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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후 Dec 26. 2022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22)

유다와 지저스의 선택, 작전명 '배신'. 지저스와 제자들의 동상이몽.

유다와 지저스의 선택, 그들의 작전명 '배신'.
그리고 지저스와 제자들의 동상이몽.
&
신의 동시 희생양, 유다와 지저스.

[2022. 12. 27. 수정 및 추가중.]



구분: 라이선스극 /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

공연기간: 2022. 11. 10. ~ 2023. 1. 15.

출연진:

지저스 - 마이클리, 임태경

유다 - 윤형렬, 한지상, 백형훈, 서은광

마리아 - 장은아, 김보경, 제이민

빌라도 - 김태한, 지현준

헤롯 - 육현욱, 전재현

가야바 - 이한밀, 김바울

안나스 - 김민철, 김원빈

사제 - 이예빈

시몬 - 신은총, 윤태호

베드로 - 김영우

큰 야곱 - 임하람

작은 야곱 - 임태현

빌립 - 박승일

도마 - 김정민

안드레 - 나인석

유다 다대오 - 강인석

요한 - 박현수

앙상블 - 이유나, 이은주, 이슬기, 조영아, 권수임, 전예나, 유다혜



줄거리 및 해석.


넘버 순서로 장면 설명을 하고 필요에 따라 가사;대사와 함께 개인적인 해석과 의견을 기록하기로 한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인들에게 '내 생각은 이러하니 참고해 보아라.'라는 의도를 가지고 작성된 만큼, 또 이 작품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는 점이 있으므로 그러한 내용을 일일이 적다보니 스크롤이 한없이 내려가기도 또 가독성이 떨어지는 글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읽는 사람이 적당히 필요 부분만 가져가면 좋을 듯 하다.


1막.



1-1. Overture ; 서곡


로마로부터 지배당하고 있는 유대인의 모습으로 앙상블들이 등장하고, 2층에서는 유대인 기득권층인 대사제 가야바가 그들을 감시하듯 지켜본다. 잠시 동안 가야바의 맞은편에서 유다가 등장하여 고통받는 유대인들을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사라진다.




1-2. Heaven on their minds ; 마음속의 천국 / 유다


모든 게 분명해. 결국 당신은 마지막 결정을 내렸어. 인간의 몸을 벗어던지고 신이 될 결정을 내렸어. Jesus!

당신을 신이라 외치는 말들에 당신은 미쳤어. 더 무얼 원하나? 수많은 기적을 이룩한 이 순간 모든 걸 다 버리고 왜 죽으려 하나?

지저스, 제발 이건 말도 안 돼. 난 결코 당신 뜻 이해 못 해. 난 다 보여. 당신이 가려하는 그 길이. 결국 시작된 건가? 하늘이 예언한 메시아. 배신 당해 죽어야 할 운명.


여기서 '마지막 결정', '당신 뜻', '가려하는 그 길'이 말하는 것은 곧 '하늘이 예언한 메시아. 배신 당해 죽어야 할 운명'을 가리킨다.

결국 지저스가 죽음을 선택하려 함을 알게 된 유다는 그 결정에 동의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반문한다.

개인적으로 윤형렬 배우가 '마지막 결정을 내렸어.'라는 가사 후에 한숨을 옅게 뱉는 디테일을 가미한 연기가 정말 좋았다. 종종 숨을 들이 마시는 디테일을 하기도…


우리 함께 꿈꾼 그 모든 것, 신보다 위대한 인간의 길. 난 아직도 그 뜻을 굳게 믿고 있는데.

왜 다 버리려 하나? 왜 하필 이 선택인가? 배신 당해 죽어야 할 운명.


유다와 제자들이 꿈꾸었던 것은 로마와의 투쟁을 하여 자유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당장에 보이지도, 알 수도 없는 신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로마에 혁명을 일으켜 민중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인간의 길이 훨씬 현실적이고 위대하다 생각했으리라.

아마도 신본주의냐, 인본주의냐와 비슷한 결의 문제이지 않았을까?


나사렛의 목수인 아버지와 같은 삶, 택했다면 차라리 현명했지. 의자 따위 만들던 예수는 어디로 가고 위험하신 혁명가 돼버렸나?

지저스, 다시 한번 생각해 봐. 결국 빼앗긴 우리의 땅. 짓밟힌 채로 피 흘려 고통받는 우리를.

저기 침략자들과 당신 목숨 건 거래. 이 선택은 너무 위험해.

지저스, 우린 여길 지켜야 해. 우린 이겨내고 살아야 해. 당신 선택, 멈추고 다시 한번 생각해.

저기 사람들 모두 헛된 천국 생각뿐. 이 선택은 너무 위험해. 너무나 위험해. 메시아 따윈 다 잊어버려! 남겨질 우릴 기억해 줘.

지저스, 우린 여길 지켜야 해. 우린 이겨내고 살아야 해. 다시 생각해. 제발, 지저스!


유다는 계속해서 끊임없이 지저스의 선택을 만류하고 있음과 동시에 지저스의 뜻을 넘어서 점점 통제가 힘들어지는 군중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구원'에 대한 의미가 각각 달랐다고 보는데, '지저스'가 말하는 구원이란 '인류가 태초부터 가지고 있던 원죄를 씻어냄'이었던 반면에 '유다'가 생각하는 구원이란 '로마로부터 유대인 민중들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군중'은 이 두 가지를 통합한 것을 구원이라 여기고 바랐다고 해석했다.)

'우린 이겨내고 살아야 해.'라는 부분이 결국 유다가 예수에게 바라는 유일한 것이다. 당신도 우리도 죽지 않고 혁명을 일으켜 로마를 이기고 살아남자는 것.




https://youtu.be/93wwPyk33vk

윤형렬 배우의 'Heaven on their minds.'


https://youtu.be/0Hwc-5OOwVs

백형훈 배우의 'Heaven on their minds.'


https://youtu.be/Nctjub8cI1M

서은광 배우의 'Heaven on their minds.'

* 서은광 유다 영상의 경우, 캐스팅 공개 한참 전에 개인 라이브방송에서 들려줬던 점임을 감안할 것. (본격적인 공연 연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팬들에게 들려줬던 컷.)


 https://youtu.be/Fmp7Ab6nrGo

Alex Grayson 배우의  'Heaven on their minds.'


https://youtu.be/5lTwmK__TDo

Tim Minchin 배우의  'Heaven on their minds.'




1-3. What's the buzz? ; 무슨 일 일어날지 말해줘 /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군중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제자들은 끊임없이 지저스에게 이제 무엇을 해야 하고 당신의 뜻은 무엇이며 언제 이루냐고 재촉한다.

여기에 지저스는 신이 정하신 때가 되면 알게 될 테니 그저 지금에 충실하라고 다독이지만 그의 말에도 지속되는 재촉, 그리고 군중은 그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뜻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인지하며 무언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을 깨닫고 지저스의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앞서 유다가 걱정하는 동안에도 온화한 미소를 띠며 군중과 함께였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군중이 말하는 당신 뜻을 언제 이루냐는 것은 언제 예루살렘으로 진입해서 투쟁할 것이냐는 것. 하지만 지저스의 진짜 뜻은 그것과 다른 차원의 내용이니 이것이야말로 동상이몽 아닌가?

 

의미 없는 헛된 투쟁은 모든 것을 망칠 뿐이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듯한 군중에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는 지저스에게 다가온 마리아는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 위로를 건네고 지저스는 그런 마리아에게 너만 나를 생각해 주고 너만이 나를 쉬게 한다며 그녀를 곁에 가까이 두는데 이 둘을 바라보는 유다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다.

근데 사실, 지저스가 '너만 나를 생각해 주고 나를 쉬게 한다.'라는 말을 뱉으며 시선은 유다를 쏘아보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 이보다 일찍이 지저스와 유다 사이에서의 갈등은 시작되었고, 거기에 마리아는 본의 아니게 불쏘시개 역할을 해버린 느낌.




1-4. Strange thing, Mystifying ; 참으로 이상한 일 / 지저스, 유다, 제자들, 군중


도대체 왜인 거죠? 이런 여자, 대체 뭘 위해 곁에 두고 가까이합니까?

그래요, 웃음 파는 이런 여자. 보통 남자들 다 가끔씩 데리고 놀겠죠.

하지만 당신 그러실 수 없어. 적들이 원하는 약점 왜 보여주시나?

꼬투리 잡힐 필요 없어, 절대! 다 된 일 망칠 수 없어. 저 천한 여자가.


마리아를 곁에 가까이 둔 지저스의 모습은 유다가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과는 어긋나 보였고 그렇지 않아도 불안하고 위태로운 이 상황, 그러니까 기득권층이 지저스를 눈엣가시로 지켜보고 있는 이 상황에서 굳이 잡히지 않아도 될 약점을 만들려 하느냐고 유다는 지저스에게 충고를 한다.

이 장면에서 유다는 지저스로부터 마리아를 거칠게 떼어놓고 무뢰배처럼 굴며 그녀를 끌어당겼다가 패대기 수준으로 밀치는데 마리아 롤을 맡은 배우별로 이때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장은아 배우의 경우, 유다의 말과 행동에 굉장히 큰 상처를 입고 주눅이 든 느낌을 주는 반면에 김보경 배우는 이 상황이 불편하긴 하지만 지저스만이 중요할 뿐, 유다의 행동이나 말 따위에는 개의치 않는 느낌으로 약간 마이웨이 멘탈갑 st. 그리고 제이민 배우는 유다를 뿌리치려 애쓰며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유다, 네가 뭔데?'라는 느낌을 준달까.

이 때 대부분의 제자나 군중이 유다의 말에 동조하며 마리아를 무시하고 타박하지만 베드로와 시몬 만큼은 그들을 그러지 말라 말리는 걸 보며 그 둘이 확실히 지저스의 대표 제자이구나 싶기도.


누군가? 남 비난할 자. 누군가? 남 무시할 자.

결코 결코 그 누구도, 결코 결코 그 무엇도, 너희 중에서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향해 돌을 던져라!

