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휴가를 갔다가 선배로 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솔직히 이직제의라고는 하지만 모셔가는 느낌은 절대 아니었다. 다시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고, 현 직장보다 더 냉정한 평가를 받는 조건이 붙었다. 물론 회사의 크기나 성장의 가능성은 지금의 직장보다 훨씬 좋다.
내가 의욕이 있어도 모든 것에 소극적인 대표, 그리고 대표를 강력하게 설득하게 하지 못하는 나의 능력은 지지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능적으로 나는 벗어나는게 맞다고 판단을 했다. 하지만, 걱정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2년을 계획하고 온 영국에서 1년 만에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는 점, 새로운 곳에 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점, 내가 이 작은 조직 안에서도 보여준게 딱히 없는데, 더 치열하고 냉정한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영국에 오면서 하고 싶었던 것들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영국에 온 것은 원대한 큰 뜻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저 해외에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시행착오를 나의 이야기와 능력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음 방향을 찾길 바랬다. 지난 6개월 동안 나름 배우고 싶은 것들이 생겼고, 그를 위해서는 경험과 언어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 앞을 알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고, 더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버스비 한 푼 아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또한 사무실에 박혀서 한국인들과 소통하는 회사의 환경도 언어를 성장 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에 도달 하려면 이곳에서는 한계가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처지에 대한 자문을 구했지만, 그저 지금의 불편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한 도망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은 곳으로의 도전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도망인가 도전인가, 나도 헷갈린다. 이 문제의 원인은 내가 아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진짜로 나한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