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조각들
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었다. 특히 전학을 오고 나서부터는 더 그랬다. 주변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해주지 않는 말들을 책은 해줬었다. 그리고, 그 책을 쓴 사람들은 각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낸 사람들이었다.
언어와 활자는 뛰어난 매개체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과 지혜라는 가치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형태로 바꿔서 시공간을 초월한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물론, 책이라는 것에 처음으로 흥미를 가졌을 때에는, 이러한 사실들을 계산하고 읽지는 않았다. 어쩌다 보니 우연한 계기로 나는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 되어 있었다. 지나고 보니, 참 다행인 일이다.
우연히도 나는 나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내 주위의 어른들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누군가의 지식과 지혜를 엿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사람도 있었다. 책이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나는 그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그리고 지식과 지혜를 엿들어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읽은 책의 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는 평생 만날 일이 없을 가능성이 거의 100퍼센트에 수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은 내게 추상적인 어떤 것이 아니었다. 실생활에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었고, 나의 삶은 그 시기에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었느냐에 큰 영향을 받았고, 내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결정은 나의 실제 삶에 큰 영향을 받았다.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 책은 내 삶의 큰 조각들이었다.
나는 아픈 이별을 했을 때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을 찾아 읽었다. 곽정은 작가의 에세이들이 그러했고, 알랭드 보통의 책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조금은 뜬금없는 김달이라는 유튜버의 책들도, 이석원 작가의 사랑에 대한 에세이들이 그러했다.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을 때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책들을 찾아 읽었다. 이종선 작가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사라 벤 브레스낙의 '혼자 사는 즐거움'이라는 책들이 그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사과학이 아닐까 하는 '시크릿'이라는 책도 그러했다.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에는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끔 생각의 전환을 도와주는 책들을 찾아 읽었다. 니체의 책들이 그러했고,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이 그러했고, 일본의 알 수 없는 작가의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라는 책이 그러했다.
그냥 심심한 시간들을 채우고 싶을 때에는 주로 소설을 찾아 읽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뮈소, 무라카미 하루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러했다. 이런 책들은 대부분 심심한 시간들을 채우려고 봤다가는, 큰 깨달음과 영감을 얻었었다. 물론, 개중에는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책들도 있지만.
인생이 공허하고 고독할 때에는,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와 목적이 무엇인지 찾고 싶을 때에는 그런 책들을 찾아 읽었다. 니체의 책들, 톨스토이의 책들, 불교에 관한 책들, 양자역학에 관한 책들,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 같은 책들이 그러했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이 그러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을 때에도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블로그나 유튜브 운영에 관한 책, 주식과 부동산 재테크에 관한 책, 성공적으로 스타트업을 엑시트 한 사람들의 성공담과 실패담,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자서전들이 그러했다.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을 때, 즉,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을 때에는 그런 류의 책들을 찾아 읽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와 같은 양자역학을 다룬 책들이 그러했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며, 남녀 간의 사랑, 연애, 그리고 섹스 같은 것들도 일정한 패턴과 정해진 과정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에는 사랑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마리나 에드셰이드의 '달러와 섹스', 래리 영의 '끌림의 과학',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섹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같은 책들이 그러했다.
꿈을 왜 꾸는지, 그리고 꿈의 원리는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에는 꿈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와타나베 쓰네오의 '사람은 왜 꿈을 꾸는가', 루시드 드림에 관한 책,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 그러했다.
성공하고 싶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때에는 그 방법을 과학적이고 경험적으로 제시해 주는, 그리고 그 방법들이 실천가능해 보이는 책들을 읽었다. '다윈이 자기 계발서를 쓴다면',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 '아웃라이어', '피터 드러커의 인생경영', '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와 같은 책들이었다.
인간관계가 너무 고민일 때에는 그러한 책들을 읽었다. '미움받을 용기', 삼국지의 권모술수에 관한 책들이나, 인간관계를 다룬 에세이들을 많이 읽었고, 인간 심리의 본질을 알고 그것을 실생활에 써먹고 싶을 때에는 뇌과학과 심리학, 의식과 무의식을 다룬 책들을 읽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주변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며, 혹은 학교 생활을 하며 우리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한정적이다. 그리고 설령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도, 살아가는 방식이나 가치관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일하는 업계, 혹은 내가 속한 전공의 학생들처럼, 나와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대부분이다. 고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아가 그들은 그 분야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이루었거나, 정점에 찍은 사람일 확률은 극히 드물다. 나는 생각도 못해본 통찰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다.
