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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성인 Aug 30. 2023

음악에 눈을 뜬

Come Rain or Come Shine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생활에서의 불편함 이상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예술을 향유함에 있어 제약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술 작품을 보는 것, 영화를 감상하는 것, 고전 문학을 읽는 것 등 예술을 향한 접근 방식엔 시각을 통한 것이 주가 된다.

 하지만 모든 예술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은 다르다. 텔레비전의 발전을 통해 소위 ‘보는 음악’이라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것이 생겼긴 했지만, 근원적으로 음악은 청각을 통한 예술의 한 갈래였고 이는 타 예술과는 결을 달리함을 증명한다. 음악을 즐김에 있어 시각은 부수적인 감각이다 보니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도 음악이란 예술에서 만큼은 참여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중 레이 찰스는 뛰어난 음악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하는 뮤지션이었다.




 어린 시절 시각을 잃은 뒤 십 대 시절부터 배운 피아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가스펠과 R&B 등의 장르에 매료되어 그의 음악적 색채는 블랙 뮤직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재즈나 블루스에 국한되지 않고 ‘Hit the Road Jack’과 같이 두 장르가 융합된 곡도 썼으며 굉장히 소울스러운 재즈곡 ‘One Mint Juled’와 ‘Hallelujah I Love Her So’와 같은 R&B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탐구했으며 명곡을 많이 배출했다. 그중 개인적으로 레이의 음악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이자 그의 메가 히트곡인 ‘What’d I Say’와 같은 즉흥 연주가 담긴 곡들을 보면 그가 정말 진심으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구나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레이 찰스는 연주하고 노래할 때 항상 웃었고 이는 음악을 향한 그의 마음을 숨길 수 없어서라 생각된다. 웃는 얼굴만큼 그의 필모엔 밝은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조용하고 잔잔한 곡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곡들을 들을 때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다운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가 바라는 음악을 향한 순수한 사랑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 살짝 언급한 ‘Georgia on My Mind’와 같은 소울 곡은 인종차별과 관련된 음악이다. 제이미 폭스 주연의 영화 Ray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곡이며 레이 찰스 그의 인생에서도 그가 참여했던 흑인 인권 운동을 위한 음악이다. 영화에서도 군중들이 레이를 향해 같은 흑인으로서 당신이 가만있으면 되냐 하는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곡 또한 뮤지션에게 있어 중요한 사항이지 않나 싶고 이를 수행한 레이 찰스 역시 기억할 만한 좋은 뮤지션이라 생각한다.




 마틴 스콜세지의 걸작 중 하나인 영화 The King Of Comedy에 수록된 레이 찰스의 ‘Come Rain or Come Shine’. 레이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영화의 분위기에 걸맞으면서 재지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앞을 보지 못하는 레이 찰스가 비를 볼 순 없고 햇빛과 눈 맞출 순 없지만, 떨어지는 빗방울을 느낄 수 있고 따스한 햇볕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레이의 음악이란 그런 것 같다.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되면서도 은은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음악 말이다.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음악 본연의 속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음악에 몰입하는 레이 찰스처럼 음악을 즐기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말을 하고픈 사람은 레이의 음악을 들어보길 바란다.


Ray Char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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