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학을 하던 중 파리에서 유학 하는 형 두 명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열심히 자기 삶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조언과 모범으로 내 인생에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주석이형은 경험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스스로 혼자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혼자서 생계를 이어나갔다. 나에게 정말 좋은 말들과 파리 생활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상민이형은 내 주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빨리 돈을 일찍 번 사람이다. 나이는 25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대기업 월급보다 훨씬 더 잘 번다.
상민이형은 파리1구에서 살고 있다. 상민이형의 집주인 할아버지는 프랑스 귀족 출신인 '브루즈와'였다. 덕분에 나는 브루즈와를 처음 만날 수 있었다. 할아버지 이름은 '프랑수아'였다. 이름을 들어보니 요즘 사람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이름인듯 했다. 프랑수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오랜기간동안 교수직을 맡아왔고 유명한 보자르인 '파리보자르'출신의 건축학 교수였다. 엄청 대단하신 분이였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세계적인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경험과 지식이 많은 프랑수아는 서재에서 A4사이즈 흰종이를 세 번정도 자른듯한 종이와 펜을 가져오더니 나에게 조언을 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리에 있는 학교에 가서 파리에 남는 것'이라고 자신의 눈을 마주치라며 신신당부했다. 나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정말로 너가 세계적인 작가가 되려면 파리에 남아야만 해. 그래야 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프랑수아는 그의 작은 입으로 온 힘을 다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생각을 해보니 맞는 말이였다. 17세기부터 세상에 있던 수 많은 예술가들이 파리로 모였다. 전 세계에 있던 부자들이 모두 파리로 모였고, 그 소식을 들은 예술가들은 작품을 팔기 위해 파리로 넘어갔다. 예술가들은 지금까지도 끊임 없이 파리로 모인다. 그리고 그들은 카페에서 만나 새로운 인연을 쌓고 대화했다. 어쩌면 운이 좋게 카페에서 거장을 만날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작가 헤밍웨이가 그 예시다.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는 카페에서 한 스승을 만나게 된다. 헤밍웨이는 배울 준비가 된 사람이였다. 그리고 스승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러면서 좋은 인맥들을 소개받고 더 성장할 수 있었다. 한 분야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그곳으로 가면 된다. 그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파리였다.
프랑수아의 좋은 말들을 듣고 나서 형들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집 앞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술이 별로 땡기지 않는 나는 주문하지 않았다. 형들은 와인을 마셨다. 형들과 함께 셋이 있을 때는 배울게 정말 많다는 생각에 너무 설렜다. 그리고 함께 있을 때 정말 재밌는 사람들이였다. 하지만 상민이형이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올해 마지막 만남이 될 것 같았다. 상민이형은 나의 막혀있는 사고방식을 깨기 위해서 대화를 시도했다.
"시영아 너는 그래서 꿈이 뭐야?"
"음.. 나 그냥 뭐 여기서 석사 나오고 작가 활동 좀 하면서 학생들 가르치고 싶어. 글쓰기도 요즘에 관심 있어서 글쓰기도 배우면서 그것도 가르치고 싶어. 책도 쓰고 싶고 베스트셀러 작가도 될거야." 나는 요즘 바쁘고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자신있게 대답했다.
"시영아 하나만 하는게 좋지 않을까? 도대체 너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사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 엄청 유명한 거장. 근데 알다시피 그거는 너무 힘든걸 형도 알잖아. 그래서 그냥 글쓰기랑 미술로 학생들 가르치고 내 작업 하면서 해야지." 나는 그때 형이 '그래 뭐 사실 힘들긴 해'라는 대답이 나올줄만 알았다.
"아니, 도대체 시영아. 왜 너는 안될거라고 생각하는거야? 너가 뭐가 부족해서 그런거냐고?" 상민이형은 와인을 마셔서 그런지 화가 나서인지 양 볼이 살짝 붉게 올라와 있었다.
"아니 사실 어려운게 맞잖아. 솔직하게 말이야. 그런 사람들 뒤에는 후원자도 많고 돈도 많을 거야. 나는 역부족이야. 나는 아직 프랑스어도 잘 못하고 말이야. 그러면 후원자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데?"나는 이때 까지만 해도 정신을 못차렸었다. 그러더니 옆에 앉아있던 주석이형이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시영아 그냥 부닥치는거야. 나도 파리에 와서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됐었어. 그래서 무작정 부딪쳤어. 파리에 있는 모든 연극단을 다 돌아다니면서 지원했어. 심지어 한번은 자꾸 거절당해서 들어가질 못했는데 연극단 사람들이 들어갈 때 뒤에 몰래 따라 들어가서 지원하고 돌아오고 그랬어."
나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어안이 벙벙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게 왜 나는 안될거라고 생각을 했던 것일까. 왜 해보지도 않고 단정을 지었을까. 왜 나를 믿지 않았을까. 나를 믿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가 나를 믿는단 말인가.' 정말 오랜만에 꾸중을 들으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나는 그 찰나에 생각이 많아졌다. 상민이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프랑수아가 말했잖아 파리에 남으라고 말이야. 그리고 너도 갤러리를 자꾸 돌아다녀 그리고 부딪쳐."
"아 근데 형 갤러리랑 미술관에는 작가가 오질 않아. 유명한 작가들은 작품만 보내고 그런데 갈 일이 없어." 나는 또 내 생각을 단정지었었다. 왜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안했는지 그리고 꼭 작가만 만나야 한다는 생각은 왜 했는지. 내가 너무 답답했는지 상민이형이 다시 내게 당부했다. 이 날 상민이형은 유독 화가 많은듯 했다.
"왜 작가만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거야? 거기서 갤러리스트도 만날 수 있는 거고 디렉터도 만날 수 있는 거 잖아. 그리고 작품 전시온 사람한테도 말을 걸어봐. 그 사람이 엄청난 미술평론가일지 누가 알겠어?" 부딪치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깨닳았다.
그렇게 나는 그런 작가가 되기 위해서 이틀동안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책 뒷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밥도거르면서 까지 독서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거장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 책은 내 생각을 너무나도 많이 바꾸어준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독후감을 꼭 남기고 싶다.
나는 형들의 말에 신뢰가 갔던 것은 아마도 이미 그런것들을 시도해본 사람들이라서였던 것 같다. 형들도 돈을 못벌고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 했다. 그런 형들이 내 곁에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아마 형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거장이 되는 것을 시도조차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깐. 그게 나니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 가치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라고 안될게 뭐가 있어?'라고 말이다. 그렇게 다시 파리에 남아야할 이유가 생겼다. 앞날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오랜만이 심장이 뛴다. 프랑스어를 졸업할때 까지만 대충하고 넘어갈 생각이였지만 프랑스 파리에 더 남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 그리고 그림도 연습을 더 해야겠다.
"나 자신을 소유하는 특권에는 어떤 대가도 과하지 않다."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