물론 그러한 교류도 필요하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좋은 점도 많다. 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풀을 넓히는 일이다. 책을 읽음으로써 넓어지는 풀은 너무나도 폭발적이다. 현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몇 년간, 수 십 년간 연구하고 고민한 결과인 통찰과 지혜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세계적인 석학이 아니더라도, 평생을 해당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숙고하고 연구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나는 이런 책의 효용을 찬양하는 사람이다. 특히나 요즘에는 영상이라는 매개체가 텍스트를 대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동적인 '듣기'와 능동적인 '읽기'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결코 좁혀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읽는 것은 즐겁다.
나는 이런 삶의 지혜와 지식들을 책을 한 번 읽고 잊어버리는 것이 나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책을 읽을 때마다 가슴을 울리는 구절이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으면 그 페이지를 작게 접어놓고 나중에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부분들만 따로 적어 놓았다. 나는 그것이 '필사'인지도 몰랐다. 그저 그 지혜와 지식들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아까웠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나중에 까먹더라도 두고두고 다시 읽어보며 그때 받았던 영감들을 보관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만의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그중 책을 '리뷰'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한 책들에 대해서는 블로그에 서평과 비슷한 형태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블로그에 올라가지 못한 채, 노트북 속의 알 수 없는 폴더에 방치된 구절들이 있었고, 나는 새해를 맞이하며 노트북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리고 운 좋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으려고 한다. 그동안 방치되어 있던, 그때 당시에는 꽤나 내 마음을 울렸던 구절들이다.
[2018.06] 1Q84 1,2,3(무라카미 하루키)
[2018.07] 거짓말의 힘(우테 에하르트, 빌헬름 요넨)
- 거짓말은 우리의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들기도 한다.
[2018.07] 엉터리 심리학(스티븐 브라이어스)
- 이 세상의 모든 이분법적 심리학은 거짓이라고 단언한다. 우리의 뇌와 행동은 디지털이 아니다. 나는 어떨 땐 이성적이고 어떨 땐 감성적이다. 남자는 화성에서 왔을 수도 있고, 금성에서 왔을 수도 있다.
[2018.08] 눈먼 자들의 도시 (사라마구)
- 우리는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두려워서 늘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용서해 줄 구실을 찾으려고 하죠. 우리 차례가 될 때를 대비해 미리 우리 자신에 대한 용서를 구해놓듯이 말이에요.
- 내 목소리가 바로 나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소.
[2018.08] 오늘도 세상 끝에서 외박 중(김진만)
-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그리고 낯선 곳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새로운 전기를 만난다면 큰 축복일 것이다. 여행은 때론 그런 축복을 성큼 안겨준다.
- "호기심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든다", 알랭드 보통
- 소통을 하려면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리고 연애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 퍼스트펭귄에 대한 이야기
- 브라질타임과 코리안 타임에 대한 이야기
- 생태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경쟁에 선악의 구분은 없다. 단지 인간의 눈에 그렇게 비칠 뿐이다.
- 오지에서 특히 필요한 것은 웃음이다.
[2018.08] 상실의 시대(무라카미 하루키)
-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심각해지지 않으려고도 노력하고 있었다. 심각해진다는 것이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어슴푸레하게나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봐야 실망할 뿐이거든
- 만약 그 오월의 일요일에 주오센 전철 안에서 우연히 나오코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인생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겠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곧 아니다.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국은 똑같이 되었을 것이라고 고쳐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는 그때 만나야 했기 때문에 만난 것이고, 만약 그때 만나지 않았더라도 어딘가에서 만났을 것이다. 특별히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그저 그렇게 슬프지 않다는 것뿐이야. 솔직히 말해 눈물 한 방울도 안 나온 건 사실이었지만. 어릴 적 기르던 고양이가 죽었을 땐 밤새도록 울었는데도.
- 내가 두려운 건 말이야. 그런 타입의 죽음인 거야. 서서히 서서히 죽음의 그림자가 생명의 영역을 침식해서, 정신이 들면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고, 주위 사람들도 나를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그런 상황말이야. 그런 건 싫어. 절대로 견딜 수 없어 난.
- 그래도 차라리 저런 상태는 나은 거야. 감정을 드러내 보이니까. 무서운 건 드러나지 않을 때거든. 그렇게 되면 감정이 몸속에 쌓이고 점점 굳어가는 거야. 온갖 감정이 몸속에서 뭉쳐 죽어가지. 그 지경이 되면 큰일이야.
- “우리가 정상이라고 하는 점은”, 하고 레이코 씨가 말했다.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지.”
- 한심한 얘기지. 우리가 그토록 고생하면서, 여러 가지를 조금씩 쌓아 올려왔는데도 말이지. 무너질 때는 정말 한 순간이야. 눈 깜짝할 새에 무너져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거야.
