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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디가꼬 Jan 06. 2023

축구보면서 치킨먹자

밀가루 통과 기념 이벤트


밀가루 면역치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소중한 아들이 태어날 때부터 심한 식품알레르기로 고생하고 있다.

계란완숙 유발검사에 이어, 얼마 전부터 밀가루 면역치료에 들어갔다.


삶은 소면 0.5g으로 시작해서 주단위로 2.5g씩 늘려나가다가, 최근에는 주단위로 10g씩 늘려가고 있다. 모두 120g을 먹어야 통과된다. 통과되더라도 일주일에 4번씩 일정량을 먹으며 1년간의 유지기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통과하게 된다. 


미리 이런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은 밀가루가 통과되고 나면 세상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먹는 짜장면, 치킨, 라면은 모두 밀가루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들은 7살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리고 시중에 파는 소스류에는 대부분 밀가루가 들어간다, 그래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못한 음식들이 많았는데 하나씩 시도해볼 수 있게 된다.


이데로 변수 없이 진행된다면 이번주 수요일이면 밀가루가 통과된다.


축구경기장으로 출발

아들은 코로나로 바깥 활동이 줄면서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해주기 위해 얼마 전부터 새롭게 축구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화가, 경찰 그리고 로봇 태권 V라는 꿈에서  화가, 요리사 그리고  축구선수로 꿈이 조금씩 바뀌었다.


울아들의 꿈도 응원하고 밀가루 통과도 기념할 겸 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밀가루를 통과하는 날, 울산문수구장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하며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치킨을 먹는 것이었다.


최근에 홈팀인 울산 현대 호랑이 축구팀이 우승을 노릴 정도로 성적이 좋아서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경기장 안은 마치 울 아들의 밀가루 통과를 축하해주는 축제현장 같았다.

 

밀가루 통과라는 그 역사적이고 감격적인 순간을 축구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니 더 뜻깊었다.

미리 사서 준비한 치킨을 들고 축구장안으로 들어가서 적당한 자리에 앉았다.

아들은 축구경기가 시작되고 첫 골이 들어갈 때까지  난생처음 먹어보는 치킨 맛에 푹 빠져 말없이 먹기만 했다. 그것은 그동안 아무 맛도 없는 삶은 소면을 매일 먹어온 고생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다. 


앞으로 일어날 기적 같은 일들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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