어리석고 가볍다. 결국은 천박한 욕심. 너희 중 그 누구도 내 생각 이해할 사람은 없다.


마리아를 함부로 부당하게 대하는 유다, 그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군중에게 지저스는 따끔하게 한마디 한다. 그리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가 없음을 입 밖으로 뱉으며 고독하고 외로운 감정을 드러낸다.

그런 지저스에게 제자들과 군중은 우릴 믿어 주세요. 왜 믿지 않나? 왜 못 믿나요? 라고 말하지만 지저스는 한 번 더 아무도 없다. 라며 지친 내색을 비친다.

지저스의 아무도 없다는 그 말에 유다가 고개 돌려 지저스를 바라보는 표정에서 놀람, 상처입음 등이 느껴지기도. 그러게요, 우리 유다가 늘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아무도 없다니요?




1-5. Everything's Alright ; 모두 잘 될 거야 / 마리아, 지저스, 유다, 앙상블


앞서, 이미 지쳐있는 지저스의 곁에 마리아가 다시 다가와 고가의 향유를 사용해 소위 '아로마테라피'로 지저스를 위로하며 모두 괜찮아질 테니 오늘만이라도 모든 걱정과 감정들을 내려놓고 편히 잠들라고 노래한다.

지저스는 그녀의 말대로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평온해지는데 이번에도 역시 유다는 이 상황이 못마땅하다.


가난한 자들을 위하는 당신이 어찌 이럴 수 있나? 그 비싼 향유는 굶주린 수백 명 목숨을 구할 텐데.

불쌍한 그들을, 죽어갈 그들을 어찌 외면하나? 이렇게!


향유로 사치를 부릴 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음식을 사서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하는 게 지저스 당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하게 충고하며 지저스와 다시 갈등 노선을 타게 된다.


저들의 고통을 그따위 돈으로 구원한다 믿는가? 영원히 계속될 인간의 고통을 구할 방법 하나뿐!

넌 알고 있으니 날 이용하거라. 네가 할 일, 후회하게 될 선택. 원한다면!


지저스는 돈으로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것은 당장에 급한 불만 끄고 보는 식의 대증요법에 불과할 뿐, 원인요법이 되지 못한다 주장한다. 그러니 고통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 자신의 뜻을 이루는데 협조하라 설득한다. 단, 유다 네가 원한다면...

마지막에 붙은 단서가 유다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웠지 않았을까?

차라리 일방적으로 그렇게 행하라고만 하는 게 아닌 네가 원하면 하라고 하니 이걸 지켜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는 '아니 그래서 유다더러 배신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배신을 해서 죽일 놈이 돼도 네 선택이니까 네 탓, 배신을 안 해서 메시아가 되지 못해도 네 탓. 이러나저러나 네 탓이라는 것 아닌가?'라고 속이 터질 것 같은 장면. 우리 유다한테 왜 그러세요? 몸만 컸지, 속은 말랑순두부 소년인데... 우리 유다 죄 없다.




1-6. This Jesus must die ; 지저스를 죽여야 해 / 가야바, 안나스, 사제, 군중


바리새인, 정치가, 사제들 이 사태를 걱정을 합니다.

자, 여러분. 시간이 없으니 더 크기 전 결정을 내려요.


철저하게 정치적인 관점에서 지저스와 그를 따르는 군중을 바라보는 사제들.

로마 눈치도 봐야 하고 본인들 밥그릇도 챙겨야 하는데 지저스의 추종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런 논의를 시작하는 상황에서도 저 멀리서 군중의 Hosanna! Superstar!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사제들은 이들을 위협적으로 느낀다. 그래서 지저스를 처벌할 확실한 근거를 찾기위해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예수를 잡을 명분이 없어. 사람들 도운 걸 어찌 죄라 할까? 폭력도 저항도 촛불조차 없어. 개똥철학 얌전히 지껄인 죄라며 딱히 이렇다 할 처벌근거를 찾지 못한다.

결국 이들은 거대한 위협, 거대산 기세, 거대한 쿠데타야. 끝없이 치솟는 예수의 지지율. 투표의 결과는 뻔할 뻔자. 감히 사람들 선동해 왕이 될 인기가 저 자의 죄. 감히 사람들 이끌어 혁명을 이끈 게 저 자의 죄. 왕이 될 인기가 저 자의 죄. 혁명의 왕이 될 저 자의 죄라고 지저스를 정치범으로 몰아붙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수 추종자, 어떻게 할까요? 예수의 무죄를 주장하면? 세례요한보다 더 거대한 인간, 엄청난 저항을 받을 텐데 라고 후일을 걱정하며 절대 완벽히 처리해. 뒤끝이 없게끔 죽여야 해. 이 나라 위해서 죽여야 해. 라고 사제들은 결론을 내린다.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유해보자면 유대의 기득권층, 즉 바리새인, 정치가, 사제들은 마치 일제시대에 친일했던 자들과 같은 입장이고, 그 기득권층이 바라보던 지저스와 추종자들은 친일파가 독립운동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다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세가지 성종(베이스, 바리톤, 테너)의 조합이 일품. 이후에 나오는 <Damned for all time, Blood money>나 <Juda's death>에서는 유다까지 합세하여 청각 만족도 끝판왕을 만들어주기도.



https://youtu.be/Y2WJT60IpV8

This Jesus Must Die (Jesus Christ Superstar) - Final Performance U.S. National Tour 2022




1-7. Hosanna / 군중, 지저스, 가야바


사기가 오를 대로 올라 예루살렘에 진입한 추종자들은 연신 Hosanna! Superstar!를 외치며 지저스와 함께 등장하고 이를 지켜보던 제사장 가야바는 불안감과 초조함 그리고 위협을 느끼며  분명 폭동 일어날 조짐이니 위험하다고 지저스와 추종자를 없애자고 분노한다.

추종자들은 지저스에게 함께 승리하자고 노래하지만 지저스는 추종자들에게 그 어떤 시련과 고난이 온다 하여도 언젠가 우리는 이겨낼 것이라고, 모두 축복 받고 평등한 그곳을 위해 찬양하자고 말한다.

역시나 이들의 동상이몽...


이 때, 우리 구원을 위해 죽나요? 라는 추종자의 말에 지저스는 표정이 굳고 할 말을 잃는다.

여기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를 내놓을 수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뜻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하는 추종자들에 대한 실망감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결국 죽어야 인류의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떠오르면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혹은 둘 다일 수도 있고...)

멀찍이 떨어져 군중과 지저스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는 유다, 군중과 몇 발자국 떨어져 쫓아다니며 지저스를 따르는 마리아의 모습이 관찰되는데 이 때 제이민 배우는 지저스의 말씀에 감동 받은 듯 눈물을 훔치는 동작도 가미하기도.

아마 이 넘버에서는 적은 분량임에도 가야바의 목소리가 귀에 꽂혀서 집으로 돌아가 잠들 때까지 빼낼 수가 없을 것. :)


* 호산나의 뜻은 "우리를 구원하소서."라고 한다.




1-8. Simon Zealotes / 시몬, 군중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Jesus Christ, I love You. 이 맘 아시죠? 당신 만을 믿으니 난 천국 가나요?

Jesus Christ, I love You. 내 맘 아시죠? 당신 만을 믿으니 난 구원받나요?

Jesus, 당신 만을. Touch me, touch me, Jesus.

Jesus, 오직 당신뿐. Kiss me, kiss me, Jesus!


지저스, 도대체 무얼 기다려요? 이제 당신 힘을 보여야 할 시간.

우리 땅 짓밟은 저들을 향해 함께 투쟁해 나가야 할 순간.

수만 명 지지자들 모두 소리쳐 열광하죠. 준비된 추종자들 모두 당신 결정만 기다려요.

우리를 짓밟은 저 로마 다 처단해 몰아내야 해.

당신 힘 보여줄 이 순간 승리는 우리의 것! 당신이 내리실 영광, 영원토록 당신과 함께.

오, 영광을 내리실 주여. Forever and ever and ever.


그냥 노래로만 놓고 보자면 교회 청년부에서 부르는 신나는 CCM느낌 낭낭하다고 해야할까? (나는 무교이므로 물론 직접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채송화 청년부 활동 장면을 떠올려보면 대충 비슷한 느낌이더라.)

그런데 가사(대사) 내용이 지저스 입장에서 보면 대환장파티가 아닐 수 없다. 믿으니 천국가고 구원받냐고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한숨 푹푹 나올지언데 세상 해맑게 로마를 처부수자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열심당원 애들아... 지저스 오빠가 말하는 구원이 그게 아니라니까?

그래도 시몬의 비주얼과 춤사위를 보고 있노라면 지저스 추종자의 3할 정도는 시몬을 따라다니는 소녀팬들일 것 같기도 한 뭐 그런 느낌도 있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시몬이 귀여우니까.'라며 보게 되는 장면.


* Zealotes(질럿 또는 젤롯; 열심당원)이란 로마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무력투쟁을 주장하던 유대인 민족주의자 집단을 말한다고 한다.


 


1-9. Poor Jerusalem; 가엾은 예루살렘 / 지저스


누구도 내 뜻 알지 못하는가? 너희들도 저들도. 너, 유다, 시몬, 너희들 열둘 모두.

신께서 내리신 운명. 그가 명하신 권능. 그가 내리신 영광.

알지 못하나? 왜 알지 못하나, 왜?

끝없이 계속되는 이 고통과 절망. 외면하면 난 살게 되리, 살게 되리라.

이 땅의 내려진 끝없는 고통과 절망. 구원할 방법, 오직 한 가지. 내 죽음 뿐이리.


죽음을 앞둔 지저스의 본격적인 고뇌가 가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

시몬의 해맑은 노래와 춤사위가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지저스에게 남은 건 더 커지는 고심 뿐이다. 시몬의 신나는 넘버와 완벽하게 대비되어 지저스의 그 마음이 더 절절하게 와닿는 부분.