- 음식이 맛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살아있다는 증거 같은 거죠.
- 자기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 자신을 동정하는 건 비열한 인간이나 하는 짓이야.
[2018.09]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기욤 뮈소)
-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는 것인 동시에 우리가 죽어야 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알베르 까뮈
- 단박에 어두운 터널의 끝이었다. 인생의 어두운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더 이상 기대하지도 않던 순간 다시 빛이 찾아들었다.
- 6년 전부터 삶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지만 그는 이 안온한 행복이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행복은 너무 쉽게 익숙해진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당신 앞에 여러 갈래 길이 펼쳐지는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무턱대고 아무 길이나 택하지 마라. 차분히 앉아라. 그리고 기다려라. 기다리고 또 기다려라. 꼼짝하지 마라. 입을 다물고 가슴의 소리를 들어라. 그러다가 가슴이 당신에게 말할 때, 그때 일어나 가슴이 이끄는 길로 가라", 수잔나 타마로
[2018.10]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곽정은)
- 너는 틀렸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다르구나라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러니 이쯤에서 상대방이 아닌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 사람을 믿어도 될까?’라는 그 불안함과 ‘그녀는 나를 버리고 나보다 좋은 남자를 선택할지도 몰라’라는 내면의 열등감이 점점 더 의식을 깊어지게 만들고 이런 식으로 버림받는 일만은 피하겠다고 다짐하게 만들며, 그리하여 할 수 있는 한 모든 상상과 의심을 계속하게 만들죠.
- 함께한 시간만큼 친밀감이 자리잡지만, 둘 사이에 존재하면 열정이 사라져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늘 지하철에서 마주친 사람에게조차 작동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게 된 것, 바로 ‘매너’이다. 즉, 권태기가 찾아와서 함부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매너가 없어진 자리에 권태감이 자리 잡는 것이다.
- 혼자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지 그 사람이 없을 때도 씩씩하게 잘 지낸다는 것을 넘어 본래의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나와의 화해이고 만남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 단 하나의 거짓도 없어야 진실한 사이라고 당신은 믿고 싶겠지만, 정말 무결하게 사소한 거짓말조차 하나도 없는 관계라는 게, 글쎄요, 정말 가능할까요?
-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는,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나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 드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 케시 프레스턴
- "서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지게 된다", 드라마 ‘송곳’ 中
[2018.11] 빅픽쳐(더글라스 케네디)
- 그들의 최고 작품은 뛰어난 테크닉과 현장성이 결합되어 나온 것이다. 사진에서는 우연이 전부다. 딱 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몇 시간이라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기대했던 사진은 얻지 못한다. 그 대신, 기다리는 동안 무심히 셔터를 누른 몇 장의 사진에서 뜻하지 않은 보물을 발견하게 된다.
- 예술의 제1 규칙 :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사진가는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느님께 기도할 수밖에 없다.
-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진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이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 가령, 사소한 범죄와 비행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내뱉는 작은 거짓말들을 저질렀다고 치자. 정말 두려운 건 범죄와 비행 자체는 아닐 것이다. 자신이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이 더욱 두려울 것이다. 그 두려움은 절대로 떨쳐버릴 수 없다.
- 하루에 9달러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책들과 국영라디오와 돈이 들지 않는 집안일로 시간을 보냈다. 돈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집안일에 계속 마음을 쏟아야 했다.
- 하루에 9달러, 뉴욕에서 택시를 한번 탈 때 쓰는 돈이었다. 그러나 절약하는 생활이 좋았고, 집을 직접 단장하는 것이 즐거웠다. 문 손잡이에 광을 내고, 바닥에 난 틈을 막고, 페인트 찌꺼기를 벗겨내고, 지저분한 옷을 깔끔히 정리하는 일
- 요즘은 작은 게 미덕인 시대죠. 아무리 비전이 있다 해도, 스스로 다룰 수 있는 한계까지만 비전을 확장해야 해요
[2018.11] 내 사람이다 (곽정은)
- 중요하던 무언가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무엇이 되는 일, 어쩌면 산다는 것이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 하지만 아쉽게도, 인생의 극적인 순간이란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만큼 그렇게 자주 일어나 주지 않는 것 같다. 한눈에 반하고, 격정적인 감정의 파도에 빠지고, 서로의 삶에 걷잡을 수 없이 파고들어 버리는 그런 일 따위 말이다.
