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머니가 모텔에서 나와 고향으로 가실 것이다
혹독한 아픔의 기억과 외로움 다 털어 버리고 부디 행복하게 지내세요
지난 금요일(10.24.), 동생은 어머니를 광주 B병원에서 퇴원시켰다.
어머니는 갑자기 폐결핵 판정을 받았고 음압 병동에 격리되어 독한 결핵 치료약 복용 후 연신 토했으며, 객담검사의 고통을 호소했었다. 입원 4일째 되던 날에 폐결핵은 오진이었다며 일반 병실로 옮기는 해프닝(happening)도 있었다. 하지만 음압 병동 격리는 어머니의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켜 섬망(譫妄) 증상에다 손발 떨림까지 생겼었다. 너무너무 안타깝고 마음 아팠다.
얼마 후 동생은 간호사에게 어머니의 폐렴 염증수치가 높아 잡히지 않으니 호흡기 내과가 있는 병원으로 전원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어머니는 광주 B병원에서 퇴원하게 되었다.
동생은 어머니를 목포 H병원으로 옮겼다.
병실이 없어 입원하지 못했고 월요일 오후에 폐결핵 정밀검사를 하기로 예약했었다. 폐렴 염증수치가 높아 전원 했는데, 생뚱맞게 폐결핵 정밀검사를 한다고 해서 의아했다. 아마 광주 B병원의 진료 차트(chart)에 폐결핵으로 음압 병동 입원은 물론 관련 코멘트를 남겼을 것이다. 그렇다고 또 폐결핵 정밀검사를 받게 하다니, 수익에만 매몰되어 있는 병원의 횡포인 것 같아 씁쓸했다.
폐결핵 정밀검사 예약은 많은 문제를 유발했다.
우선 정밀검사의 목적이 폐결핵 의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만약 폐결핵 판정을 받는다면 어머니가 어려운 치료 과정을 이겨낼 수 있을지, 그리고 밀접한 접촉을 했던 모든 가족과 주변인도 역학조사를 받아야 함은 심각한 문제였다. 더군다나 임시 거소(居所), 가족들의 병문안, 식사 제공, 검사 결과 이후의 문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 등 나는 동생과 심도 있게 논의하며 걱정을 더했다.
드디어 10.27.(월), 어머니께서 폐결핵 정밀검사를 받기로 한 날이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는 수면 상태로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런데 폐에서 약간의 피가 나와 통상 이틀 내로 나오는 검사 결과가 1주일 뒤로 미루어졌다. 나는 폐 검사를 하다 뭘 잘못해서 피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로 인해 검사 결과까지 지연되어 담당 의사가 참 원망스러웠다.
이젠 검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1주일을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동생은 1주일 동안 어머니의 임시 거소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매 끼니를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 달라고 했다. 나는 별 뾰족한 대안이 없어서 어머니를 계속 모텔에서 지내도록 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여 드리자고 제의했다. 하지만 동생은 어머니에게 배달 음식을 매 끼니 제공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집에서 음식을 해서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다. 가까이 사는 동생이 수고하고 효도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 사는 나는 동생에게 말로만 고마움을 표시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10.31.(금)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형, 오늘 검사 결과 나왔어. 어머니는 폐결핵이 아닌 것 같다며 전염성이 없어 일상생활을 하셔도 된다네. 폐결핵이 아니어서 너무 감사하네요"
"와, 그러니. 다행이다. 모두 가슴 조였는데. 정말 수고 많았다. 고맙다."
그랬다. 지난 한 달 동안 폐결핵 판정을 내려 음압 병동에 격리했던 광주 B병원, 폐결핵이 아니라고 했는데 또 폐결핵 정밀검사를 받게 했던 목포 H병원의 과잉 횡포(?)가 무척 원망스러웠다.
'음압 병동에서 계속 있었으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이제 폐결핵이 아니라고 하니 아주 좋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기분 좋게 귓가에 걸리지만, 왠지 속상하고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제 어머니가 모텔에서 나와 고향으로 가실 것이다.
홀로 진한 외로움으로 한없이 두려웠던 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한 어머니!
이젠 꼭 건강하세요. 다시 고향에 가시면 친구분들에게 고약한 병원과 의사 선생님 원망하는 얘기를 많이 나누세요. 그래서 혹독한 아픔의 기억과 외로움 다 털어 버리고 부디 행복하게 지내세요. 그리고 어머니, 오랫동안 우리 6남매 곁에 있어주세요.
이제 나는 하나님께서 어머니의 건강을, 행복을 축복해 주시길 기원해 본다.
2025.11.02. 글쓴이: 김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