여기서 말하는 '끝없이 계속되는 이 고통과 절망'은 앞서 언급했던 인류의 원죄와 관련된 내용일 것이고 지저스가 그 원죄를 대신 지고 벌받음을 해야만 '고통과 절망' 받는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방법이 자신의 죽음이란 것을 지저스 본인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는 고통받는 인류를 외면하면 된다는 것도 알지만 신이 뜻하는 길을 따라야 하는 것이 본인의 운명이기에 내면의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




1-10. Pilate's Dream ; 빌라도의 꿈 / 빌라도


꿈에 난 빛에 둘러싸인 한 남잘 보았네. 흔들리던 그 불안한 눈빛, 왜 잊을 수 없나.

대체 무얼 원하냐고 물어봤지만 한마디 말하지 않고서 날 외면했었지.

수많은 사람들 그를 원망하네. 밀치고 욕한 후 그를 거부하며 다 사라져 가네.

수천만 사람들 울며 그를 기리네. 근데 왜 내 이름을 저주하는가? 왜 내 죄를 묻는가?


로마의 총독인 빌라도의 꿈 이야기이다. 그 꿈은 머지 않아 빌라도에게 닥칠 일을 알려주는 예지몽인 셈.

'가엾은 예루살렘' 넘버와 바로 이어지며 무대 역시 지저스와 동시에 보여지다보니 둘이 현실에서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의 넘버가 끝난 후부터의 지저스는 실재하는 것이 아닌 빌라도 꿈 속에 등장한 지저스라고 이해함이 맞다.

후술할 내용이지만, '저주받을 이름 유다'나 '수퍼스타' 넘버에서도 비슷한 연출을 하고 있어서 미리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해석을 엉뚱한 방향으로 할 수도 있다. 다른 해석을 내놓기 위한 의도된 연출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1-11. The Temple ; 성전 / 군중, 지저스


돈이면 뭐든지 OK! 돈 되면 별의별 거 다! 돈 많은 인간이 장땡. 돈으로 못할 건 없어!

원하면 이자놀이도, 원하면 여자도 OK! 원하면 노름판 열고 못할 게 없는 이곳!

하나님 계신 이곳, 돈 벌기 안성맞춤. 하나님 이름 팔면 모든 게 만사 OK!

하나님 이름 팔면 불가능할 게 없어. 하나님 이름으로 못할 게 없어 장땡.

원하는 모든 걸 줄게. 살인자, 도둑도 OK! 돈 되면 모든 게 OK! 돈 되면 모든 게 OK!


성전 안에 여러 종류의 장사치들이 등장해서 하나님 이름을 팔아서 환전, 술이며 마약이며 담배, 심지어 몸을 팔기까지 하는 장면.

열번도 넘게 본 지금까지도 이 장면에서는 눈물이 고인다. 돈을 갖기 위해서 인간이 인간성을 포기하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안타깝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행태는 시간과 공간만 달라졌을 뿐, 현재에도 어디선가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 마음이 아프다.

인터미션 동안에 객석의 어떤 이가 동행자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들었는데, 이 당시에 성전이 실제로 이와 유사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저스의 기적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어했던 많은 사람들이 성전으로 몰려 왔었는데 아주 먼 거리의 사람들까지도 찾아왔었기에 그들에겐 음식이나 생필품, 이동수단 등이 필요했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인들이 성전까지 들어와서 물건을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성전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형태가 아니라 시장과 같은 분위기였다고.


이곳은 신께 기도하는 곳.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Get out! 나가! Get out!

시간이 왔는데 무얼 더 하나. 지나간 3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네.


난장판인 와중에 '가짜 지저스'까지 등장하여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모습마저 목격한 지저스는 충격을 받고 격노한다. 지저스는 그동안 신의 뜻을 알리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 같지 않았을까? 그가 여기서 느꼈을 감정은 아마도 참담함이었을 것이다.

이미 고인 눈물이 여기에서 왈칵 쏟아지기 시작할 정도로 지저스가 느낄 처참함이 와닿는 장면.

지저스 역할을 맡은 배우가 'Get out!'이란 대사를 '나가!' 또는 '꺼져!'로 바꿔서 외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어로 바꿔 외치는 것이 더 좋았다.


걷지도 못하는 신세. 보지도 못하는 신세. 당신의 기적 보여줘. 듣지도 못하는 이 몸.

뛰지도 못하는 이 몸. 제발 날 살려 주소서. 당신의 기적 보여줘. 돈 한 푼 없는 이 신세.

살려줘, 고쳐줘요. Christ! 보이고 듣게 해 줘요. Christ!

말하고 걷게 해 줘요. Christ! 기적을 베풀어요. Christ!

우리를 걷게 하소서. 우리를 보게 하소서. 우리를 살려 주소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걷지도 못하는 우리, 살려줘. 구해줘. 제발! 당신의 기적 보여줘. 당신만 유일한 희망.

그만, 제발 그만.

걷지도 못하는 우리, 살려줘. 구해줘. 제발! 당신의 기적 보여줘. 당신만 유일한 희망.

살려줘, 고쳐줘요. Christ! 보이고 듣게 해줘요. Christ!

말하고 걷게 해 줘요. Christ! 기적을 베풀어요. Christ!

그만, 그만!


아픈 환자들이 몰려나와 지저스에게 기적을 갈구하고 그는 이들을 돕고 싶지만 아무리 지저스라 할지라도 너무도 많은 숫자들인 이들을 감당하기에는 무리다. 이들로부터 쫓기듯 도망쳐보지만 지저스는 결국 그들 무리 사이로 잠식 당한다.

지저스 자신의 힘만으로는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음을 느끼게 만들고 신의 뜻대로 행동해야만 저들을 근본적으로 구원할 수 있음을 더 확고하게 알려주는 것 같기도.

특히 마이클리 배우는 "더 이상 난 못해."라는 대사를 더해서 연기해주는데 인간의 몸인 자신에게 한계가 있음을 더 확실히 보여준다.

JCS의 앙상블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장면들 중, 객석에서 볼 때 가장 소름이 돋게 만드는 장면이 이 장면이다. 어떻게 특별한 효과 없이 조명과 의상 그리고 배우들의 동작들로 마치 IMAX화면을 보고 있는 듯한 다차원의 느낌을 자아낼 수 있는지, 보고 또 봐도 항상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1-12. Everything's Alright (Reprise) / 마리아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환자들의 무리 속에서 겨우 벗어나 심신이 모두 지쳐있는 지저스에게 다가온 마리아는 괜찮아질 거라며 편히 쉬라고 노래한다. 그녀를 통해 잠시나마 겨우 안정을 취하는 지저스를 보며 마리아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알게 해주는 장면.

여기서 마리아 역을 맡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제이민 배우는 자신이 두르고 있던 숄을 벗어 지저스의 목에 둘러주는데, 이 디테일 하나만으로 그녀의 따뜻한 마음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지저스가 정말로 안온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1-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어떻게 사랑하나 / 마리아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이 맘을 어찌하나? 이것이 사랑일까?

변했어. 난 변했어. 그를 만난 후 세상 모든 게 다 달라만 보여.

내 마음 알고 있나? 내 생각하고 있나?

누굴까? 그는 누굴까? 그쳐 지나간 많은 남자와 왜 달라 보일까? 알 수 없어.

사랑한다고 말해 버릴까? 갖고 싶다고 소리쳐 볼까? 예전엔 결코 이런 일 없었던 내가.

말도 안 돼, 이런 모습. 어쩌다 이렇게 됐나?

그저 한 사람, 남자일 뿐. 스쳐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달라.

만약 그가 말해 준다면 날 사랑하고 있다고.

난 어쩌지? 어찌할까? 뒤돌아서서 말도 못 하고 난 사라질 거야. 두려워서, 그가 너무 두려워서.

미치도록 그를 너무 갖고 싶어. 죽을 만큼 사랑해서.


마리아에게 지저스는 신의 아들도 지도자도 그 어떤 것도 아닌 그저 '한 사람, 남자'임을 노래한다.

그와 동시에 이러한 마음(진정한 사랑)을 처음 가져봐서 어찌할 바 모르고 두려워하는 심정을 말하는 그녀 역시 보통의 '한 여자'임을 보여준다. 그저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여자.

김보경 배우는 지저스와 눈이 마주칠 것 같으면 기둥 뒤로 몸을 숨기기도 하고 몰래 숨어서 보기도 하는데 이 디테일로 마리아라는 캐릭터를 훨씬 사랑스럽게 만든다.

장은아 배우의 경우, 이 노래를 부르다가 입술에 바른 립스틱을 손으로 문질러 닦아내는 동작을 취하는데 '화려하게 치장하고 몸을 파는 거리의 여인'이 아닌 '한 남자를 순수하게 사랑하는 한 여자'임을 강조해주는 느낌.




1-14. Damned for all time, Blood money ; 저주받을 이름, 붉은 돈 / 유다, 안나스, 가야바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시간을 줘. 그 결정을 하기 전 내 머릿속이 너무 혼란해 지금.

내가 왜 당신 도와줘야 하는지, 나 수천 번을 생각하고 또 했어.

나 지저스 위해 여기 온 걸 명심해. 사람들이 그의 목을 조여와.

난 그의 선택 막을 거야, 끝까지. 지저스 그는 나를 이해할 거야.

이것은 내 의지가 아냐, 오해 마. 나 돈 따위에 팔렸다고 착각 마! 저주받을 내 이름 유다.

한 마디만 해줘, 이게 맞다고. 현명하신 충고 해봐, 가야바.

왜 날 희생자로 선택했을까? 내 고통 누가 생각이나 해줄까? 돈에 팔린 자 그렇게 날 착각 마.

영원히 배신자로 기억될 운명, 저주하지 마 내 이름 유다.


무대 깊은 곳에서 지저스와 유다는 (관객들은 알 수 없는)대화를 나누며 지저스는 유다를 꼭 안아주거나 이마에 키스를 해주는 방식으로 그를 다독인다.

이후 깊은 고민에 빠진 표정의 유다가 노래하는 장면.

이 노래를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유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지저스는 여전히 자신이 죽어서 메시아가 되어야 한다는 선택을 꺾지 않았고 결국 유다는 그의 제안을 따라주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가 밀고한다고 해서 설마 진짜 죽이기야 할까?' 라는 마음이 공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저스의 뜻을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하여 그를 따르되 (유다가 배신을 해도 죽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뜻이 잘못된 선택임을 보여주고 죽음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덤으로 거세져가는 군중의 분위기도 좀 잠재우고. 