- 어떤 존재를 싫어하는 데에는 확실히 어떤 에너지라는 것이 필요하고, 그렇게 매일같이 어떤 존재를 싫어하는 데에 내 에너지를 쏟는다면 언젠가는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 사람인지는 확실해지겠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 사람인지 헷갈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좋아하는 일이었지만 아니다 싶을 때 단호하게 그만두고, 어엿한 직장인이라는 타이틀 따위에 목매지 않고 단호하게 그만둘 줄 알았고, 소위 메인스트림이란 곳에서 빠져나오는 삶에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일하고 적당히 버는 삶을 선택하는 것에도 주저함이 없었다.
- 그리고 사람이란 ‘쭉 해야만 하는 일’과 ‘꼭 해내고 싶은 일’을 병행할 때 비로소 신나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는 존재이다.
- 가장 중요한 건 자기만의 확실한 브랜드를 갖는 거예요.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고 지금 주어진 일을 적당히 처리하는 식으로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기 힘들다는 거죠.
- 요즘도 나는 자주 그녀를 만나 종종 브런치를 먹는다. 이런저런 일상에 대해 수다를 떨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하소연도 한다. 그녀는 여전히 나의 좋은 친구이자 동료다. 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서로를 원망하게 될 것이라는 걸 깨달았었으니까. 좋은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공유할 순 없고, 또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관계가 전부 좋은 것만도 아니다.
[2018.11] 레프트 오버(톰 페로타)
- 아무런 호감도 주지 않는 질의 외모가 적어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색 기능을 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덕에 뿌리내린 희망이라 할 수 있었다.
- 사실 노라에게 언니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의견이 일치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언니에게만은 언제든지 의지할 수 있었다.
- 제 생각에 그에게 있어서 저는 그저 자신이 매력 있는 남자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대상에 지나지 않아요 - 아침이면 어딘가로 출근할 곳이 필요했다. 면도를 하고 샤워를 하고 옷을 차려입을 이유가 필요했다. 그는 바쁜 게 좋았고,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도 좋았다.
- 너무 무겁지도 않고 마음을 심란하게 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잡담을 나누는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간 듯이 느끼는 것은 어떤 기분인지 오랜만에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2018.12]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데이비드 디살보)
- 통제착각 : 대개의 경우, 우리가 나쁜 일을 막거나 통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내가 ~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와 같은 생각 말이다. 하지만 그런 비극이 생긴 이유를 설명하고 행위자를 찾아내고자 하는 뇌의 욕구 때문에 우리는 자신이 그 일에 아무 책임도 없다는 사실을 잘 납득하지 못한다
- 항상 행위자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은 엄연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이유가 없는 일도 있다.
- 결합오류 : 참 명제 두 개를 결합한다고 해서 참 명제 하나보다 더 참된 명제는 아니다.
- 결국 세일즈란 신속한 것을 좋아하는 뇌의 성향을 이용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속도게임이라 할 수 있다.
[2019.01] 4차 산업혁명시대 투자의 미래(김장섭
- 겉으로 보이는 경쟁기업들이 아닌 보이지 않는 독점이 돈을 번다. 1차 산업혁명 때에는 방적기/방직기 업자가 아닌 양모업자가 돈을 다 벌었고, 2차 산업혁명 때에는 자동차회사인 포드보다 석유업자인 록펠러가 돈을 다 벌었으며, 3차 산업혁맹 때에는 PC 만드는 회사가 아닌 PC에 필요한 운영체제를 개발한 빌게이츠가 돈을 다 벌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때에는 어떨 것인가?
- 막상 새로운 혁명에 맞춰 뛰어들어 치열한 저가경쟁을 하는 기업보다는 그것을 사용하는 데에,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재기업이 돈을 더번다. 그것이 독점일 경우에는 특히 더.
- 실패하지 않는 주식 투자의 원칙 1. 앞으로 좋아질 업종에 투자하라. 2. 1등 주식에 투자하라(시장점유율) : 삼성/MS 중 어디? → 삼성이 아닌 MS(시장점유율 90%) → 안정성 매우 높음(결과적으로 MS보다 삼성이 주가 배율이 2배 뛰어나게 올랐지만, 리스크가 MS보다는 몇 배 크다.) 3. 독과점 기업에 투자하라. 4. 국가에 투자하라 : 미국은 당연히 경제 1위 대국 → 미국의 경제는 어려워질지언정 망하긴 힘듦. 5. 청춘에 투자하라 : 소비의 주류는 청춘이다. 6. 분산투자 7. 장기투자 : 어차피 단타는 슈퍼컴퓨터에게 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투자는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 있다(예외 : 경영진이 말썽 피우는 기업이나 너무 이상과열이 된 기업 → 이상급등, 시장 점유율이 뒤바뀌는 등의 변수) - 독점시장은 주로 플랫폼기반 소프트웨어업체(MS/구글), 하드웨어 중 소재기업(CPU는 인텔, 메모리는 삼성,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 등이 있다)- 수족(완전자유경쟁시장)이 아닌 머리(독과점) 기업에 투자하라- 항공주, 여행주 : 수족(완전자유경쟁시장) 기업이다.
