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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Mar 29. 2024

갑상선암 수술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직장 건강검진


직장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한다. 올해는 교대 근무지로 옮겨서 특수검진 대상자라

1~2가지 검사를 추가할 수 있었다. 아내의 추천으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추가했다.   


얼마뒤 이메일로 검진 결과가 전송됐다.

그런데 특이한 게 하나 보인다. "갑상선 결절 소견, 3개월 후 추적 관찰 요망"

 이게 뭐지? 별일 아니겠지? 찝찝한데? 고민하다. 아내의 권유로 동네 종합병원을 찾았다.

추가로 초음파 검사와 피검사, 세포 검사를 거쳐 양성과 악성의 중간인 비정형 결절 진단을 받았다.

쉽게 말해, 세포의 일부를 떼어낸 결과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애매한 부분이 있단다.

3개월 후 재검사, 결과는 마찬가지다,

이제는 세포를 완전히 떼어내서 온전한 세포를 보기 전엔 정상인지 암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결론이다.

수술이냐? 또 3개월 후 재검진이냐?

선택이 쉽지 않다.

병원에선 이런 겨울 보통 1차적으로 수술을 권하고, 2차적으로 재검진을 권한단다.


수술을 하란 말인가? 말란 말인가? 환자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이다.  


수술과 재검진 사이 갈등


수술이 꼭 필요하지 않다면 안 하고 싶어

진료의뢰서와 검진 결과서를 들고 상급병원의 진료를 한번 더 받아 보기로 했다.

방문한 대학병원에선 수술만이 답이란다.

당장 제일 빠른 수술 날짜를 잡고

수술준비에 들어갔다.

이와 수술을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떼어낸 결절은 일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고 보통 암일 확률이 20~30%란다.

수술 날짜가 다가온다. 수술도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걸었지만, 두려움은 여전히 실루엣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수술당일 혼자 짐을 싸고 병원으로 향한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애써 태연한 척 좋아하는 노래도 틀어본다. 

어느덧 수술 대기실에 도착했다.

미리준비된 자리에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팔에 수술용 수액을 놓는다.

 "이제 곧 수술 들어가니 소변보고 오세요"

드디어 출발이다.

아래위 파란색 가운을 입은 건장한 남자가 내가 누워 있던 침대를 끌고 수술실로 향한다.

가는 동안 천장만 보인다. 두 번째 수술이라 낯설진 않지만 무척 길게 느껴진다.

몇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더니 중앙수술실내에 또 다른 대기실에 멈춘다.

수술부위와 이름 성명을 확인한다. 10분 뒤 다시 어디론가 이동하더니 멈춘다.

 천장엔 커다란 불빛이 보인다. 여기가 바로 수술하는 곳이구나 싶다.

사람들은 매우 분주하다. 입에 호흡기 같은걸 대니 바로 깊은 잠이 든다.  


살아 있네 ~~

누군가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잠깐 자고 일어난 느낌이다.

눈을 떴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그런데 숨쉬기가 힘들다,

어깨와 목 쪽에는 묵직한 느낌에 움직일 수가 없다.

뭔 짓을 한 건지 허라와 다리가 절인다.

마치 온종일 높은 산에 오르고 아침에 일어난 후 근육통이 온 느낌이다.


눈앞에 엄마가 보인다. 아프지만 아프다고

맘대로 말할 수 없었다.

사실 수술하러 오기 전 칠순이 넘은 엄마가 걱정할까 봐 감기 같은 거라고 웃으며 말하고

와서 더욱 그랬다.

가래를 삼키지 말고 뱉으라는데 뱉을 수도 없다. 짜증이 난다. 입원실에 도착했다.

그렇게 또 잠이 들었다.


결국 암이었다


퇴원한 지 4일, 수술한 지 7일 뒤 수술로 떼어낸 결절(혹)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를

받으러 가는 날이다.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암이다.

갑상선 유두암 진단.

내가 암이라니 모든 안 좋은 것들의 대명사 암,

유두암이 뭔가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갑상선 암중 90%를 차지하는 유두암은 예후가 좋은 암, 착한 암 이란다.

암이 착한 것이 어디 있을까? 나에게 도대체 왜 이런 암덩어리가 생길 걸까?  


기분 나쁘고 찝찝하고 한마디로 더럽다.

받아들여야 하지만 가끔씩 머리가 멍하다.

그래도 일찍 떼어 냈으니 다행이다.  애써 누가 물어보면 이렇게 말해야지 맨트도 정했다 

회복하고 관리하면 정말 괜찮겠지, 

내일부터 바로 운동이다.

먹는 것도 제일 좋은 걸로 챙겨 먹어야지,

사람일은 정말 알 수 없다.

하루하루 정성 들여 열심히 살수 밖에 남은 인생도 잘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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