지저스의 선택에는 필수불가결하게 배신자 롤이 필요했고 그것을 맡아 줄 제자가 있어야 했는데 그의 말을 결국 따라줄만한 제자는 유다라고 판단(의 근거는 자신을 가장 아끼고 말을 잘 들어주는 제자라서?), 지저스는 유다에게 그 제안을 하지만 유다 입장에서는 가장 존경하고 의지하고 아버지 같은 지저스가 죽는 길을 제 손으로 열어주라 부탁하는 지저스를 이해할 수 없고 오히려 원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선택이니 따라주는 게 그를 위한 것일까 싶은 혼돈 속에 빠져 있는 모습이라 해석했다.

혹은 밀고를 하더라도 그들(사제와 병사들)은 지저스가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니 일단은 지저스의 뜻을 따라주는 척 밀고를 하고 나면, 막상 죽음이 닥친 지저스가 두려움을 느끼고 그 선택을 멈추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을 수도. 그렇게 그가 마음을 고쳐먹는다면 유다는 사제들에게 지저스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주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지 않을까? 행여 거짓밀고로 자신이 죽게 될 지라도.

 

변명과 후회는 필요치 않아. 간단한 정보만 필요할 뿐.

체포영장은 다 준비됐으니 예수의 계획 말하면 돼.

널 위한 보상금, 다 준비해 뒀어.

돈 싫다는 놈, 본 적이 없어. 병사를 보낼 장소만 말해.

꼭 혼자있는 곳. 실수는 안돼.

그런 돈 필요 없어!

대체 뭔 상관이야? 돈이나 챙겨.

이런 돈 따윈 치워!

돈이나 어서 챙겨. 좋은 일에 써.

불쌍한 사람들 도와주는 돈. 잘 생각해 봐, 많은 걸 할 수 있어.

네 올바른 선택, 네 냉정한 판단. 이 돈은 모두를 구할 대가야. 정당한 대가일 뿐.


사제들은 보상금을 내밀며 유다를 설득하지만 유다의 목적은 돈이 아니기에 보상금 정도로는 결정내리지 못한다. 돈을 들이미는 사제들 앞에서 유다는 혼잣말을 하는 것 같은데 모르긴 몰라도 험한 말이었을 것임. 밀고를 하겠다는(또는 하는 척 하겠다는) 결심으로 오긴 왔으나 막상 그들 앞에 서니, 행동으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아 다시 갈등하게 되고, 한동안 망설이다 그들을 뒤로한 채 돌아가려 하지만 그 때 무대 깊은 곳에서 지저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 지저스를 본 유다는 잠시 고민하다 체념한 듯 다시 발걸음을 되돌린다.


마이클리 배우의 경우, 꼿꼿하게 서서 유다를 지켜보고 있고 임태경 배우의 경우,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마이클리 배우가 보여주는 지저스를 통해서 '아, 유다가 망설이고 있으니까 나타나서 밀고하라고 눈빛으로 강요하는 건가?'라고 해석할 뻔 했으나 월요라이브에서 윤형렬 배우가 설명해준 바, 이 장면에서 나타난 지저스는 유다와 같은 공간에 실제로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유다 머릿 속에 지저스가 떠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빌라도의 꿈' 넘버처럼 무대 위 겹치기식 연출 덕분에(?) 비기독교에 성경무지랭이에 JCS초면인 나는 해석 방향을 엉뚱하게 할 뻔 했달까? '저거 봐봐! 지저스가 유다더러 밀고하라고 등떠미는 거잖아!'라고 말이지... /긁적/

지저스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겟세마네에서 홀로 기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임태경 배우의 연기가 '유다 머릿 속에 떠오른 지저스'를 보여주는 것에 조금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목요일 밤, 그분이 항상 홀로 기도를 하시는 그곳은 바로 겟세마네.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다 포기한 듯, 유다는 나직이 지저스가 혼자있는 시간과 장소를 사제들에게 알려주고 만다.

직후 기다렸다는 듯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라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성이 흘러나오는데 이 음성에 유다는 웃는 것 같기도 우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표정으로 1막이 내린다.

막이 내리며 짓는 유다의 표정에서 읽어낸 것은 너무도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저스를 배신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그 행동을 잘했다고 착하다고 하는 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는 신에대한 원망이었다.

이걸 지금 위로랍시고 하는 거냐, 신은 역시 인간을 너무 모른다.


세 명의 사제들과 유다, 이렇게 넷이 함께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짜릿하다. 마치 귀가 정수리에서 열렸다가 또 명치에서 열렸다가 이마에서 열렸다가 관자에서 열렸다 하는 그런 기분. 온 몸이 청각기관이 된 느낌. 단순히 가창력으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배우들이 그 순간 발휘하는 연기와 바이브가 분위기를 장악한다.





2막.


2-1. The last supper ; 마지막 만찬 / 제자들, 지저스, 유다


고통과 고난의 지난 시간, 이 잔 속에 흘려보내고.

이 밤 지나면 우리 모두 알게 되리. 크신 당신 가르침의 뜻.

영광스런 사도 되었으니 당신 말씀 기록하리라.

그 가르침을 세상 모두 기억하리니, 우리 죽은 후에도.

최후의 만찬, 힘든 이 순간 모두 다 함께.

이 와인은 바로 내 붉은 피. 이 음식은 너희를 위한 나의 몸.

언젠가 내 피와 내 몸을 마시고 먹는 순간, 항상 날 기억하고 생각해 주길.


들뜨고 기쁜 표정의 제자들과 달리 지저스는 표정이 거의 없다. 이 만찬 자리 역시 지저스와 제자들의 동상이몽. 이 밤 지나면 일어날 일을 제자들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이 자리의 진짜 이유를 알고있을 유다만이 이 자리 자체를 못마땅해 하며 억지로 끌려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대충 목에 두른 거적대기에서 '삐뚤어질 테다!'의 바이브 물씬.

지저스가 술과 음식을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평온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급작스레 지저스의 내면 갈등이 표출되면서 곡은 점점 고조된다.


부질없는 소망, 확신 없는 기대, 내가 미쳐가는가?

너희는 날 잊으리, 내 이름조차도. 내가 죽는 그 순간.

하난 날 외면하고 하난 날 팔리라.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요?

베드로 넌 나를 세 번 부인한다. 본 적도 없다고, 그게 다가 아냐.

너희들 열두명 그 중 한 사람 나를 배신을 하리라.

왜 모른 척 하시나? 누군지 알면서.

원하는 걸 하라.

당신이 원했어!

그들이 기다려.

이 방법뿐인가?

내가 아닌 너의 뜻.

사랑했던 당신, 이제 난 증오해.

넌 배신자 유다.

나의 배신 없인 계획했던 메시아 그 꿈은 다 끝나. 그리 할까요?

가라, 어서. 변명은 말고 이제 그만해. 다 끝났어, 가!


지저스의 예언에 제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보다못한 유다가 참지 못해 배신자가 자신인 걸 알면서 왜 모르는 척 하냐고 소리를 친다. 자신의 밀고에도 지저스는 여전히 뜻을 꺽지 않았음을 알고, 유다는 이런 지저스를 또 설득하지만 오히려 '너의 뜻', '배신자'라는 모진 말을 해가며 유다의 다음 행동을 부추긴다.


고통과 고난의 지난 시간, 이 잔 속에 흘려보내고.

뜻은 몰라도 알게 되리, 먼 훗날. 크신 당신 가르침의 뜻.

영광스런 사도 되었으니 당신 말씀 기록하리라.

그 가르침을 세상 모두 알게 되리니, 우리 죽은 후에도.


유다는 울며 불며 설득을 거듭하고 지저스 역시 유다를 끌어 안으며 자신의 입장을 설득한다. 이 상황이 힘들지만 결심이 선 이상 이젠 이렇게 할 수밖에 없기에 지저스는 애써 정을 떼듯 유다를 외면하며 돌아선다. 유다는 지저스의 돌아선 뒷모습을 향해 원망의 눈빛을 보내고 동료들의 만류에도 뿌리치고 뛰쳐 나간다.


이 가여운 인간, 당신 한 사람 위해 우리 모든 희망 다 사라져 가네.

당신들 위해 만들어진 배신자란 내 역할.

이용당해 버려질, 상처받고 버려질 난 단지 희생양. 난 단지 희생양!

영원토록 저주받을 나의 이름, 가롯유다.

가라. 행하라. 가! 너에게 주어진 일 하거라, 어서!

아직도 난 당신 뜻을 알 수 없어. 왜 모든 걸 내던지고 가려하나?

다른 선택, 정말 할 수 없나요? 왜?


차마 다음 행동을 할 수 없어 다시 돌아와 화를 내는 유다, 그런 그를 지저스는 오히려 더 세차게 몰아붙이며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 유다는 마지막으로 애원에 가까운 설득을 시도해보지만 소용없음을 알게되고 "왜?"라는 가사를 절규하듯 부르며 무너진다.


아무도 곁에 없구나. 베드로, 요한, 야곱.

아무도 안 들리나? 베드로, 요한, 야곱.


유다를 비롯한 모든 제자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겨진 지저스가 느끼는 극도의 고독감.

물리적으로 혼자 남겨진 상태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이가 없기에 심리적으로도 고독함을 보여주는 게 아닌지.




2-2. Gethsemane / 지저스


유다의 마지막 행동만을 남겨두고, 이 순간 나에게 주신 이 독잔을 거둬줘요. 다가오는 죽음이 난 너무나 두려워요. 라며 임박해진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노래한다. 그리고 이 죽음을 종용한 신을 향해 질문을 이렇게 던진다.


흔들리는 맘, 지쳐버린 몸. 무얼 위해 싸워왔나? 누굴 위해 죽는 건가? 이 고통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되나요?

나 죽을 때, 예언하신 당신 뜻을 이루시겠죠. 날 못 박고 치고 찢고 죽이시겠죠.

