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_3 앞으로 해야 할 것
저는 이제 사람과 사물을 모두 공부를 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물을 서로 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공부는 사람을 만나거나, 인문학 책으로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물 공부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더군요. 사물에 대해 깊이 다룬 글이나 자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가까운 곳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집 안의 사물을 천천히 관찰하는 거죠. 그래서 어느 날은 커튼을 한 시간 넘게 바라보았어요. 어떻게 사람과 사물을 이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가진 상태로 말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사물의 가치를 전달한다.
사람이 사물을 직접 사용하고 경험해야 한다.
사물의 가치 전달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사물을 관찰하면서 그 가치를 전달하면 됩니다. 하지만 사물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제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구매하고 사용해보아야 했거든요.
사물을 직접 소비해 보고 경험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직접 사용하고 경험해 보지 않으면, 사물이 주는 효능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가 전달하는 사물의 가치도 이해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사물을 직접 구매하고 경험할 수 있을지를 생각했습니다.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품질이 준수해야 한다.
우선 가격이 합리적이면서도 품질 또한 준수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바로 무인양품입니다. 제가 무인양품의 덕후이기도 하지만, 두 가지 사항을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무인양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합니다.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때문인데요. 제품의 불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빼면서 제조과정에서 늘어날 비용을 줄입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포장으로 포장 비용 또한 절감하죠. 그래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 없이 제품을 구매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품의 품질 또한 꽤나 준수합니다. 이름 그대로 가격 대비 양품을 취급합니다. 저는 아래 글을 읽고, 무인양품의 제품이라면 구매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렇지 않으신가요?
“(중략) 며칠 전 몽블랑에서 5만 5000엔짜리 노트를 샀습니다. 제 돈으로 샀죠. 그래야 제대로 분석할 수 있으니까요. 며칠 써봤더니 이 정도면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자인 면에선 어쩔 수 없겠지만, 종이 질만큼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인양품의 가격대로요.”
마에다 준이치로_문구 상품 개발매니저 [출처: 매거진 B_MUJI]
앞으로 무인양품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사물의 가치를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을 구매하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소비를 해야, 더 좋은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물의 가치를 전달할 뿐, 구매는 여러분의 선택인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명심하고, 제품을 소개해야 할 것입니다.
사물을 사용하면서 사물의 가치를 이해하다 보면, 언젠가는 사람과 사물의 관계가 더 깊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날이 올 수 있도록 사물의 가치를 더 발견하고 전달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