-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는 이유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낸드 플래시 때문이고 애플도 스마트폰의 생태계 때문에 1위가 되었었다. 즉, 하드웨어 자체만 만드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소재기업인데 독과점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 이항의 드론, 테슬라, 스마트폰 삼성전자(낸드플래시 제외)는 수족이다. 그 이면에 숨어서 본인이 1위라고 굳이 광고하지 않는 머리(MS/구글 등) 기업에 투자하라.
- 수족기업이 막상 광고는 제일 많이 한다. 속지 말고 숨어있는 머리기업에 투자하라.
- 내가 회사의 이름을 잘 안다면(광고를 많이 한다면) 그 회사는 이미 완전경쟁시장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코레일이 자기 회사를 홍보하는가?
- 수족기업은 주로 스마트폰, 전등, 마우스, 키보드 책상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지만 머리기업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통신칩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소재’들이고 그것을 돌리는 안드로이드, IOS와 같은 기업은 머리기업이다.
- 머리기업은 수명이 길고, 투자했을 때 시장점유율을 보면서 그리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슈퍼사이클(초창기 호황)만 가면 몇십 년 동안은 1등이다.
- 액면가가 아닌 시가총액이 비싸야 비싼 주식이다.
[2019.01] 그들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허현희)
-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는 가설이 과학적인 실험으로 입증된 적이 없는데도 아직까지 사람들의 의식 속에 확고히 자리 잡은 까닭은 그것이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고도 12년 이상을 생존했던 가수 마이클 킬렌은 이렇게 말했다. “죽음을 강조하는 TV를 끄고, 에이즈 관련기사를 읽지 않았어요. 의사에게도 의존하지 않았어요.”
- 종교와 죄의식을 심어서 신도들을 붙들어 매듯, 현대의학은 병의식을 심어서 환자들을 붙들어맨다.
- 특히 ‘무설탕’, ‘저칼로리’ 등의 표기가 있는 가공식품은 설탕 대신 저칼로리인 아스파탐을 사용했다는 말이다.
- "과학자는 자신이 어떤 이론을 지지할 경우, 어떤 경우에도 그 이론이 틀렸다는 주장을 받아들여서는 안돼요. 그러면 연구지원금이 중단되거든요", 미국 UCLA 암센터 연구원 제프리 H. 밀러
- 바이오스피어 2 실험 : 자연의 신비한 조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실험
[2019.01] 보통의 존재(이석원)
- 희망이 생기리라는 희망. 소통이 가능하리라는 믿음. 가족이라는 제도가 지속되리라는 기대. 어렸을 때부터 믿어왔던 가치들이 이렇듯 차례차례 허물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희망은 부질없는 것이 되었으며 가족은 결국 지속되지 않았으니까.
☞ 친절을 결국 이기적 행동으로 생각해 보라. 다 나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행위이다. 그것에서부터 친절이 습관이 되면 그 순간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2019.10] 피터드러커의 인생경영(피터드러커)
- 여러분은 죽고 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나는 너희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너희가 50살이 될 때까지도 여전히 이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너희는 인생을 헛 산 것이 될 거야.
- 죽은 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이것은 당신 자신을 거듭나도록 당신을 유도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당신으로 하여금 당신 자신을 다른 사람처럼 보도록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2021.12] 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이완배)
- 우리 집에 딸 둘이 있거든. 걔들이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엄청 좋아해. 내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 가면 매일 싸워요. 서로 더 먹겠다고. 그래서 내가 얘들한테 균형을 가르쳐 주려고 이런 게임을 제안했어.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언니에게 칼을 준다. 그러고는 언니에게 “ 네 마음대로 케이크를 두 조각으로 나눠라.”라고 말한다. 단, 조건이 있다. 케이크를 자르는 건 언니 마음대로이지만, 일단 케이크를 자르고 나면 고르는 권한은 동생에게 준다. 이러면 언니는 온갖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더 먹고 싶은 언니는 머릿속으로 케이크를 이렇게도 쪼개보고 저렇게도 쪼개본다. 하지만 어떻게 쪼개도 언니는 더 많은 케이크를 먹을 수 없다. 왜냐하면 더 커 보이는 조각을 냉큼 동생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언니는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케이크를 정확히 절반으로 나누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된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처럼 케이크를 가운데로 정확히 나누는 일은 두 사람 모두에게 매우 안정적인 균형을 안겨준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균형(equibrium)’이다.