I wanna know, I wanna know, my God.

I wanna see, I wanna see, my God.

내가 죽어 얼마나 더 대단한 걸 갖게 되나요? 얼마나 더 위대한 걸 이루시나요?

I'd have to know, have to know, my Lord.

Have to see, I'd have to see, my Lord.

나 죽어서 무엇이 되나? 나 죽어서 무엇을 얻나?

Have to know, I'd have to know, my Lord.

Why should I die? 보여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의미.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 헛된 죽음 아니란 걸 보여줘, 제발.

난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존잰가요? 왜?

그래요(Alright), 죽을게요. 지켜 보세요(See how I die). See how I die.


신을 향해 원망하듯 무수한 질문을 던져보지만 돌아오는 답이 있을리 만무하고 그런 신을 향해 보란듯이 죽겠다고 외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왜 죽는지는 알려주라고, 왜 죽는지 못 알려주겠으면 죽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게 확실한지라도 알려주라고 거의 생떼를 쓰는 수준.


흔들리는 맘. 지쳐버린 몸. 지나간 3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네.

끝내야 할 나의 운명. 당신 손에 정해진 운명.

당신 뜻대로 날 죽게 하소서. 당신 주신 이 독잔이 핏물 되어 날 적시고 찢고 쳐서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기 전. 지금 내 맘 변하기 전(Now, before I change my mind).


감정을 다 쏟아낸 지저스는 체념한 듯 이제는 진짜로 운명을 받아들인다.

이 넘버를 기점으로 지저스를 연기하는 두 배우가  약간 다른 노선을 보여주는데, 임태경 배우는 이후의 모든 고통을 삼켜내며 담담하게 죽음을 향해 가는 느낌이라면 마이클리 배우는 운명을 받아들이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고통을 드문드문 드러내는 편이다. 전자의 경우 이미 신성을 가지게 된 느낌이고 후자의 경우 죽기 직전까지 인간성을 놓지 않는 느낌이 강했다.

겟세마네 넘버를 처음으로 직접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 '지저스 롤을 맡은 배우는 노래기술자구나.'였다. 듣는 것만으로도 피치가 떨어질 것 같이 저음으로 향해가는 구성을 포함해 찢어질 듯 고음으로 외치는 구성까지, 듣는 내가 심장이 다 조여오다 튀어오르는 기분이었을 정도.


* 이 넘버의 경우, 배우들이 때에 따라 일부를 오리지널 가사로 부르기도 함. 예상과 달리(?) 오히려 임태경 배우가 영어 가사로 부를 때도 있음.





마이클리 배우의 겟세마네 https://youtu.be/YrsRhX9Pwd8


임태경 배우의 겟세마네 https://youtu.be/8PneNiLwvtg


스티브 발사모 배우의 겟세마네 https://youtu.be/wKjk1c8z_zc

* 스티브발사모 배우는 그냥 예수의 현신이라고 불리우는 존재임을 참고.





2-3. The Arrest ; 지저스의 체포 / 유다, 지저스, 가야바, 안나스, 제자들, 군중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저 사람, 혼자 계신 저 분.

유다, 배신의 시간이 왔구나.


이마에 키스하는 것을 통해 지저스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유다.

유다는 차마 지저스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지나가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지저스의 음성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잠시 발걸음을 멈추지만 지저스는 그저 '배신의 시간'이라고 한번 더 확인해줄 뿐이다.

유다의 키스로 지저스를 특정한 병사들에게 순순히 체포 당하는 지저스를 본 제자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채 도대체 무슨 일 생긴 거죠? 라며 의아해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꾸준히 동상이몽을 꿈꾸어 왔기 때문. 동상이몽은 진행형이므로 제자들은 이 와중에도 승리를 위해 투쟁을 명하시라 외치기도.

이 부분은 <What's the buzz?>의 리프라이즈 느낌.


끌려가는 본인을 구하려 병사들에게 칼을 들고 달려드는 제자들을 향해 지저스는 그 칼을 던져라. 모든 것은 결정됐다. 이제 해야만 할 일은 승리를 위한 투쟁 아닌 영혼 위한 구원 이라며 싸움을 저지한다. 이후 군중은 무섭게 돌변하여 지저스에게 악담을 퍼붓고 사제들에게는 처형을 요구한다.

제자들은 지저스에게 죄가 없다 외쳐보지만 이미 돌변한 군중은 더 무섭게 처형을 외친다.

이 때부터 1막에서 보여준 <빌라도의 꿈>이 현실화가 되어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신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이냐고 묻는 가야바의 질문에 당신이 날 그리 불렀다.(그것은 당신의 말)고 응수하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지저스를 향해 사제들은 유다를 증인으로 내세우고 유다, 너의 신고로 예수는 못 박혀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마 했던 지저스의 죽음이 사실이 될 것임을 깨달은 유다는 현실을 부정하며 지저스에게 다가가고 지저스 역시 유다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이를 막아내는 병사들의 폭력에 저항도 못할만큼 유다는 무력해져 있다. 서로 절절하고 애닳는 스승과 제자의 상봉 장면. 이 장면에서 지저스는 마치 유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다. 너는 너의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지만 유다가 가질 죄책감은 이미 Max.

군중은 지저스의 처형을 재촉하고 가야바는 재판을 위해 그를 빌라도에게 보낼 것을 명한다.


* '빌라도'는 유대에 있는 (로마 입장의)총독이다.



 

2-4. Peter's Denial ; 베드로의 부인 / 군중, 베드로, 마리아


어디서 본 적 있어. 끌려가는 예수, 그 자와 한 편이야. 난 분명히 기억해.

사람을 잘못 봤소. 난 몰라요. 그런 사람을 알지 못해. 누군지 몰라.

거짓말, 당신은 그 자의 오른팔. 어찌 부인하나? 왜 부정하나?

절대로 난 몰라, 그 자를 몰라.

나도 본 적 있어. 다 거짓말이야.

몰라! 난 모른다고!


지저스가 2막 시작 넘버인 <최후의 만찬>에서 예언한 대로 베드로는 정확히 세 번 부정을 하고, 세 번의 부정 직후 그 사실을 깨달은 베드로는 스스로에게 놀란다. 유다는 지저스의 예언을 실현시켜주는 쪽이라면 베드로는 예언을 실현 당하는 쪽의 느낌.

마리아는 어찌할 바 모르는 베드로에게 다가와 왜 그리 했냐고 죽음이 두렵냐며 나무라지만 너무나 두려워 피하고 싶었다는 답변에 이 모든 것들을 지저스는 알고 있었다며 그를 다독인다.




2-5. Pilate And Christ ; 빌라도와 지저스 / 빌라도, 안나스, 지저스, 군중


넌 대체 누군가? 부서질 듯 초라한, 넌 무슨 죄를 지었나?

지저스 크라이스트, 유대의 왕!

아 그래, 어디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런 이리 초라한 꼬락서니로 왕은 무슨 왕?

소문은 다 들었어. 그런데 왕? 왕이라고?

그건 당신의 말.

말장난 하시나? 닥치고 잘 대답해. 난 널 죽게 못해, 지저스 크라이스 유대의 왕.

죄는 이게 무슨 죄? 미친 것이 죄인가? 넌센스! The silent king.

이건 내 일이 아니야. 이건 너희 문제야. 유대왕 헤롯, 헤롯에게 보낸다!


빌라도는 자신의 앞으로 끌려온 지저스에게 재판은 커녕 미친 사람 취급을 하며 지난 밤에 꾼 꿈이 현실로 일어나는 것을 피하려 이 사태를 헤롯에게 넘겨버린다. 꿈의 끝은 군중의 비난이 빌라도를 향할 것을 보여줬기에 어떻게든 제 손으로 지저스의 죽음을 결정지으려 하지 않음이다. 일단 1차 디펜스.





2-6. King Herod's Song ; 헤롯의 노래 / 헤롯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지저스! 드디어 그대를 만나게 되다니, 이 헤롯은 너무 기뻐. 이 땅에서 나보다 유명한 사람 생전 처음보거든.(이 즐거운 만남!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 생전 처음 봐.)

장님 눈 뜨게 하고 죽은 사람도 살린다며? 오 마이 갓! 당연히 그래야지, 넌 신이니까.


기대 이상으로 지저스를 반갑게 맞이하는 헤롯, 이유는 호기심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망또를 벗어 병사에게 받으라는 제스쳐를 취할 때, 꼭 박수치자.

아무도 박수를 안 쳐주면 같은 티켓값 주고도 헤롯의 사랑스러운 애드립를 날려먹게 될테니.

육현욱 배우는 박수소리가 애매하면 "자신있게 해." 또는 "더 크게 할 수 있잖아? "라며 호응을 유도한 후 관객들에게는 "사랑하는 나의 백성들."또는 "있다가 풍성하게 연회를 열어. 다들 즐기고 가."라고 (혹은 이 둘을 조합해서) 말하고 센스없던 병사를 향해서는 "야! 가져가. 쟤 이따가 사형시켜. 최대한 고통스럽게." 또는 "야! 가져가. 너도 있다가 즐기고 가."라는 애드리브를 보여주고.

전재현 배우는 박수소리 크기에 상관없이 일단 박수나 환호가 나오면 병사에게 "너 때문에 사람들이 박수쳤잖아! 고마워." 또는 "기분 좋으니까 살려줄게."라는 애드리브를 보여준다. (재현배우 피셜, 첫번째 애드립은 '김태한' 배우가 제안한 애드립이라고 한다.)


갈릴리에서 자신보다 더 유명세를 얻고 있는 자가 누군지 궁금하던 차에 제 발로 찾아온 지저스를 처음에는 반기며 네가 진짜 신이라면 자신을 여자로 바꿔봐라, 물 위로 걸어가 봐라, 빵 하나로 모두를 배터지게 먹여봐라 등을 요구하지만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지저스에게 점점 흥미를 잃고 급기야 꺼지라며 역정을 낸다. 화가 치민 헤롯은 이걸 죽여? 라고 협박도 해보지만 역시나 반응 없는 지저스를 보며 애써 감정을 가라 앉히고 내가 왜? (누구 좋으라고?) 다시 빌라도에게 보내! 라며 그 역시, 반사하기 시전.

