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Solo] 16기 돌싱특집 리뷰

사람의 뇌는 남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 (feat. 뒷담화이론)

by forever young

사람의 뇌는 남의 이야기를 하기 좋아한다. (feat. 뒷담화 이론)


최근 방송되고 있는 리얼리티쇼 <나는 솔로> 16기 이야기가 뜨겁다. 드라마보다 더 재밌다며 시청률과 화재성이 모두 높다. '역대급 빌런', '남의 말 대잔치' 등.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유형의 사람들이고 사건들이라 공감을 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듯하다. 그중에서 이번 기수(16기)의 특징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데이트 중에 남의 연애사 이야기를 유달리 많이 한다는 것이다. 원래 인간의 언어는 남 이야기(뒷담화)를 하려고 만들어졌다(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고 할 정도로 그것이 쉽고 재밌다. 반면, 자기 이야기는 어렵고 뇌를 빨리 지치게 한다. 그래서 자기 걱정은 잠깐만 해도 두통에 못 견뎌하면서, 남의 뒷담화는 밤늦도록 해도 덜 지친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냥 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리 내의 누가 누구와 잠자리를 하는지,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 사기꾼인지 아닌지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뒷담화 이론'이라 불린다.


자기감정을 아는 것 vs 남의 감정을 아는 것.


프로그램 속 이벤트 중간중간 개인 속마음 인터뷰를 보면 출연자들은 자기감정에 대해 대체로 '모르겠다.'라고 한다. 마음을 좁혔다 해도 2가지 이상의 경우의 수를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으며 확답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남의 이야기는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경우가 흔하다. "딱 보면 알겠네.", "누가 봐도 무엇이네.", "내 눈에는 다 보이는데 자기만 모르고 있네." 등. 자기는 남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어서 '다 안다'라고까지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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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을 물으면 결정 장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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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마음을 아는 데는 신통력, 자기 마음을 아는 데는 무능력


우리의 감각기관과 뇌는 남은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남의 눈빛, 동작, 목소리의 떨림 등으로 알게 되는 정보는 많다. 그리고 언어는 그 정보에 어울리는 풍부한 어휘를 제공한다. 약간의 문장력으로도 훌륭한 정보 보고서가 뇌에 전달된다. 그래서 서로의 호감을 느끼며 대화를 나눌 때 소재는 부차적인 것이다. "대화의 티키타카가 잘 되고 케미가 돋았어요."라고 할 때가 그때이다. 하지만, 비슷한 대화 소재라 해도 서로 비호감이면 정반대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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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자 광수의 '산전수전, 파란만장'이라는 말은 출연자 영숙을 위로하고 존중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광수를 비호감으로 여긴 영숙에게는 시비를 걸 빌미가 되었다. (영숙은 옥순을 시기하고 있었고, 그런 옥순과 짝을 이루고 있는 광수에 비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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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자기를 파악하는 정보는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시그널이다. 이에 대한 응대는 신체반응이다. 언어가 아니다. 그래서 남은 쉽게 단정할 수 있지만 자기를 아는 것은 어렵다. 병원에서 의사의 문진 때 환자가 자기 상태를 표현하기 어려운 것도 같은 이치다. 문학에서도 타인을 묘사하긴 쉬워도 주인공 자신을 묘사하면 지루한 문장이 된다. 심지어 위치를 표현하는 것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달라 하면 난처한 경우가 흔하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듀스의 노래 <우리는> 중에서


프로그램 중에서 롤러코스터 탈 때의 느낌에 대해 출연자 현숙은 영호에게 "배꼽이 짜릿해지는 느낌이 좋아서 롤러코스터 타는 것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이 느낌은 중력이 급감할 때 겪는 신체 반응인데, 자동차로 요철이 있는 도로를 지나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느끼는 흔한 경험이지만, 이것을 표현하는 적절한 문장도 어휘도 없다. 남을 관찰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느낌이라 언어에 반영이 잘 안 되어서다. 이렇듯 자기 느낌의 이야기를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미숙하고 철없어 보인다. 귀여운 느낌을 주고 싶다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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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생각은 감각으로 vs 자기 생각은 이성으로


출연자 현숙은 영식과 영호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상대가 자기를 선택할지 안 할지는 느낌으로 생각하면서, 자기가 누구를 선택할지는 이성적이다. 상대방의 마음은 자기에게 호감을 보인 것만으로 이미 자기의 컨트롤 범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각만 이성적으로 하고 있다.


영식의 장점은,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 책임감 있게 도움을 줄 것이고, 거주지도 전주와 청주 사이라 비교적 가깝고, 나중에 어려움이 생겨도 호구형 남자라 자기가 손해 볼 위험이 적다는 판단인 것 같다.


반면 영호의 장점은, 대학교 1학년 이후로 엄마의 삶을 살게 돼 인생에서 삭제된 젊은 시절을 그나마 살려줄 수 있다는 것. 젊은 여자로서 발랄한 끼를 발산할 시간이 생긴다는 것이 아닐까. 반면 단점은, 영식은 안정은 있지만 재미는 없는 삶, 영호는 재밌겠지만 헤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 이 속에 영식과 영호가 하고 있을 고민에 대한 생각은 적어 보인다. 남자는 이성적 끌림만으로 자기를 선택하는 단순한 존재라 여기고 다른 여자 경쟁자만 차단하면 될 것이라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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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식과 영호도 각자의 입장에서 맞닥뜨릴 현실적 우려에 대한 고민이 깊다. 영식은 자신의 두 자녀가 새엄마와 새 형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친엄마보다 훨씬 어리고 미숙할 현숙이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가족이 될 수 있을지가 더 큰 고민이다. 영호 역시 현숙의 14살 딸과 어떨지, 연애할 때 거리가 먼 것은 어떻게 할지 고민이 더 크다. 며칠밖에 안 본 사람에 대한 끌림의 감정보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 없지

<타타타> 김국환 노래 중에서

영화 <트루먼 쇼>와 리얼리티쇼

남의 행동과 속마음을 이렇게 전지적 시점으로 볼 수 있는 리얼리티쇼를 보자면 좀 불편한 기분들 들지만, 특별한 배울 점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번 <나는 솔로> 16기에서도 근거 없는 거짓 소문이 생기고, 그것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돼서 진실을 누르고 거짓이 진실의 지위를 누리는 일. 패러프레이징(paraphrasing)이라 하면서 와전, 왜곡, 급기야 사실상 거짓을 전달하는 것. 이런 상황을 논픽션, 실화로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마무리 글은 16기가 종료되면 한 번 더 쓰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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