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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Jan 05. 2023

아빠 퇴근할 때 양파링 사와

우유 면역치료 10g을 통과


대부분 과자에 밀가루와 우유가 들어간다

나는 가격이 비싼 고급 과자보다 어릴 적부터 즐겨 먹었던 새우깡, 자갈치, 고래밥 같은 국민과자를 더 좋아한다. 하지만 우유, 계란, 밀가루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들을 육아하면서, 시중에 파는 대부분의 과자에 밀가루와 우유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들이 어린이집을 가기 전에는 과일이나 쌀로 만든 수제과자만 따로 주문해서 먹였다.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문제는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한 3살 때쯤이었다. 원에서 간식으로 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가 너무 먹고 싶어 했지만 먹을 수 있는 과자는 하나도 없다.

다른 아이들 과자 먹을 때 구경만 하게 할 수도 없었지만, 딱 봐도 봉지부터 너무 다른 종류의 과자만 계속 주기도 미안했다. 아내는 인터넷과 알레르기 엄마들의 모임 카페 검색을 통해 다행히 시중에 파는 과자 중에 우유와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감자만 넣어서 만든 과자를 찾아냈다. 그 이름은 '포테이토칩과 자가비'였다.

그마저도 포테이토칩은 오리지널 버전만 가능했다

7살이 되어서 밀가루 면역치료를 통과했지만, 우유가 통과되지 않아 8살이 될 때까지 두 가지 종류의 과자만 지겹도록 먹어왔다.


동네마트에 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크면서 엄마아빠 따라서 동네 마트에 가기 시작했다. 마트에 들어가면 제일 처음으로 달려가는 곳은 과자가 있는 코너다. 먹을 수 있는 과자는 별로 없었지만 갈 때마다 들린다.

혹시라도 먹을 수 있는 과자가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간절한 마음으로 과자봉지 뒤에 적인 성분표를 하나하나 들어서 확인한다.

"이건 우유가 들어갔잖아"하면서 실망한 듯 손에서 내려놓은 과자를 한동안 쳐다보곤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음도 안쓰럽긴 마찬가지였다.

과자공장에 전화해서 사장님들한테 우유 안 들어간 과자 좀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


우유 면역치료 10g 통과

지난 11월부터 계란완숙과 밀가루에 이어 우유 면역치료를 시작했다. 

면역치료는 한번 시작하면 6개월에서 1년씩 걸리고, 일정량을 통과하더라도 

1년간 유지기를 거쳐야 최종 통과를 할 수 있다.


우유 면역치료는 0.2g에서 시작해서 매일 일정 기간 양을 늘려가며 먹는다.

병원에선 10g을 통과하면 우유가 첨가된 식품은 시도해봐도 된단다.

어제 드디어 10g을 먹었고, 다행히 별다른 이상 반응은 없었다.

아들이 퇴근 무렵 전화가 온다

"아빠 양파링 사 와, 우유 10g 통과했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무척 평범한 일들이 우리 가족에겐  매우 특별했다.

감격스러웠다. 나는 아들 전화를 끊자마자 동네 마트로 바로 달려갔다.

그리고 아들이 만지작 거리기만 했던 과자들을 사서 집으로 갔다.

그중에서도 양파링에 제일 먹고 싶었나 보다. 허겁지겁 과자봉지를 뜯어 한입 넣어 오물오물 씹던 아들이

말한다 "음~~ 맛있네"


우리가 겪은 오늘과 내일이 우리 가족처럼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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