 

그간의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넘버이고 그에 걸맞게 다소 코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헤롯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무대 한켠에서 넋을 놓고 있는 지저스를 보노라면 '이 넘버를 보면서 과연 웃어도 괜찮을 것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2-7. Could we start again, please ; 다시 시작해요 / 마리아, 제자들


그동안 군중과 제자들 무리 사이에서 소극적이었던 마리아가 제자들과 아직 지저스를 지지하는 군중을 모아 다시 시작하자고 독려하는 넘버. '마리아가 각성했구나!'싶은 부분이기도.




2-8. Judas' Death ; 유다의 죽음 /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


My God! 당신께 이럴 순 없어. 피 흘리시며 끌려가던 그 모습.

왜 내리치나 세차게 그분을. 난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난 그분 뜻을 따랐을 뿐인데, 그 고통받을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나를 죽였어.

제발 나를 죽여줘.

다 벌어진 일, 다 필요치 않아. 널 이해 못 해, 왜 후회하는지.

원한대로 모두 이루어졌어. 저 군중은 다 그를 배신했어.

네 결단이 나라를 지켜낸 거야. 영원히 기억될 널 축하해.

대단한 일한 대가는 잘 챙겨야지. 그만한 액수는 갖기 힘들어.

크라이스트! 난 당신이 시킨 일 했을 뿐이라고 말해줘요.

크라이스트! 난 당신을 죽인 자, 영원토록 그렇게 불리겠죠?

당신을 죽여 죽어야 할 자, 죽음의 속죄만 남았나요?

당신을 죽여 죽어야 할 자, 죽음의 속죄를, 속죄를, 속죄를, 속죄 만을.


끌려가는 지저스의 처참한 모습을 목격한 유다가 죄책감에 울부짖는다.

아무리 지저스의 뜻을 따라주기 위한 배신이었다지만 사랑하고 존경하는 이가 고통받는 것은 견딜 수 없었을 터, 게다가 자신은 이제 '배신자', '지저스를 죽게 만든 자'라는 꼬리표가 평생 붙어다닐 것이 분명한데 이런 유다에게 '영원히 기억될 널 축하한다.'고 비아냥거리는 사제들의 말에 유다의 죄책감은 최대로 치닫는다.


이 맘을 어찌하나? 이것이 사랑일까?

누굴까? 그는 누굴까? 왕이라 불린 단지 한 사람, 인간일 뿐. 하지만 그는 너무 달라.

천국에서는 날 기억해줘요. 한 번만, 한 번만 사랑해줘요. 날 받아줘요, 지저스!


마리아가 불렀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의 유다 리프라이즈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세상 절절하게 노래하는 유다를 보면서 지저스에 대한 마음이 진심 아닐 리가 없다 느껴진다.

거의 지저스 해바라기 수준.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신이여, 당신은 이 모든 걸 알고 계셨겠죠? 왜 저였나요? 대체 왜?

그의 고통에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가여운 그에게 전 분명 경고하려 했어요. 그를 해치는 게 아니라요.

당신의 계시, 그 계시대로 배신자가 죽으면 그는 메시아가 되는 겁니까?

좋아요, 죽을게요. 죽을게요, 내가.

난 이용당했어.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난 이용당했어... 당신이 날,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나는 이용 당했어.

…지저스.


* 윤형렬 배우가 연기하는 유다버전의 대사이다. 이 부분은 배우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이 글을 적고 있는 본인은 윤형렬 배우의 유다 만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가 보여주는 유다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유다가 어떤 마음으로 지저스를 밀고했는지 대놓고 보여주는 장면.

앞서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리프라이즈가 끝나고 나면 분위기가 스산해지며 유다의 눈빛이 달라진다. 울며 불며 무거운 죄책감을 어찌할 바 몰라하던 그가 완벽히 바뀐 눈빛으로 신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그냥 눈이 완전 돌았다고 보면 됨. 그러다가 넋이라도 나간 듯, 제정신이 아닌 채로 죽음을 향해 움직이는데 끝없이 신에게 악담을 퍼붓다 죽기 직전 나직이 '지저스'의 이름을 부르고 숨을 거둔다.


* 여기에서 '당신'은 지저스가 아닌 '신'을 뜻하고 있다. (월요라이브에서 윤형렬 배우 피셜임.)

** “좋아요, 죽을게요.”는 <겟세마네>의 리프라이즈 느낌이기도.


잘했다, 유다. 불쌍한 유다.

밀고 직후에 흘러나왔던 출처 모를 음성이 유다의 죽음 직후 또 다시 흘러나온다.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유다는 신의 계시를 따르기 위해 희생했고 그 끝이 자살이지만 사실 신에 의해 자살 당한 것과 다름없기에 또 다시 그를 잘했다고, 불쌍하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해석했다.

역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인간을 위로할 줄 모른다. 지금 이걸 위로라고 하는 건지...


벽을 타고 죽으러 가는 장면은 이번 시즌에서 생긴 것이라 하는데 매번 조마조마하다. 저러다 떨어지면 대참사인데... 그냥 벽만 타는 게 아니라 타고 올라간 후 목을 매기 위해 다른 공간으로 이동까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하는 배우를 보면, 이건 뭐 안전수당은 별도 지급이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은 수준.

안전불감증 대한민국 아니랄까봐...


그리고 벽을 타고 올라가는 유다의 발 끄트머리에 한박자씩 늦게 튀어나오는 손은 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만 현재 14회를 봤는데 아무리 내 머리가 나쁘다 해도 진짜 이건 어떤 방식으로도 명확한 해석이 안 나온다. 대충 죽으러 가는 걸 말리는 손길 같긴 한데, 그 주체가 천사인지 악마인지 또는 또 다른 무언가인지... 그간의 유다에 대한 해석을 이어가려면 악마의 손길로 봐야 맞을 것 같긴 하다. 유다가 죽으면 신의 계시가 이루어질테니 그것을 막기위한 손길? 뭐 그 정도...  이 정도면 연출님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해줘야 할 것 같기도.




2-9. Trial before Pilate ; 빌라도의 재판 / 빌라도, 사제들, 지저스, 군중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왕께서 왜 또다시 오셨나? 헤롯왕을 즐겁게 못 했나?


애써 헤롯에게 지저스의 죽음을 넘겼는데 부메랑이 되어 빌라도의 앞으로 돌아온 지저스.

이 때, 헤롯이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데 육현욱 배우는 '헤롯왕을 즐겁게 못했나?'라는 빌라도의 말에 긍정의 표현을 하는 디테일을 보여주기도.


대답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끌려온 이유, 저들이 화가 난 이유, 내 손에 죽어야 할 이유를.

말해 봐, 지저스 크라이스트. 이 사람 지저스 크라이스트, 단지 돌았어.

불쌍한 인간, 난 죽일 이유 찾을 수가 없어. 왕일 수 없는 자, 메시아가 아닌 단지 초라한 인간.


지저스를 죽일만한 죄명을 찾을 수 없는 빌라도는 급기야 재판을 받는 당사자에게 죄목을 묻기까지 하고 원하는 결론(십자가형)을 내지 않는 빌라도를 향해 군중은 압박을 가한다.

그런 군중을 향해 죽이라고? 너희의 왕인데? 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우리의 왕은 시저! 라며 지저스에 대한 추종은 없던 일인 것처럼 군다. 이런 군중에게 빌라도는 메시아, 지저스, 외친 건 너희! 그런데 내 손으로 왜 죽여야 하나? 배신자들, 웃기는 위선자들. 이라며 하루아침에 안면몰수한 그들을 나무라고 설득하지만 군중의 반응은 더욱 거세진다. 역시 안티보다 무서운 게 등돌린 헤비덕후라고,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

그래도 차마 죽일 이유도 그럴 마음도 없는 빌라도는 이 자는 무죄. 죽일 이유가 없어. 죄라면 단 하나, 망상에 빠진 것. 잘못된 희망을 꿈꾸게 한 죄. 내 판결은 서른아홉 번의 채찍! 이라며 십자가형 대신에 39대의 채찍형을 선고한다. 빌라도의 2차 디펜스.

39대의 채찍형이 왜 39대인가에 대하여 들은 바, 40대를 맞으면 진짜 죽을 거 같아서 마지막 한 대의 자비를 베풀어 39대의 채찍형을 내렸다고 함. 그도 그럴 것이 이 채찍형에 사용된 채찍의 끝에는 동물의 뼈가 달려있어서 맞으면 살이 찍히고 찢기는 수준이었다고 함. 그런데 이 정도면 39대나 40대나 죽을 것 같은 건 매한가지 아니냐고...


하지만 그 채찍질마저도 끔찍하기 이루말할 수 없어, 선고를 내린 빌라도 마저 지저스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채찍수를 센다. 김태한 배우는 간혹 33대째나 35대째에서 숫자를 끝까지 세지 못하고 "서른 ㅅ...". "서른 다ㅅ..."이라는 디테일을 보여주는데 그가 이 상황을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보여주는데 크게 기여하는 부분.


블루스테이지 인스타그램 @bluestage_musical


빌라도는 힘겹게 서른 아홉대의 채찍을 견뎌낸 지저스에게 다가가 넌 누군가? 지저스. 뭘 원하나? 지저스, 내게? 난 너를 죽게 못해(넌 죽을지 몰라), 그러니 내 말을 들어. 내 손으로 너를 왜 죽여야 하나? 저들이 들리게 살려달라 말해, 어서! 라고 애원에 가까운 통사정을 해보지만 되려 지저스는 모든 것은 정해진 하늘의 계시. 당신은 이해 못 해.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어.라고 빌라도를 설득한다. 마지막으로 빌라도는 죽는 이유를 알려달라 묻지만 돌아오는 건 침묵, 그리고 군중의 거센 항의일 뿐.


네 스스로 선택한 이 파멸. 메시아이길 원한 건 네 선택!

내 죄라면 널 꺾지 못한 것. 난 무죄야! 내 손에 묻은 피!