- 사람들은 왜 이케아에 열광할까? 스스로 조립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해서? 그렇다기엔 타사 가구의 20% 할인된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물건을 만드는 일에 사람이 직접 참여하면 사람의 자부심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자신이 만든 물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게 만든다.
- 트럼프가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것은 진짜 미치광이이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다. 바로 치킨게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뿐이다. 치킨게임은 과거 미국에서 남자들이 서로 얼마나 남자다운지를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를 향해 매우 빠른 속도로 운전한다. 만약 누군가가 핸들을 틀지 않으면 둘은 충돌하여 중상 혹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때 상황은 4가지이다. 1. 나는 핸들을 틀지 않고, 상대방은 핸들을 틀었을 때, 나에게 가장 최적의 상황이다. 목숨도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과시할 수 있다. 2. 나는 핸들을 틀고, 상대방은 핸들을 틀지 않았을 때, 사람들에게 창피를 당하기 때문에, 나에게 최선의 상황은 아니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다. 3. 나도 핸들을 틀고, 상대방도 핸들을 틀었을 때, 나와 상대방 모두 창피를 당하기 때문에, 최선은 아니지만 둘 다 목숨을 건질 수 있다. 4. 나도 핸들을 틀지 않고, 상대방도 핸들을 틀지 않았을 때, 둘 다 사망하게 된다. 서로에게 최악의 상황이다. 이러한 치킨게임에서 가장 좋은 선택은, 확률적으로, 마지막 순간까지는 절대 핸들을 틀지 않다가, 상대방도 틀지 않을 것 같으면 그때 트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 앞에서, 운전석에 오르기 전에 자신의 손을 뒤로 묶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장면을 본 상대방은 마지막 순간에 핸들을 틀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같은 행동은 바로 이러한 ‘손을 묶는’ 행위와 비슷하다.
- 깨진 유리창 이론 : 똑같은 도로에 똑같은 차를 방치해 둔다. 한 번은, 자동차의 트렁크만 열어둔다. 이때 사람들은 ‘주인이 트렁크를 깜빡 열어놓고 갔나 보다’하고 그냥 지나친다. 하지만, 다른 한 번은, 트렁크를 열어놓은 상태에, 자동차 유리를 깨 놓은 상태이다. 놀랍게도 이때 사람들은 차 안의 내비게이션, 현금, 심지어 타이어까지 훔쳐간다. ‘어차피 범죄에 당해 버려진 자동차인데 뭐’ 하는 생각에서 범죄가 전염된다는 것이다.
- 상대방이 나에게 프레임을 씌우려고 할 때 최선의 대응 : 그 프레임 안에서 반박하려 들지 말고, 새로운 프레임을 창조하든, 이미 존재하는 다른 프레임으로 옮겨가든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과거 맥도널드가 패티를 지렁이로 만든다는 루머로 인해 매출이 바닥을 찍었을 때, 맥도널드는 가장 바보 같은 선택을 했다. 전국의 지점에 ‘맥도널드는 지렁이로 패티를 만들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써놓은 것이다. 이러한 문구는 ‘맥도널드’, ‘패티’, ‘지렁이’ 이 단어들의 연상을 더욱 강화시켜, 안 좋은 프레임에 사람들이 더욱 빠지게 만들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도널드가 할 수 있는 좋은 선택은 다른 메뉴(이를테면 소고기로 만든 버거)를 강력하게 홍보함으로써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분홍색 코끼리’와 비슷하다. 친구에게 ‘절대 분홍색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한다면, 그 친구의 머릿속에서 분홍색 코끼리의 이미지는 더욱 강력하게 남을 것이다.
[2022.09] 곁에 두고 읽는 니체(사이토 다카시)
- 여러분은 현재 위치를 뛰어넘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까? 여러분은 미래를 향해 자기 확신의 눈길을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보내고 있습니까?- 현재보다 퇴보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이 모든 이의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확실한 임무를 부여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슴속 욕망을 일깨우며, 그로 인해 항상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 어느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거기서 생긴 지위와 대가에 안주한 나머지 스스로 성장을 멈춰버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건 우리 자신 안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미워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 속에 없는 것들은 우리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 똑같은 것을 대해도 어떤 사람은 거기서 많은 것을 깨닫고 얻어내지만, 어떤 사람은 한두 가지밖에 얻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를 능력 차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우리는 어떤 대상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는 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촉발된 자기 안의 무엇인가를 뽑아내는 것이다. 그러니 나를 풍요롭게 해 줄 대상을 찾지 말고, 나 스스로가 풍요로운 사람이 되려고 항상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의 능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자 풍요로운 인생을 만드는 지름길이다.
