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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둥이 Aug 12. 2023

취미생활, 15만원의 사치

이 세상의 모든 취미향유자들


'취미'가 단순한 '취미' 그 이상의 가치로 치환되는 순간들이 있다.

퇴근 후, 짧게나마 향유해보는 작은시간들이 살아가는 의미가 될 때, 

일상에서 사라진 '행복' 이라는 감각을 되찾았다고 느 때,

8시간보다 단 1시간의 순간에,

살아있다고 느끼는 감정이 들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취미향유자' 라는 이름을 붙이기 충분하다.






지금 하는 업무가 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며, 나의 대학 전공이고, 효율이 잘 나오는 일이라는 사실에 의심이 없다.


'답답하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가슴 한구석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감정에 어떤 이름을 붙여야할지.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면 이 감정을 알아줄까?

부모님? 동료들?구들?

배부른 소리 말라고 할거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수많은 자아로 구성된 사람이다.

이 장소에서의 나는 나일까. 어떠한 내가 나일까.

진짜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거지?

왜 이리 복잡할까. 그냥 단순하게 살면 될텐데. 옆자리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취직 후 4년,

언제부턴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즐기 향유하고자하는 사람인가.







괜히 직장 근처의 장소들을 두리번거려본다.

헬스장이 엄청 많구나.

성인피아노,

성인발레,

성인미술이라 쓰여진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각해보니  주변에는 수많은 아트갤러리들도 있었다.

나를 찾아서 내딛는 한걸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성인미술학원 안으로 들어선다.

웃기다. 미술이라고는 초등학생때

물통에 물 받아오던게 전부인 내가 말이다.

엇이든 해보고자 발버둥치는 나의 발악일지도 모른다.

괜히 주눅이 든다.

아마 여기에서 제일 못그리는 사람은?

꼽아보라면 바로 나일것이다.


"미술은 배워보셨어요?"


머리를 질끈 묶은채, 새하얀 앞치마를 두른 선생님이 조곤조곤한 말투로 으신다.


"아니요.."

"괜찮아요, 모두들 그렇게 시작하시니까요."

괜히 한시름 놓인다.


정신차려보니, 벌써 3개월 등록을 한 후.

"3개월로 등록하시면 수강료가 5만원씩 절감되세요."

미쳤어, 이번달 카드값만 얼마야.

내가 이러한 사치를 누려도 될까?

아니, 이게 사치인가?

한달에 15만원도 나 자신을 위해 못 쓴단 말인가.



됐어 됐어. 이미 결제한 것을.

이왕 이렇게 되어버린 거,

제 2의 피카소가 되는거다.

목표가 너무 거창한거 아니야?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언제나 그랬듯 나를 샀다.



언제나와 같은 하루지만,

괜히 세상이 조금 더 뻐보인다.

나도 참 복잡하면서 단순하다.


열심히 해보자, 미술이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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