결국 빌라도가 시전한 두번의 디펜스는 모두 실패, 차라리 처음 왔을 때 죽였으면 고통이라도 덜 당하고 죽었을 것을. <겟세마네>에서 지저스가 말했던 대로 신은 그를 치고 찢고 죽인 셈.

십자가형을 받은 지저스는 자신이 묶일 십자가를 끌고 처형장으로 향한다.


* 이 당시, 십자가형은 원래 있던 처형이었는데 십자가형을 받은 죄인은 자신이 묶일 십자가를 스스로 끌고 처형장까지 오르는 것부터가 처형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지저스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빌라도의 말에 따라 멀찍이 무대 깊숙한 곳에서 마리아와 시몬의 반응이 달라진다. 그는 무죄라고 선고하면 그 말이 맞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다행이라 표현하지만 채찍질을 선고 받고 형이 집행되는 동안은 마리아는 제대로 서있지 못할만큼 무너져 울며 기도하고 시몬은 함께 기도하면서도 곧 쓰러질 것 같은 마리아를 챙기기도 한다. 십자가형 선고 후에 마리아는 완전히 무너지기도.



2-10. Superstar / 유다, 앙상블(천사들)


하얀색 의상으로 환복한 유다가 강림해서 부르는 이 뮤지컬의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 넘버.

등장한 유다는 매체가 발달해서 이것저것 알리고 퍼뜨리기 좋은 이 시절을 놔두고 왜 하필 그 어려운 시기에 나타났냐고, 무엇을 위해 그런 희생을 했느냐고 지저스에게 한탄어린 질문을 던진다. 덧붙여 하늘나라에서 부처와는 사이가 좋은지, 마호멧이 산을 옮긴 게 진짜냐, 그렇게 죽어서 만족하느냐, 그 죽음은 실수이냐 계획이냐 등등 비아냥이 섞인 질문도 퍼붓는다. 그리곤 지저스가 왜 그랬는지 유다 자신은 정말 모르겠으니 알려달라 말해달라 재촉한다.


이 장면의 해석은 크게 세가지로 갈린다.

우선, 이 넘버를 부르는 것은 유다가 아니라는 해석. 유다를 연기했던 배우가 등장했을 뿐, 그 배우가 여기에서 연기하는 것은 유다가 아니라 그간 등장한 적 없는 전혀 다른 제3의 인물이라는 해석이다.

쉽게 말하면 이 작품을 만든 작가의 페르소나 정도? 그리고 이 인물은 관객이나 작가의 입장을 대변해서 지저스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해석은 유다가 현재 환생을 한 것이라는 해석인데, 이유는 가사 때문인 것 같다.

(작품이 시연되는 년도에 맞춰 부르는 그 가사. 이번에는 "2022년"으로 바꿔 부른 그 부분.)

마지막으로는 유다가 천국에서 천사들과 노래하는 것이라는 해석인데, 이 공연을 처음 봤을 때 내가 했던 해석은 이것과 같다.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배신자'라는 점과 '자살'을 택하여 회개의 기회를 놓친 점을 대입하면 지옥에 가서, 그 중에서도 제9층지옥에서 루시퍼를 만나야 마땅하지만 이 작품에서 해석해 놓은 유다는 지저스가 신의 계시대로 메시아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 조력자이자 희생자였기 때문에 천국에서 천사들과 노래하고 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대부분의 연출에 호감과 공감을 보내는 바이지만, 몇몇 아주 적은 부분에 있어서 의문을 지니고 의아함을 남기는 연출이 있는데 넘버가 끝난 직후의 장면 또한 그러한 부분이다.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불렀는데, 곡이 끝나자마자 유다와 앙상블들의 뒤로 십자가형을 당한 지저스에게 바로 조명의 핀이 꽂힌다.

유다와 앙상블들의 공연을 생각하면 환호와 박수를 보내야 맞는데, 뒤에 보이는 지저스의 참혹한 모습 때문에 너무 숙연해져서 '과연 내가 박수를 쳐도 괜찮은 걸까?' 싶은 거다. 왜 그렇게 연출을 했을까? 신나는 무대 이후, 시간 간격을 가지고 핀을 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꼭 그들은 지저스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말해 줘, 말해 줘, 말해 줘, 말해 줘. 난 궁금해 미쳐, 어서 내게 말해 줘.는 내가 연출님께 부르는 노래.

가사와 관계없이 그 연출을 반영한 해석을 해본 바로는 다음과 같다.

유다가 지저스의 뜻을 이루어주기 위해 본인의 사명을 다하고 천국에 먼저 도착했고, 이후 지저스가 천국으로 오시는 날만을 기다리다 드디어 지저스의 십자가 처형 소식이 들려왔다. 그에 유다와 천사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를 맞이하기 위해 신나서 노래를 불렀고 그 후 그의 영혼이 하늘에 닿을 때를 지켜보기로 한다. 하지만 십자가에 매달린 지저스가 숨이 끊어질 때까지의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기엔 너무 힘이 든 천사들은 차마 더는 볼 수 없어 외면하고 퇴장하지만, 유다만큼은 지저스가 드디어 뜻을 이루고 있음을 알기에 끝까지 그를 지켜보는 게 아닐까? 지저스를 향한 유다의 사랑이란 정말이지 짠내폴폴.

물론 전제조건은 가사 내용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분위기 그리고 내용 흐름상으로만 봤을 때이다.


유다의 사뭇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난 정말 모르겠는 걸요?'라고 말하는 듯한 그 어쩌라고 표정이 좀 얄밉기도 한데, 본 공연에서 웃음기 싸악 빼고 이 넘버를 불러주는 덕분에 커튼콜에서 부르는 <Superstar>는 또 다른 곡을 듣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극호.

그리고 11월 말? 12월 초? 아무튼 공연 기간 절반쯤 지났을 때부터 유다가 강림하며 넘버 시작 전에 지르는 애드립? 샤우팅?이 더 맛깔나게 바뀌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아니 이 오빠 미쳤나봐!'했는데 "Who are you?"라는 가사 바로 뒤에 붙이는 "후~!" 그건 또 뭔가요? 듣는 나라는 관객, 너무 좋아서 심장이 팔짝팔짝!!




2-11. Crucifixion ;  십자가형 / 지저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모릅니다.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나요?

목마르다. 목마르다. 목마르다.

아버지,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다, 이루었다.


성경에 나온 십자가형에 처해진 예수가 남긴 말들을 나열한 대사라고 한다.

이 때도 지저스를 연기하는 두 배우의 느낌이 사뭇 다른데, 마이클리 배우가 더 처절하게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 느낌이고 임태경 배우는 고통을 최대한 삼켜내려 애쓰는 느낌.




2-12. John 19:41 ; 요한복음 19장 41절


지저스가 숨을 거두면 마리아가 나타나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애도한다.

마리아를 연기하는 배우에 따라 그의 발을 어루만지며 끝이 나기도.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



지저스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 자체로 그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 보인다 생각된다. 그 죽음에 대한 갈등, 고뇌 그 후 결심을 통해 신성을 향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캐릭터.


마이클리 배우:

예민하지만 해맑은, 친구같은 지저스.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탓에 특유의 억양이 단점이지만 그 부분을 커버할 만큼의 샤우팅과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지저스 캐스트를 선택할 때, 오리지널 넘버에 가까운 샤우팅을 기대하고 그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면 주저말고 마이클리 배우의 공연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임태경 배우:

정 많은 선생님 같은 지저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처음 만나는 관객에게는 태경 배우의 지저스를 추천해주고 싶다. 상대적으로 관객 입장에서 친절한 지저스이기 때문. 오리지널 넘버에 비해서 샤우팅의 횟수를 줄여서 연기하는 편이지만 그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오히려 한국화 시킨 지저스가 아닐까 싶어서 앞으로 지저스를 연기할 차세대 배우들에게는 '아, 이렇게 해도 괜찮구나.'라고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국어 발음과 억양, 그리고 감정선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연기가 중요한 사람이라면 임태경 배우의 공연을 보라 하고 싶다.



유다

지저스의 보좌관 같은 인물이다. 그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만을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려 끝없이 지저스를 설득하지만 그를 너무 존경하고 사랑하기에 결국엔 자신의 뜻을 꺽고 그의 뜻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 또 다른 설명을 부연하자면, 핍박 받는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혁명가였기도.

자발적 아웃사이더. 계산적이고 머리 좋아 보이지만 결국 지저스 앞에서는 다 소용없는 지저스 밖에 모르는 바보.


윤형렬 배우:

듬직한 성인 남자의 몸 안에 아직 덜 자란 소년이 자리잡은 느낌의 유다.

특이하게도 묵직하지만 울림이 있는 고음을 선사하는 배우이다. 성종이 베이스일 뿐, 음역대가 낮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는 높은 편. 개인적으로 성대미남이라고 부르는데, 진짜 윤형렬 배우는 성대가 제일 잘 생겼다. 진심임. 오빠, 살쪄도 괜찮고 얼굴 못생겨져도 괜찮으니 성대미모만 지켜주세요!!!  눈물 연기도 성내는 연기도 몸 쓰는 연기도 일품.

하드웨어만 봤을 때는 병사들 다 제치고 지저스 구출하고도 남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력한 것이 정신에 지배당한 몸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유다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 시각적으로 더 극대화 된다. 지저스와 갈등을 하는 장면에서도 지저스가 툭하고 밀면 이미 저만치 나가 떨어지기도...

약해지고 무너지는 심리를 표현할 때, 큰 키와 듬직한 체형이 장점으로 드러나는 배우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근육몬답게 춤사위는 좀 둔탁한 편이라서 유다 캐스트의 선택 기준이 춤실력이라면 그의 커튼콜 영상들을 한번 보고 결정하길 권한다. 근데, 유다가 왜 굳이 춤까지 잘 춰야 하는지 전혀 모르겠음. 오리지날 실황 영상을 봐도 그 쪽 유다 역시 춤하고는 거리가 멀던데...

https://youtu.be/w7f6WnEO4DQ



빌라도

총독. 로마 치하에 있던 유대인의 처형 결정권자. 꿈 속에서 본 일이 실현될까 두려워 지저스를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인물.

