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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May 01. 2024

뷔페 먹는 아들을 보는게 꿈 (프롤로그)

보통 아빠의 특별한 육아법


<프롤로그>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일까?


좋은 아빠란 어떤 아빠일까? 사실 난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에도 무작정 책을 꺼내 들고, 정보를 검색하며 고민에 빠진다. 미치도록 가려워 밤새 피가 나도록 긁는 아이, 그런 아이를 지켜보며 눈물 속에 살았던 아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탈출을 시도했던 가족의 좌충우돌 음식 알레르기 극복기를 통해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노력했던 보통아빠의 특별한 육아, 그 과정을 돌아보니 좋은 아빠는 좋은 장난감이나 좋은 옷,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뛰어놀고 이야기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빠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요즘은 사춘기도 빨라져서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부모랑 같이 놀려고 하지 않는단다. 중,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성인이 된 조카는 이런 말을 했다. 아이는 아빠가 놀아준 만큼 나중에 커서 아빠랑 놀아준다고 말이다. 지금도 아빠랑 여행을 다니며, 기분 좋은 날엔 함께 막걸리 잔을 부딪치는 조카의 말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함께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선물로 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다.


가장 큰 선물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아이와의 시간도 나중에 여유가 생길 때 함께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변한다. 놀이동산에 가자고, 아빠랑 축구를 하자고, 공룡공원에 가자고 해도 다음 달이면 아이들의 관심은 이미 다른 데로 가고 없을 수도 있다.. 놀이동산은 시시하고 축구는 친구들과 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공룡 따위는 포켓몬스터에게 밀려 관심이 없어질 수도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걸 원할 때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아이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주변에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아빠들도 보았다. 지금 없는 시간이 나중에 갑자기 생기지도 않겠지만 나중에 시간이 생겼다고 해서 아이들이 아빠를 온전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아빠들만의 착각이다. 오늘 할 일을 미루면 내일은 내일의 할 일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과후라도 주말이라도 연차를 써서라도 지금 당장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꽃은 다시 피지만, 강물은 한번 흐르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바로 지금 아이와 함께 부지런히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건 부모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했다. 육아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었고, 처음 겪는 일로 미처 알지 못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아이는 나의 행동을 따라 하고 흉내 내면서 세상을 배우기도 했다.   
   

육아를 통해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했다


한 번은 아이와 단둘이 운전을 해서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지독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였던 나는 코점막 3개 중 하나를 절개하는 시술을 받았고, 점막 사이에 끼는 코딱지는 늘 코를 간지럽혔다. 습관적으로 혼자 있을 때마다 코를 팠고, 아내는 신혼 초에 그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지만 가족이 된 이상 더는 숨길 수 없었다. 말없이 운전을 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내 손이 또 콧속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휘저으며 가려운 곳을 찾고 있었고, 침묵 속에 조수석에 탄 아들과 눈이 마주쳤는 땐 똑같은 표정과 눈빛으로 콧속에 무언가를 열심히 찾고 있는 아들을 보았다. 뿐만이 아니다 아빠의 욱하는 성질이나 생각 없이 내뱉는 나쁜 말투를 닮기도 했다. 아이는 결코 아빠의 좋은 점만 골라서 닮지 않았다.


그때부턴 아이가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내 혀끝과 손끝을 조심하며 나를 뒤돌아 보기 시작했다. 밥 먹을 땐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잘 먹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자꾸 핸드폰을 들여다보진 않는지? 책상에 앉아 하루에 책 한자라도 제대로 읽는지? 쓰레기는 휴지통에 버리고, 정리정돈을 잘하고 있는지? 이웃을 만나면 다정하게 인사를 하는지? 바르고 고운 말을 쓰고 있는지? 말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 중에 다행히 아직 아이가 없거나 어려서 인지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만약 아이가 아빠의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아빠를 바꾸면 되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좋은 아빠는 있어도 완벽한 아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실천하면 아이는 달라진다.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내 발밑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아들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아빠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말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뼈 있는 말이었다. 아빠의 모든 언행이 아이의 정서와 인격에 기초가 된다는 사실은 아빠들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가족들에게 희망을


알레르기란 말은 이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너무 흔한 용어가 되었다. 한집 건너 알레르기 환자가 있을 정도로 발병률도 높다. 기관지 천식에서부터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음식 알레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넘치는 정보 속에서도 정말로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정보는 극히 드물고, 제한적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민간요법이나 건강식품 광고들도 난무한다. 그러다 보니 이게 대체 무슨 병인지? 병이긴 한 건지? 어디로 가서 어떤 치료를 받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그래서 전문적인 의학용어보다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며 나의 블로그에 질문과 댓글을 남기는 수많은 알레르기 환자의 가족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적절한 생활 관리와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죽어도 지나갈 것 같지 않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아이는 이제는 그 바쁘다는 초등학교 1학년을 지나 2학년이 되었다. 그동안 라면 물도 제대로 못 맞추던 아내는 아들의 키우느라 대체음식 전문가가 되었고, 나는 아빠가 되어 작가라는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좋은 건 함께 헤야 하지 않을까?  음식 알레르기에 휘둘리는 아들이 뷔페 먹는 뽀얀 피부의 어린이가 되기까지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던 나와 아들의 성장과정을 부모라면 꼭꼭 씹어 삼기고 싶을 만한 구절들로 담았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노력하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답을 찾아가는 소중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책 속의 모든 과정을 함께했던 나의 삶의 동반자이자 첫 번째 독자인 아내와 이 책의 주인공인 나의 아들에게 살면서 덕분에 가장 많이 웃고, 가장 많이 행복했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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