때렸냐는 듯이 빠릿빠릿하게 일을 끝내기 시작한다.
한 마리의 곰처럼 소파에서 흐느적거리는 나를 빠릿빠릿하게 해주는 멍 때리기 신공.
아침 잠깐의 그 시간이 나에게는 에너지와 의욕, 즐거움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행복한 시간이다.
단, 흐느적거리면서 잠이 들면 절대 안 된다.
자고 일어나면 아이들이 집에 와 있는 마법이 펼쳐질 수도 있다.(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