지저스의 39대 채찍질 장면에서 채찍을 맞는 지저스보다도 그 숫자를 세는 빌라도 때문에 우는 날이 더 많았을 정도로 지저스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 자체를 힘겨워하는 게 보인다. '아, 저 사람은 지저스를 진심으로 살리고 싶어하는구나.'라고 바로 이해하게 됨.


김태한 배우:

연륜 가득한 총독.

말단직부터 차근차근 밟아서 총독 자리까지 올라가서 현재는 곧 은퇴를 앞두고 말년 병장마냥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느낌의 빌라도.

등장만으로도 무대가 묵직해지게 만드는 배우. 압도 당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기도.


지현준 배우:

마치 로마 어느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곱게 자라다가 어느 날 갑자기 "예루살렘에 가서 총독 자리 3년만 하다가 오렴."이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파견 나온 현대판 드라마 본부장님 느낌. 그래서 사람 죽이는 일은 굳이 하고 싶지도 않고 적당히 해야할 일만 하면서 기간 채우고 로마로 돌아가고 싶은 상태인데 도저히 명분도 모르겠고 내키지도 않는 지저스 처형을 하라니까 돌아버릴 것 같아 하는 느낌의 빌라도.



헤롯

빌라도가 지저스의 심판을 떠넘기는 갈릴리의 왕.

당대에서는 잔인하다고 알려진 군주. 작품 속에서는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캐릭터.

헤롯을 연기하는 두 배우는 확연히 서로 다른 헤롯을 보여준다. 재현배우에게 월요라이브에서 누가 더 (헤롯 연기를) 잘 하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다르다."라는 답변을 했을 정도로 헤롯을 연기하는 두 배우는 그냥 다른 느낌이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무례했고 답변은 그야말로 우문현답.  물론, 알려져 있는 역사 속 헤롯의 기본적인 틀은 공통으로 가져가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확연히 다르다.


육현욱 배우:

자기애가 강한 정치적인 헤롯.

"이걸 죽여?"라는 대사 후에 "누구 좋으라고?"라는 대사를 덧붙이는 부분에서 지저스의 처형을 자신이 함으로써 불러올 정치적인 영향까지 고려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처음 육현욱 배우를 봤을 때의 느낌은 '움직임이 가볍다.'였다. <썸씽로튼>에서 유랑악사로 처음 경험했는데, 퇴장씬에서의 그 발재간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잘하면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 역할을 건네더라도 소화시킬 것임에 한 치의 의심이 가지 않는 배우. 본투비 공연광대.


전재현 배우:

뉴올리언스 바이브를 자아내는 흥 많고 사랑스러운(?) 헤롯.

연회를 열었을 때, 육헤롯은 무게 잡고 무희들의 공연을 보는 쪽이라면 전재현 배우의 헤롯은 본인이 노래하고 춤을 추려고 연회를 열 것만 같은 느낌. 의외로 본인 손으로는 모기 한마리도 못 죽일 것 같기도.

무대에서 보여주는 단발머리는 가발이 아니라 진짜 본인 머리라고.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를 하는 분일지 진짜 궁금한 배우이다. 차기작 티켓팅 드릉드릉.



마리아

지저스를 이성(남자)적으로 사랑하는 인물. 그리고 지저스에게 유일한 위안을 주는 존재.

유다가 자발적 아웃사이더라면 마리아는 소심한 수동적 아웃사이더.

기존쎄 마리아 = 제이민 마리아

멘탈갑 마리아 = 김보경 마리아

의외로 가장 연약한 마리아 = 장은아 마리아



가야바

지저스를 정치적으로 위협적인 존재라 여기는 대사제.


이한밀 배우:

오프닝위크 기간 동안에 극저음으로 부르려 시도하다 본공연 기간부터 자신에게 맞는 음을 찾고 베스트가 된 케이스. 이미 다른 공연에서 먼저 경험했던 배우였기에 오프닝위크 때 듣고 살짝 실망할 뻔 했으나, 본공연 때 수정해온 것을 듣고 대만족! 내가 알고 있던 한밀배우의 역량이 보여서 입꼬리를 올렸더라는 이야기.


김바울 배우:

미친 저음으로 동굴 가야바를 만들어 내는데, 배우도 초면이고 작품도 초면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놀라움과 신선함이었다.  '저 정도의 저음으로 연기를 한다고??!!' 아마 성종이 옥타비스트가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그런 성종을 마주해본 적이 없어서 맞는지는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다. 두 배우 중에 누가 더 낫다 아니다를 가를 문제가 아닌 다른 매력의 가야바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가야바는 성종이 베이스인 명창들 모음집임.



안나스

유대의 사제들 중 한 명. 김민철 배우 피셜, 안나스는 가야바의 장인(그러니까 가야바는 안나스의 사위...)이었다고 한다. 이 시절, 대사제는 서로 돌아가며 했다고 하는데 장인이 사위에게 물려주고 뭐 그랬던 모양.

걸어다니는 위키백과 지인에게 물어보니, 사도행전? 그런 곳에 가야바와 안나스의 관계가 적혀있다고 한다.


김민철 배우:

안나스 역의 배우들 역시 뛰어난 명창들인데, 상대적으로 민철 배우의 안나스가 좀 더 찌르는 듯한 음색과 얄미운 표정을 잘 짓는 편이라 관객들에게 더 미움을 사는 것 같기도. 그만큼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

<최후의 만찬>에서 가발쓰고 나오면 안나스라고 상상도 못하는 얼굴로 변하기도. 원빈배우 얼굴로 인지한 후에야 그 가발을 쓴 배우가 안나스 역할의 배우이구나 라고 알게되어서 알아봤지 그렇지 않았음 계속 '저 어린 배우는 똑단발로 왜 맨날 이 장면에서만 나오지?'라고 했을 정도.


김원빈 배우:

개인적으로는 원빈 배우에게 놀랐었다. 이 작품 직전에 공연한 '사랑의 불시착'에서는 이러한 음역(아마도 카운터테너)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인데, 공연을 보면서도 낯이 익은 배우인데...하면서 찾아보고 그제야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고 인지했더라는 이야기.


사제

이예빈 배우:

공연 내내 원캐스팅으로 다른 앙상블 배우들과 열일 중인 배우. 사제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장사꾼도 되고 제자일행도 되고 군중도 되고 되게 바쁜 배우. 종종 다른 배우들의 라이브방송에 찾아와 댓글을 남기는 걸 볼 수 있는데, 그 때의 반응을 미루어보아 꽤나 사교성이 좋고 사랑받고 있는 존재임이 느껴지기도.

TMI로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 요정임. 공연 이름만 해시태그 걸어도 어디선가 나타나 마음 눌러주고 가는 귀엽고 소중한 존재.



시몬

지저스의 열두제자 중 한 명. 열심당원. 거의 아이돌롤. 유다만큼은 아니지만 왜 팔뚝이 굵은지 이해가 가는 캐릭터.


신은총 배우:

오프닝위크 때부터 '이 사람 뭐지?'했던 배우. '저 배우 능력캐 아이돌 출신이 확실해.'라는 83.1027%의 확신을 가지고 검색해봤다가 아니어서 당황했었던 기억이 난다. 공연기간 초반부터 이미 춤사위며 성량이며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 비슷하다고, 그래서인지 뮤지컬 관련 어워즈 신인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더라고?


윤태호 배우:

오프닝위크 때에 좀 불안불안했었지만 크게 내지를 때 보이는 그 인디언보조개가 내 취향이라서(난데없이 나오는 사적취향) 최대한 빨리 로딩이 되어달라 내심 기대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프닝위크 대비 현재까지 봤을 때 가장 크고 완벽하게 발전한 배우가 태호배우 아닐까 싶음. 특히 시몬질롯 마지막에 내지르는 부분은 이제 전율까지 느껴질 정도. (괜히 윤교수님이 1년 동안 가르친 게 없는 학생이었다고 한 게 아니었다. 태호배우! 나 미래의 윤저스 회차 이미 티켓팅 완료했는데...)

완장을 만지작 거리거나 끼고 벗는 것으로 디테일을 주는 타입.



베드로

김영우 배우:

나의 사랑 너의 사랑 김영우. 2021년 연말에 본 <썸씽로튼>에서 처음 경험했던 배우. 이미 이 때부터 마음 속에 애정을 키워온 배우라서 JCS 캐스팅 되자마자 엄청 반가웠다. 롸튼에서 너무나 깨발랄한 여장남배 역할을 하셔서 그 느낌만 가지고 있었는데 베드로는 또 다른 느낌이어서 신선했다. 너무 순수해서 겁도 많고 유약한 것 같은 그런 느낌. 겉으로 보이는 유약미와 달리 몸을 꽤나 잘 쓰는 편.



앙상블 배우

이유나 배우:


이슬기 배우:


이은주 배우:




 


조명, 의상.





기타 등등. (블라블라.)





3일 정도면 너끈하게 후기와 설명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하루 6시간 이상씩 5일에 걸려서야 비로서 이만큼 썼다.

마감 쫓기듯 개발새발로 마무리한 상태라서 이후에 시간을 갖고 내용도 추가하고 수정도 좀 해야할 것 같으므로 해당 사항이 생기면 도입부 상단에 재편집일자를 적어두려 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대해서 절대 이렇게까지 구구절절 쓸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유유상종이라고 나처럼 친구들도 종교가 없고 세계사 무지랭이들이라 막상 작품 영업을 했지만 물음표 백 개쯤 띄우고 "이건 뭐야?" "저건 뭐야?" "그건 왜 그래?" "그 때 말한 대사가 뭐야?" 등등, 내가 처음 경험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탓에 여기까지 왔다는 TMI 사정설명으로 일단 마무리!!

기억력 오지게 나쁜 나도 열네번을 보니까 노력 없이도 넘버 가사들이 외워진다는 것에 놀라웠다는 점도 첨부.


친구들아, 나 30시간 무페이 노동했으니까 내 생일 공연 때는 다 같이 봐줘야 한다.

안 그러면 우리사이 일단 거리두기 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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