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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 photo May 26. 2023

철없는 한 명의 중년과 철든 두 중년의 미국 유랑기 1

여행을 빙자한 극기훈련.

드디어 D-Day


나는 새크라멘토에서 시애틀로 비행기로, 한국에서 오는 친구도 인천에서 시애틀로 비행기로 온다.

캐나다에 사는 친구는 차를 가지고 온다 했다.


새크라멘토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아침 9시. 새벽녘에 잠이 깬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찍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지난 비행 스케줄 때문에 애를 먹었던 기억에 불안하다. 다행히 갈아타지 않고 바로 시애틀로 가는 직항이기에 큰 걱정은 안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생각에 일찍 서두르게 되었다.

예약했던 우버가 도착할 때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았다. 결국 취소를 하고 다시 우버를 찾으니 10분이 지나도 드라이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가 보다. 

결국 호텔에 부탁해서 택시를 불렀다. 



10년도 넘은듯한 토요다 프리우스. 터번까지 두른 인도계 기사였다. 차 안 실내 상태는 내가 마치 인도의 길거리에 있는듯했다. 차의 온갖 소음을 들으면서 공항에 도착했다.

내가 준 팁이 맘에 안 들었는지 기사는 뭐라 구시렁거리면서 떠난다. 나도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시애틀행 비행기는 예정대로 무사히 출발과 도착하였다. 나의 불안감이 해소가 되었다.

도착해서 짐을 찾는 사이에 캐나다에서 온 친구가 연락을 했다. 잘 도착했냐고.

한국에서 오는 친구도 나와 비슷하게 도착해서 나오는 중이라 한다.

드디어 근 20년 만에 함께 뭉쳤다. 따로따로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났지만 셋이서 함께 만나는 것은 근 20년 만이다. 캐나다 친구는 나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동창이고 한국에서 온 친구는 중,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동네 친구들. 이제는 모두 50이 훌쩍 넘어 중년의 아저씨가 되었다.

그래도 서로 만나니 어릴 적으로 돌아간 기분. 

이렇게 철든 중년 둘과 철없는 중년 한 명의 방랑기가 시작되었다.


처음의 여행코스는 시카고에서 만나서 근처를 돌아보는 계획이었다. 물론 그전에는 미국 가장 동북쪽에 있는 메인주를 가볼까 하다가 시카고로 변경되었고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차를 가지고 온다 해서 다시 시애틀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변경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국립공원 탐방기가 되었다.


미국에 사는 나보다 둘 다 미국을 더 많이 돌아다녔다. 계획한 국립공원들도 그들은 이미 몇 번씩 가 본 곳이라 한다. 그래도 같이 가기에 상관없다 하고 또 그곳은 갈 때마다 좋다고 하면서 여행은 시작되었다.


일단 복잡한 시애틀은 벗어나기로 했다. 첫날 여정이 아주 타이트하다. 시애틀에서 오전 11시경에 출발을 하였지만 첫날 예약한 숙소까지는 최소 7시간은 운전해서 가야 한다. 첫날 숙소는 워싱턴주와 1시간의 시차도 있다. 미국이 넓긴 넓다.



첫 방문할 국립공원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첫 숙소는 시애틀과 옐로우스톤의 중간 정도에 있는 작은 마을에 잡았다고 한다. 미국 국립공원을 많이 다녀본 한국에서 온 친구가 미리 예약을 했다. 그의 경험에 의하면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이기에 숙소 잡기가 힘들거라 예상해서 미리 3일간의 숙소를 예약해 놓았다.


첫날 숙소를 향해 가는 동안 세 중년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바깥 날씨 보다 더 변화무쌍하게 주제가 계속 바뀌면서 이야기를 했다. 어릴 적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밀린 숙제를 하 듯이 서로서로 쏟아내었다.


숙소를 향해 가는 동안 날씨는 비가 왔다 활짝 개었다가 흐렸다가 바람 불다 그렇게 버라이어티 했다.

점심은 대충 고속도로변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었다. 미국은 지역별로 그곳에만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다. 우리가 간 곳은 ' Taco Time'이란 곳이었다. 멕시칸 간편 음식을 파는 곳. Taco Bell 과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메뉴. 그럭저럭 한 끼 때울만했다.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다시 출발을 한다. 이번 여행을 위해 나는 선불카드를 구입해 놓았다. 여행 중 그 카드만을 사용하려는 생각에. 돌아와서 내가 여행동안 얼마나 경비를 지출했는지 확인하기도 편하고 만약에 카드를 분실할 경우에도 큰 걱정이 없는 선불카드를 구입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가기도 하고 쭈욱 뻗은 직선 도로도 달리고 그러는 와중에도 날씨는 계속 바뀐다.

첫날 숙소까지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해야 했기에 그리고 한국에서 온 친구의 시차 적응을 위해 계속 수다를 떨면서 갔다.


가는 길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었다. 주변에 혹시 한식당이 있는지를 검색해 보았다. 워싱턴주 동쪽 끝자락을 달리는 때였다. 주변에는 큰 도시는 없고 작은 도시 몇 개만 있었다.


그나마 큰 도시는 Spokane 이란 도시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 한식당이 몇 군데 나왔지만 월요일이어서 문은 닫은 식당이 많았다.  ' Fusion Korean Restaurant'  한식당 이름치고는 좀 물음표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퓨전이란 이름을 걸고 하는 식당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늘 실패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퓨전 코리안 식당으로 향했다. 큰 기대 없이 도착해서 식당 안을 들어갔다.

다행히 주인 내외가 한국분이었다. 각자 식성에 맞는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는데 밑반찬이 나왔다.

오오오! 맛났다. 의심이 기대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모두 아주 맛있게 식사를 했다. 주인은 계속 부족한 것이 있으면 말하라 한다. 새로 오픈한 것이냐 물어보니 15년째 운영 중이라 하신다. 오랜 친구들이 모여서 여행을 한다 하니 무척 부러워하시면서 안전하고 즐겁게 여행하라 말씀해 주신다.


맛나게 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첫날 숙소에 도착했다.


Superior. MT

워싱턴주에서 아이다호주를 관통하고 몬타나주 끝자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예약 당시 숙소에서는 오후 9시부터는 사무실에 사람이 없으니 늦을것 같으면 미리 연락하라 했기에 가는 길에 전화로 이야기를 해 놓았다.

방 열쇠를 발판밑에 숨겨 놓겠다 했다. 

무사히 첫날 숙소에 도착을 하고 우리의 첫날밤(?)을 그곳에서 맞이했다.


늦은 시각이고 모두 피곤해하기에 동네 돌아볼 생각도 못하고 그냥 잠들었다.


여행 첫날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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