- 니체에게 있어 우정이란 독립적으로 살아갈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감정이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살라는 말은 독립된 인간이 되라는 뜻이다.
[2022.12] 사랑에 대하여(정석주)
- 사랑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고자 하는 욕구의 가장자리에서 바글거린다. 두 몸이 함께 있을 때조차도 사랑하는 이들은 외롭다. 대상을 향한 ‘나’의 욕구는 끝내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기 때문이다.
[2023.06]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김성구)
- "미래의 고등 종교는 우주적 종교일 것이다. 우주적 종교는 우주 종교적 감정에 바탕을 두고 있는 종교라는 뜻인데, 우주 종교적 감정이란 인간이 갖는 그릇된 욕망의 허망함을 깨닫고 정신과 물질 양쪽 측면에서 나타나는 질서의 신비와 장엄을 느끼는 것이다. 다윗을 비롯한 이스라엘 예언자들은 이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특별히 불교는 이 요소를 강하게 갖고 있다."(아인슈타인)
- 경허 서사와 만공 선사는 사제 간이다. 평소에 스승은 제자에게 여인을 가까이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비가 많이 내리다 그친 어느 날 이 둘은 개울을 건너게 되었는데, 개울가에는 한 아름다운 여인이 불어난 물 때문에 개울을 건너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었다. 이를 보자 경허 선사가 등을 내밀어 여인을 등에 업었다. 이를 본 만공 스님은 내심 못마땅하게 여겼다. 개울을 건넌 후 줄곧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만공 스님이 얼마쯤 가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스님, 아까 그 개울가에서 젊은 여인을 업었던 것은 계율을 깨뜨리는 일이 아니던가요?” 그러자 경허 선사가 대답했다. “허허 그놈! 나는 아까 그 처녀를 개울가에 이미 내려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도 업고 있었더란 말이냐?”
- 사건중심의 세계관 : 사람들은 보통 돌멩이나 깡통 같은 ‘어떤 것’이 존재하고 이 존재들이 부딪치고 운동을 하면서 사건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돌멩이나 깡통 같은 ‘어떠 것’이 몸이고, 사건은 이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몸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생각대로라면 몸짓이 없어도 몸은 존재하듯이, 사건이 없어도 ‘어떤 것’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존재 중심의 세계관이다. 그런데 달리 생각할 수도 있다. 사건이 이 세상의 기본이고 ‘어떤 존재’라는 것은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조작된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다.
[2023.1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프리드리히 니체)
- 보라! 나는 너무 많은 꿀을 모은 벌처럼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났다. 이제는 그 지혜를 얻으려고 나를 향해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는 베풀어주고 싶다.
-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도중에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위험하고, 벌벌 떨거나 멈추어 서 있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내려가는 존재라는 데 있다.
- 아직은 인간의 토양이 그럴 만큼 충분히 비옥하다. 그러나 이 토양은 언젠가 메마르고 황폐해져 큰 나무가 이 토양에서 더는 자라지 못할 것이다. 슬프구나! 인간이 동경의 화살을 더는 자신의 너머로 쏘지 못하고, 활시위를 윙윙거리며 울릴 줄도 모르는 그런 때가 오고 있다! 나는 그대들에게 말한다.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신의 내면에서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대들에게 말하건대, 그대들은 내면에 아직 혼돈을 지니고 있다. 슬프구나! 인간이 더는 별을 낳지 못하는 때가 오고 있다! 슬프구나! 자기 자신을 더는 경멸할 줄 모르는 더없이 경멸스러운 인간의 시대가 오고 있다.
-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어떻게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는 사자가 되며, 사자는 마침내 아이가 되는지를.
- 용감해져라, 개의치 마라, 조롱하라, 난폭하라. 지혜는 우리가 이러기를 원한다. 지혜는 여인이다. 그리고 언제나 전사만을 사랑한다. 그대들이 내게 “삶은 감당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그대들은 아침에는 자부심을 지녔다가 저녁에는 체념하는가? 삶은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게 그처럼 다정한 체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무거운 짐을 잘 지는 귀여운 수나귀들이고 암나귀들이 아닌가.
- “이 나무를 두 손으로 흔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거네.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바람은 이 나무를 괴롭히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부리지. 이처럼 우리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장 심하게 구부려지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일세.”
- 그대들은 자신들의 적을 찾아내어 자신들의 전쟁을 수행해야 한다. 그대들의 사상을 위해! 그리고 그대들의 사상이 패배할지라도 그대들의 정직함만은 그것을 넘어서 승리를 외쳐야 한다! 그대들은 새로운 전쟁을 위한 수단으로써만 평화를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오랜 평화보다 짧은 평화를 더 사랑해야 한다.
