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여있다.
심각한 일처럼 떠들어 대지만,
막상 껍데기를 벗겨내고 나면,
텅 비어있다.
멀리서 보면 그저 우습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였다.
우리가 그토록 갈구하는 그 섬은
어디에서 부유하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큰 고통을 감내하는가
이곳만 아니면 된다고 하였지만,
저곳이라고 다를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친다.
영원 같던 시간은 찰나가 되고,
결국 세상은 잘만 돌아가더라.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하였거늘,
그 선택을 하는 선택은 누구의 몫인가
늙어간다.
목 주변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마음은 닳고 닳아 무뎌지고,
머리에는 희끗희끗 서리가 내리고,
감정은 갑옷을 두른 듯 단단해져
점점 꺼내기 어려워진다.
누군가는 영원히 살고 싶다고 하지만,
영원이란 시간은 내겐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허울 좋은 이 우물 안에 터를 잡고
아래층에 사는 저 사람들을 깔보며,
그저 손가락질하는 겁쟁이들을 보라.
이 위엔 저것보다 더 많은 층들이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덧없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몸이 무거워진다는 것은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뜻이다.
점점 자유를 상실한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은 내 손에 더 많은 것을 쥐어주려 한다.
선물 보따리를 한 아름 들고선 내게 찾아온다.
자랑스러운 듯.
하지만 나는 깨달아버렸다.
점점 내 몸이 무거워질 뿐인 것을.
나는 선물이 아닌 자유를 원한다.
한없이 자유롭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