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신고
학교전담경찰관으로 근무할 적 이야기다.
담당하는 학교 건물 옥상에서 그 학교 학생의 학부모 한명이 뛰어내리겠다며 소란을 피운다는 112 신고가 접수 되었다. 물론 현장 경찰관이 먼저 출동했지만 담당인 나도 학교에 도착했다. 순식간에 학교는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잠시 후 다행히 자살하겠다던 학부모는 어느 정도 진정이 되어 상담실에서 현장 경찰관과 대화를 하고 있었고, 나는 교장실로 향했다. 교장은 흥분해서 계속 혼잣말로 씩씩 거리고 있었고 자초지종을 묻는 내 질문에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학부모가 교장실에 들어오면서 노크도 하지 않고, 실내화로 갈아 신지도 않고,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은 채로 교장실에 들어왔어요"
교장은 학부모가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신발을 벗고 준비된 슬리퍼로 갈아 신은후 이야기할 준비를 갖추면 그때 대화를 하겠다면 계속 학부모를 나무랬던 모양이었다.
공부보다 중요한 사회성
어찌된 영문인지 알고 싶어 학부모와 대화를 나눈 현장 경찰관을 만나서 물어봤다.
자신의 아이가 전에 있던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당해 이곳 학교로 전학까지 왔는데 이곳에서도 똑같은 피해를 입고 있어 이를 따지려고 교장실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흥분해서 찾아온 교장이 해결방안을 마련해주기는 커녕 자신의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계속 신발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고 오라는 이야기만 하더란다.
속이 터지고 너무 답답해서 그런 극단적인 행동까지 하게 되었다고 한다.
둘 사이에는 전혀 해결점을 찾을 수 없어 보였다.
아이 문제로 화가 난 학부모에게 신발 예절과 노크 예절을 가르치니 이야기는 시작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선 학부모가 왜 흥분을 했고, 왜 교장실을 찾아왔는지 먼저 이야기부터 들어준 후에
예절을 가르쳤어요 늦지 않았을 것 같았다.
도대체 무엇이 중헌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의 단호한 태도에 우리도 할 말을 잃었다.
물론 대부분의 학교의 교장선생님은 그렇지 않지만 학교의 자율성을 인정해서 교장에게 학교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교육실정을 감안하면 학교를 대표하는 교장이란 자리는 더욱 중요해 보인다.
결국 둘은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학부모가 한발 물러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왠지 씁쓸했다.
법보다는 도덕이 앞서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사람은 융통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날 이후로 아이에게 공부도 중요하지만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