- 사람은 활과 화살을 지니고 있을 때만 말없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재잘거리고 다툰다. 그대들의 평화가 승리이기를!
- 이웃 사랑보다는 전쟁과 용기가 위대한 일을 더 많이 했다. 지금까지 불행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낸 것은 그대들의 동정이 아니라 그대들의 용감함이었다(사상에 대한 전쟁을 뜻하는 것).
- 이 쓸모없는 잉여 인간들을 보라! 그들은 부를 획득하지만, 그 때문에 점점 더 가난해진다. 그들은 권력을 탐하며, 무엇보다도 권력의 지렛대인 많은 돈을 탐한다. 이 무능한 자들이! 그들이, 이 날랜 원숭이들이 기어오르는 것을 보라! 그들은 서로 뒤엉켜 기어오르고, 그렇게 서로를 잡아당기면서 진창과 심연 속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들은 모두 왕좌에 오르려고 한다. 행복이 왕좌에 앉아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망상이다! 때로는 진창이 왕좌에 앉아있고, 때로는 왕좌가 진창 위에 앉아 있는 데도 말이다.
- 그리고 관능이라는 이 암캐는 한 점의 살코기를 거부당할 때 얼마나 상냥하게 한 조각의 정신을 구걸할 줄 아는가? 그대들은 비극을 사랑하며, 마음을 아프게 하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가? 하지만 나는 그대들의 암캐를 믿지 않는다.
-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을 견뎌내지 못하며 그대들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그대들은 이웃을 유혹하여 사랑하도록 만들고, 이웃의 오류로 그대들 자신을 미화하려 한다. 나는 그대들이 온갖 부류의 이웃과 그 이웃의 이웃을 견뎌내지 못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그대들은 그대들 자신에게서 그대들의 벗과 그 벗의 넘쳐흐르는 마음을 창조해야만 할 것이다. 그대들은 자신에 대해 좋게 말하고자 할 때 이웃을 증인으로 끌어들인다. 그대들은 증인이 그대들에 대해 좋게 생각하도록 유혹하고 나서 그대들 스스로 자신에 대해 좋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아는 것과 반대로 말하는 자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모르는 것과 반대로 말하는 자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웃과 만나 그런 식으로 자신에 대해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이웃마저 속이는 것이다.
- 그런데 그대들에게 적이 있다면 그 악을 선으로 갚지는 마라. 그것은 적을 부끄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차라리 적이 그대들에게 선한 일을 했음을 보여주어라. 그리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화를 내라! 그리고 누가 그대들을 저주할 때 축복하지 마라. 그런 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조금이나마 같이 저주하라! 그리고 누가 그대들에게 하나의 커다란 불의를 저지른다면 재빨리 다섯 개의 불의를 행하라! 불의를 홀로 당하는 자를 지켜보는 것은 끔찍하다.
- 결혼, 창조한 자들보다 더 나은 사람 하나를 창조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를 나는 결혼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그대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이고 진리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많고 많은 사람, 쓸모없는 잉여 인간들이 결혼이라고 부르는 것. 아, 나는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한단 말인가? 아, 짝을 지은 두 영혼의 빈곤함이여! 아, 짝을 지은 두 영혼의 더러움이여! 아, 짝을 지운 두 영혼의 가련한 안락함이여! 그들은 이 모든 것을 결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결혼이 하늘에서 맺어졌다고 말한다.
- 그러나 나는 하늘을, 쓸모없는 잉여 인간들이 말하는 이러한 하늘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나는 짐승들을, 하늘의 그물에 걸려 있는 이러한 짐승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이 짝지어주지도 않았으면서 축복하려고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신도 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라! 하지만 이러한 결혼을 비웃지 마라! 자신의 부모를 위해 울어야 할 이유를 가지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 이 남자는 내게 품위 있어 보였고, 대지의 의미를 알 만큼 성숙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를 보는 순간 대지는 나에게 정신병원으로 보였다.
- 가장 맛이 좋을 때 먹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는 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물론 가을의 마지막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운명을 지닌 신 사과들도 있다. 이 사과들은 익음과 동시에 노랗게 되고 쪼글쪼글해진다. 어떤 자는 마음이 먼저 늙고, 어떤 자는 정신이 먼저 늙는다.
- 언제나 학생으로 머물러 있는 자는 선생에게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내게서 월계관을 잡아채려 하지 않는가?
- 그대들은 아직도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대들은 나를 만났다. 신도들은 언제나 이렇다. 신앙은 이처럼 보잘것없는 것이다. 이제 그대들에게 명하노니 나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찾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하게 될 때 비로소 나는 다시 그대들에게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